병원을 무대로 한 3개의 공포스러운 이야기
나는 공포영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영화 <기담>이 공포영화라는 것을 모르다가 감상하면서 공포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왕 보기 시작하였기에 끝까지 감상하였다. 이 영화는 2007년에 개봉되었는데, 2021년에 재개봉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보면 공포영화로서는 손꼽을 만한 수작(秀作)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재미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우리나라 공포영화는 대개가 귀신 이야기인데, 이 영화 역시 귀신 야기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좀 당황하였다. 왜냐하면 대개 공포영화라면 스토리 자체는 간단하고, 대신 분위기로 관객의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다른 일을 멈추고, 또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뒤돌아가 내용을 확인한 후에 다시 감상하곤 하였다. 이 영화는 3개의 다른 내용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인데, 이야기가 모두 안생병원이라는 한 장소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 줄 모르고 자꾸 앞 뒤 이야기를 연결시키려고 했으니,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1. 정남과 아오이
때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정남은 가난한 의대생으로 안생병원에서 실습생으로 지내고 있다. 정남은 당초 의사가 될 마음이 없었지만 안생병원의 원장이 그를 아주 좋게 봐 의대로 진학하게 하였고 학비도 모두 지원하였다. 원장은 정남을 자신의 외동딸 아오이와 결혼시켜 병원도 그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다. 정남으로서는 원장이 그에게는 큰 은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그의 딸과 결혼한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는다.
어느 날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여고생의 시신이 병원으로 실려오는데, 실습생 사이에서 그녀의 미모가 대단하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날밤 정남은 호기심으로 시체안치실에 있는 죽은 여고생의 얼굴을 보러 간다. 정남이 소녀가 들어있는 상자 문을 열자 갑자기 안에서 물에 젖은 여자가 나와 그를 안으로 빨아들인다. 그날밤 정남은 죽은 여고생이 함께 밤을 보낸다. 그는 여고생이 마음에 들었으며, 그녀와 정을 나누는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알고 보니 죽은 여고생은 바로 자신이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원장의 딸 아오이였다. 아오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정남과의 결혼을 강요하자 애인과 함께 도망을 치다 사고로 죽은 것이었다. 원장이 정남 몰래 정남과 아오이의 영혼결혼식을 시킨 것이었다. 그 후 원장은 자살하고 만다.
2. 수인과 아사코
병원으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아사코라는 소녀가 실려오는데, 의료 실습생인 수인이 그녀의 치료를 맡는다. 아사코는 엄마와 함께 엄마의 애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아사코는 엄마의 애인이 너무나 좋다. 그는 곧 엄마와 결혼할 예정인데, 아사코는 그가 엄마만을 사랑하는 데에 질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운전하는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아사코는 엄마만을 사랑하지 말고 자신도 사랑해 달라며 어리광을 부리듯이 그에게 매달린다. 그때 자동차 전방에 할머니가 나타나고, 당황한 엄마의 애인이 핸들을 급하게 꺾자 그만 사고가 나고 만다.
이 사고로 엄마와 그녀의 애인은 죽고 아사코만 살아남았다. 아사코가 살아난 것은 엄마가 죽어가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아사코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죽어가면서 아사코에게 사고가 네 탓이 아니라는 말을 남긴다. 아사코는 자신을 사랑한 엄마의 마지막 모습까지 기억해 내고는 죽고 만다. 그리고 얼마 후 아사코를 동정하던 의료 실습생 수인도 죽고 만다. 아사코가 데려갔을까?
3. 동원과 인영
동원과 인영은 의사 부부로서 안생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를 보는 동원의 마음은 뭔가 편치 않다. 최근 들어 동원은 항상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동원은 인영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제야 동원의 머리에는 지난 일이 떠 올랐다. 자신의 아내 인영은 작년에 일본에서 수술을 하다 환자의 칼에 찔려 죽었다는 사실을. 동원은 현재의 인영이 귀신이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최근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이 인영의 짓이 아닌가 의심한다.
동원은 인영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원은 인영이 간호사를 죽이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리려고 하였으나 실패한다. 동원은 어쩔 수 없이 죽은 간호사의 시신을 유기하는데, 이러는 과정에서 인영은 팔에 손톱에 긁힌 부상을 입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조금 전에 자신이 보았던 인영의 팔의 상처가 자신의 팔에 있다. 그제야 동원은 인영의 귀신이 자신에게 빙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날 동원은 경찰에 자수하고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동원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경찰의 말로는 동원은 이미 1년 전에 죽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1년 전에 죽은 것은 동원이었고, 인영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동원을 너무나 사랑한 인영은 동원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래서 동원의 인격을 자신의 속으로 받아들여 지금까지 다중인격자로 살아온 것이었다. 전말을 확인한 인영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상의 세 이야기가 안생병원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같은 장소, 그리고 여러 가지 공통적인 배경 하에 전개된 이야기인 만큼 영화의 결말에서는 이 세 이야기가 한 곳으로 모여 대단원을 이루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스토리가 난해하여 내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