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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3. 2023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악행을 저지른 카우보이를 쫓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서부 영화를 보면 총싸움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며, 사람 목숨이 마치 파리 목숨같이 보인다. 별것 아닌 일로 서로 총을 뽑아 싸우며, 무법자들은 예사로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그 무법자를 쫓는 주인공 역시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인다. 그래서 서부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그때는 저렇게 쉽게 사람을 죽였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개척시대에 있어서 서부는 공권력이 거의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불법이 공공연히 벌어졌을 것이라고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 보듯이 악당들이 마을을 점령하여 예사로 사람을 죽이고,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는 좀 특별한 서부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서부영화에서 벌어지는 거침없는 총질은 이 영화에서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악행을 저지른 자를 죽이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1992년에 제작되었는데, 마카로니 웨스턴의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1881년 미국 와이오밍 주. 세 명의 카우보이들이 창녀들을 찾았다. 이들은 관계를 갖다가 그중 한 명이 여자가 자신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칼로 여자의 얼굴을 난자해 버린다. 술집 주인과 창녀들은 이 남자를 보안관에게 고발한다. 이 마을의 보안관인 리틀 빌은 마을에서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마을에서는 절대로 총을 소지 못하도록 하며, 이를 어길 때는 가혹하게 응징한다. 창녀들의 고발로 리틀 빌은 행패를 부린 카우보이를 잡아들였으나 아주 가벼운 벌금과 함께 피해를 입은 창녀에게 작은 배상을 하는 것으로 카우보이를 풀어준다. 창녀들이 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항의해 보지만 보안관 리틀 빌은 자신의 처분을 바꾸지 않는다. 도저히 억울함을 참을 수 없는 창녀들은 스스로 복수를 결정한다. 그녀들은 가진 돈을 모아 행패를 부린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1천 달러를 주겠다는 현상금을 건다. 


윌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농사를 지우며 살고 있다. 사랑했던 아내는 몇 년 전에 죽었다. 머니는 지금은 아이들과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살고 있지만 옛날에는 악명 높은 악당이었다. 술과 욕설, 그리고 살인이 그가 할 줄 아는 전부였다. 항상 술에 취해 다니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예사로 살인을 하였다. 그런 망나니 같은 사람을 성실한 농부로 변화시킨 사람이 바로 죽은 아내였다. 그는 아내를 만난 후 사람이 변하여 이제는 술도 입에 대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며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다.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라는 젊은이가 찾아온다. 그는 창녀들이 내건 1천 달러의 현상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현상금 사냥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거절했던 머니도 쪼들리는 생활고로 인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머니는 옛날 악명을 날리던 머니가 아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말을 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머니는 둘 만으로는 카우보이를 죽이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 옛 친구인 로건과 함께 일을 하자고 하여, 이제 셋이 악행을 저지를 카우보이를 죽이기 위해 나선다. 


머니와 그 동료들에 앞서 잉글리시 밥이라는 인물이 현상금을 노리고 마을에 나타난다. 그러나 마을의 권력자인 보안관 리틀 빌은 그를 흠씬 두들겨 팬 후 마을에서 쫓아내 버린다. 그 후 곧 머니 일행이 마을에 들어왔다. 비를 맞아 심한 감기에 걸린 머니는 변변히 저항도 못한 채 리틀 빌에게 엉망이 되도록 두들겨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동료인 로건과 키드는 그 시간 위층에서 창녀들과 함께 있다가 위기를 모면하고 탈출한다. 


머니는 창녀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또 그녀들의 도움을 받아 카우보이를 죽일 준비를 한다. 머니 일행은 카우보이를 기습하여 이들을 모두 죽인다. 머니의 친구인 로건은 카우보이를 죽이는 도중에 이 일을 그만두겠다며 집으로 떠난다. 그러나 로건은 돌아가던 도중 리틀 빌의 부하들에게 잡혀 집단 폭행을 당해 죽고 만다. 현상금을 받으러 갔다가 그 소식을 들은 머니는 분노한다. 난생처음 살인을 해본 키드는 자신은 여기서 그만두겠다며 떠난다. 

홀로 남은 머니는 혼자서 친구의 복수를 하려 한다. 혼자서 마을로 들어온 머니는 리틀 빌과 그 부하들 앞에 나타난다. 머니까지 잡으려고 곧 출발하려던 리틀 빌과 그 부하들은 스스로 자신들 앞에 나타난 머니를 보고 놀란다. 머니와 리틀 빌 사이에 치열한 결투가 벌어진다. 머니는 불리한 속에서도 리틀 빌과 그 부하들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향해 앞으로 누구 하나 자신을 노린다면 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마을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는 종반에 이를 때까지는 서부 영화에서 그 흔하게 나오는 총싸움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시종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팽팽한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 그리고 마지막 머니와 리틀 빌의 결투 장면은 지금까지 이 장면을 위해 모든 싸움을 미뤄 온 것처럼 비장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결투 신을 보여준다. 이 장면 하나로 웬만한 서부 영화의 결투 장면 몇 개를 합한 것만큼의 재미를 준다. 


이 영화의 원제목인 ‘Unfogiven’은 ‘용서받지 못한 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누가 용서받지 못한 자인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로 창녀의 얼굴을 난자하고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카우보이일까, 아니면 마을의 권력자로 행세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응징하는 보안관 리틀 빌일까, 아니면 아내와의 약속을 깨고 다시 살인을 하게 된 머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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