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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3. 2023

영화: 아미스타드(Amistad)

강제로 노예운반선에 태워진 아프리카 원주민의 자유에로의 길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유럽과 미국인에 의해 많은 사람이 노예로 팔려갔다. 초기에는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노예사냥이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룰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9세기에 들면서 많은 유럽국가와 미국은 노예사냥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오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렇지만 기존에 자국에 있는 노예에 대해서는 노예신분을 인정하였다. 그래서 노예 신분의 사람들을 노예로서 이용하고 또 사고팔고 하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아프리카에서 자유민을 잡아 노예로 만드는 것은 금지되었다. 


영화 <아미스타드>(Amistad)는 이러한 시대에 노예사냥에 의해 붙잡혀 불법적으로 미국으로 팔려가던 노예들이 자유를 찾는 이야기로서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1997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아미스타드 호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던졌으며, 노예폐지운동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1840년 미연방예심법원은 아미스타드에 실려가던 아프리카 인들에 대해 원래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이송이 비합법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여, 그들은 법적으로 노예가 아니며 자유의 몸이라고 인정하였다. 그리고 1842년 미연방대법원은 이들이 자유민이란 것을 죄종적으로 인정하여 이들 아프리카 인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아프리카로 귀환하던지, 미국에 남던지 하였다. 


1839년 폭풍우가 치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쿠바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노예운반선 <아미스타드>(Amistad) 호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쇠창살 우리에 갇혀 있던 노예들이 쇠사슬을 풀고 나와 선상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2명의 선원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살해하여 바다로 던져버린다. 살려둔 선원은 배를 운항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선원에게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뱃머리를 돌리라고 명령한다. 

선원은 아프리카를 향해 가겠다고 하고는 실은 미국으로 향한다. 결국 얼마뒤 아미스타드 호는 코네티컷 해변에서 미국 함대에 의해 나포된다. 이 배에 타고 있던 53명의 흑인들은 살인죄로 모두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이 재판은 53명의 흑인들이 저지른 선상반란과 살인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들 흑인이 누구의 소유인가, 즉 누구의 재산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이다. 


흑인해방운동가인 테오도르 죠드슨은 이들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기 위해 변호사 로저 볼드윈을 찾아간다. 로저 볼드윈은 자산 전문 변호사로서, 당시 미국 사회에서의 통념이었던 ‘노예는 재산’이라는 전제 위에서 사건의 변호를 맡는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이를 ‘재산 분쟁’으로서 재판에 임하지만, 원주민들의 지도자인 신케이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인간으로서 자유인이라는 신념을 갖고 그들의 자유를 위해 적극 변호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단 한 가지이다. 이들 53명의 원주민들이 누구의 소유이냐는 것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 재산인가, 아니면 누구도 그들을 소유하지 않은 자유민인가 하는 것이다. 3개의 그룹이 이들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암스타드 호의 살아남은 2명의 선원은 이들은 자신들이 쿠바에서 사 온 노예라면서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암스타드 호를 나포한 미국 함대는 노예선의 불법적인 행위를 단속한 결과로 얻은 재산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라 주장한다. 또 스페인 여왕은 이들을 암스타드 호가 스페인 소유이기 때문에 노예는 자신의 소유라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볼드윈 변호사는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법으로 금지한 노예사냥에 의해 잡혀왔기 때문에 이들은 노예가 아니며 자유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는 다시 암스타드 호가 어디에서 출발하였는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한다. 만약 쿠바에서 출발하였다면 이들은 쿠바에서 거래된 노예일 가능성이 크며,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였다면 불법적인 노예사냥에 의해 잡힌 자유민이라는 것이다. 원주민의 리더인 신케이는 자신들이 아프리카로부터 실려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자신들이 자유인이라 주장한다. 


그가 아미스타드 호에 실려오면서 겪었던 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하다. 처음에는 거의 200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아미스타드 호에 실렸다. 항해를 하는 도중에 가혹한 학대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더 비참한 일이 그 이후에 일어났다. 항해가 지연되면서 식량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미스타드 호의 선원들은 약 60명의 원주민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로 던져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바다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산채로 다리에 쇠뭉치를 채운채 바다로 던졌다.       


1심에서 이들은 승소하여 자유민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결국 마지막 연방 대법원에서 이들은 최종적으로 자유민이라는 판결을 받고 자유인이 된다. 이 재판의 효과로 그동안 불법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아프리카의 노예시장이 유럽 여러 국가의 조사에 의해 폐쇄된다. 


아주 감동적인 영화였다. 실제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더욱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대하는 암스타드의 노예상인들을 보면 도대체 인간이란 것이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한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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