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의 영원한 고전
영화 <하이눈>(High Noon)은 서부극의 손꼽히는 고전 가운데 하나로서, 1952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 게리 쿠퍼와 함께 나중에 모나코 왕국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서부극에서 주인공은 악당들에게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무적의 영웅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보안관 웰 케인은 다르다. 그는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잔인무도한 악당들에게 겁을 먹고 두려움에 떤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보안관으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고 한다. 정오가 되면 자신을 죽이려고 4명의 살인마가 찾아온다. 그때까지 함께 싸워줄 찾기 위하여 그는 마을을 배회하며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렇지만 늘 자신을 의지해왔던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친한 친구조차 갖가지 이유를 대며 도움을 거절한다. 그날 막 결혼한 아내조차 자신과 함께 마을을 떠나지 않고 악당들과 싸우려고 하는 남편을 버리고 마을을 떠난다. 보통 서부영화에서 보여주는 영웅도, 우정도, 그리고 개척정신도 이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제작되던 시기는 미국에서 매카시즘의 광풍이 휘몰아친 시대였다. “붉은 공포의 시대”로서 수백 명의 영화 제작자가 할리우드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있다 하여 공산주의로 매도되었고, 결국 시나리오 작가인 칼 포먼은 영국으로 망명하였다.
시사회 때 이 영화를 본 컬럼비아 픽처스의 사장이었던 해리 콘은 이 영화에 대해 "내가 본 영화 가운데 최악의 영화 중 하나"라며 배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1998년 미국영화협회(AFI)가 선정한 역대 명화 가운데 전체 33위, 서부극 부문 단독 1위를 차지했으며, 2007년에는 전체 27위, 서부극 부문 단독 2위에 올랐다. 서부극의 영원한 고전이라는 말에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미국 서부의 해들리빌 마을 오전 10시 35분. 마을 인근의 언덕에서 총잡이 잭 콜비(리 반 클리프 분)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얼굴로 서있다. 조금 있다가 한 명이 말을 타고 도착하고, 조금 후에 다시 다른 한 명이 합류하였다. 세 명은 나란히 말을 타고 마을로 들어선다. 그들은 이날 정오에 도착하는 기차를 기다린다.
이 마을의 연방보안관인 윌 케인(게리 쿠퍼)은 이날 아침 새 아내 에미(그레이스 켈리 분)와 막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오늘로써 보안관 생활을 접고, 아내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 새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케인이 아내와 함께 식장을 나오자, 누군가가 이전에 케이인 체포 하여 감옥에 갇혀있다가 풀려나온 살인자 프랭크 밀러가 석방되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자신을 체포한 케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날 정오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오고 있으며, 그를 기다리는 3명의 동료들과 함께 케인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55분. 주위 사람들은 케인에게 오늘부로 보안관 생활을 은퇴하니 프랭크 밀러 일당과 싸우지 말고 마을을 떠나라고 권유한다. 케인도 그 말을 듣고 에미와 함께 마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이 무법자들에게 살해당한 후 퀘이커 교도가 된 에미는 정의보다는 생명이 중요하다며 남편을 설득하지만, 케인의 결심은 굳건하다.
마을로 돌아온 케인은 밀러 일당과 싸울 동료들을 모으기 위해 바삐 움직이지만 아무도 그의 편이 되려 하지 않는다. 마을의 판사는 도망치듯 일찍 마을을 떠나버린다. 보조 보안관인 허비는 총솜씨는 좋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년으로서, 자신이 케인의 후임 보안관으로 지명받지 못했다는 것과 약혼자인 헬렌이 과거에 케인의 연인이었다는 등의 개인적 원한이 있어 협력을 거부한다. 그리고 선술집에 모여있는 술꾼들은 케인보다는 오히려 밀러 일당을 더 응원하는 형편이다.
오전 11시 30분. 케인은 교회를 찾아가 예배를 위해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그런데 의견만 분분하고 선뜻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결국 핸더슨 시장은 케인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교회를 나와 케인은 보안관 보조원들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다른 볼일이 있다거나 부상으로 몸을 잘 움직일 수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함께 싸우기를 거부한다. 얼마 후에 한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케인을 찾아오지만, 자신이 케인과 함께 싸우겠다는 유일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는 겁에 질려 달아나 버린다. 케인을 좋아하는 소년이 케인을 돕겠다고 나서지만, 케인은 아직 어린아이라면서 집으로 돌려보낸다.
오전 11시 57분.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는 가운데 윌 케인은 보안관 사무실에서 혼자 유서를 쓴다.
정오. 프랭크 밀러가 탄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리며 기차는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케인은 유치장에 가둬둔 주정뱅이를 풀어주고는 총 한 자루를 들고 보안관 사무실을 나온다. 그때 선술집 여주인인 헬렌과 에미가 탄 마차가 그의 눈앞으로 지나간다. 헬렌은 허비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마을에 대해서도 정나미가 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고집에 화가 난 에미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려는 것이다. 헬렌과 에미가 기차역에 도착하였을 때 밀러가 기차에서 내린다. 과거 연인 사이였던 헬렌과 밀러는 잠시 서로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밀러는 역을 떠나고 헬렌과 에미는 기차에 오른다.
네 사람의 무법자를 상대로 한 케인의 외로운 결투가 시작되었다. 모든 문과 창문이 굳게 닫혀 정적이 감도는 마을을 가로질러 네 사람의 악당이 걸어 들어온다. 케인은 그 소리를 듣고 악당들의 뒤쪽으로 돌아가 총을 쏘아 벤 밀러는 죽인다. 기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마을 쪽에서 총성이 울려오자 에미는 차에서 내려 마을로 돌아간다. 케인은 마구간에 숨어서 일당들과 총격전을 벌이면서 두 번째로 잭 콜비를 사살한다.
밀러가 마구간에 불을 지른다. 그러자 케인은 묶여있는 말들을 풀어 말들과 함께 마구간을 탈출하는데, 그 와중에 어깨에 총을 맞고 한 상점으로 뛰어든다. 케인은 두 명의 악당에게 포위된 형국이다. 에미는 보안관 사무실로 돌아와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창문을 통해 악당 짐 피어스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보안관 사무실에 있는 총으로 그를 쏘아 죽인다. 이제 혼자 남은 밀러는 에미를 인질로 잡아 케인을 불러내려 하는데, 에미가 격렬히 저항을 하자 일순 멈칫한다. 그 틈을 노려 케인은 밀러를 쏘아 죽인다. 결투가 끝나고 케인과 에미는 서로 뜨겁게 껴안는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케인은 험악한 눈으로 모두를 둘러보고는 보안관 배지를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유일하게 마음이 통했던 소년이 가져온 마차에 에미와 함께 타고 마을을 떠나간다.
■ 약간의 감상
역시 서부극의 고전이라 할 만한 영화이다.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하여 악당들이 찾아오게 되어 있는 정오까지 1시간 반 동안의 시간이 그렇게 긴장감 있게 지나갈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결투 장면도 비록 마카로니 웨스턴과 같은 화려한 건파이트 장면은 없지만, 아주 현실감 있고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나중에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연기를 영화를 통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