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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10. 2023

잼버리 대회의 난맥상-책임은 누구에게?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두고 떠들썩하다. 나는 오랫동안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많은 국제적 이벤트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93 대전엑스포 연구>에서 연구총괄팀의 한 사람으로 연구에 참여한 이래 <월드컵 사후 평가>, <대구유니버시아드 경제사회적 효과 분석>, <평창동계올림픽 효과 심층분석> 등의 연구에서 연구책임자로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대형 국제이벤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이다.


1. 일반적으로 국제 이벤트 유치를 위해서는 <유치준비위원회>가 활동을 하며, 유치가 확정되면 준비위원회는 <조직위원회>로 확대 개편된다. 이후 이벤트의 준비는 조직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직위원회의 구성은 대개 총리나 장관 등 고위관료나 원로급 사회 저명인사가 위원장을 맡으며, 상근 사무국장 혹은 본부장이 실무책임을 맡는다. 조직위는 보통 상근 실무책임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2. 조직위 직원들은 대개 공무원(소수의 담당부처 및 당해지역 지자체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파견직원, 조직위 채용 임시직원들로 구성된다. 공무원들은 주로 고위 및 중간관리자가 되며, 민간기업 파견직원은 말단 관리자 혹은 실무자로, 임시직원은 통역 등 특수업무 및 말단 실무자로 일한다.


   (1) 공무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승진과 보직을 위한 경력관리이다. 또 공무원들로서는 이런 이벤트 관련업무가 익숙한 일이 아니다. 행사준비가 끝나고 행사가 시작될 때는 이미 조직위는 해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무원들의 머리는 복직 후 승진과 보직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다. 이벤트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은 그다지 기대 않는 것이 좋다. 공무원 개인으로서는 행사준비보다 VIP 영접이 훨씬 중요하다.

   (2) 민간기업 파견 직원들은 말단관리자 혹은 실무자로서 지시받은 일을 할 뿐이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찾아 한들 특별한 인센티브도 없다. 역시 사명감 같은 것은 기대 말아야 한다.

   (3) 임시직원은 말단 실무자로서 자신이 무슨 창의적인 일을 할 공간이 없다. 그냥 지시받은 일만을 할 뿐이다. 본 이벤트가 시작되면, 이제 임시직원들은 실업자가 될 날이 코앞에 닥쳤다.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한다.


3. 조직위 파견 공무원들로서는 대개의 경우 그것이 자기의 경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층층시하의 공무원 조직에서 잠시나마 벗어 나와 조직위라는 곳에서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한다는 좋은 점도 있다. 요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공무란 명목의 해외출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 조직위에 파견 나온 직원으로서는 해외출장의 좋은 명분이 생겼다. 유람성 출장은 조직위 근무의 큰 인센티브이다. 마다할 리가 없다. 


4. 관계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들은 행사와 관련하여 크게 할 일이 없다. 대개는 조직위로부터 준비상황을 보고 받고 위에 보고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대신 국제이벤트 준비는 해외출장을 위한 좋은 건수가 된다. 그런데 해외출장을 가봐야 딱히 배울 것도 없고, 또 배울 것이 있다한들 이들의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외유성 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공무원 본인은 물론 윗선의 간부들도 잘 알고 있다.

5. 공무원이나 조직위 직원들은 거의가 대형 국제이벤트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있다 한들 몇몇 사람이 그 방대한 행사준비계획을 모두 입안할 수 없다. 그래서 행사유치가 결정되면 전문 회사에 행사준비 계획 용역을 맡기게 된다. 용역 회사는 다른 나라의 동일 이벤트 계획서 및 국내 유사 행사의 전례 등을 참고하여 행사계획을 짜게 된다. 이렇게 작성된 행사계획서는 통상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여기에는 보안, 질서, 숙박, 식사, 동선, 의료, 안전 등 행사 전반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마련된다. 그렇지만 실제 행사가 개최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므로, 그에 대한 임기응변 대처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응전략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6. 이상과 같은 국제적 대형이벤트 준비와 관련한 조직위 및  관련부처의 문제는 대형이벤트 준비를 함에 있어서 따르는 본질적 한계이다. 이러한 조직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체질을 바꾸겠다고 나서기보다는 이런 행사의 준비는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명의 해외 출장자 중 2명이 꼭 필요한 출장이고 8명이 외유성 출장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외유성 출장을 줄인다고 엄격히 출장심사를 하여 출장자를 5명으로 줄인다면, 2명의 필요 출장자는 출장을 못 가고 5명의 외유성 출장자만이 선발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운영에 필요한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7. 대형 국제이벤트를 준비하는 조직, 특히 그 가운데 중심이 되는 조직위가 갖는 이러한 본질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는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행사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있는 최고관리자 및 고위관리자의 철저한 점검이다. 조직위라는 임시 조직은 본질적으로 충성심이 약한 조직이다. 따라서 고위 관리자들이 계획이 제대로 되었는지, 준비가 계획대로 제대로 되고 있는가, 돌발요인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철저히 챙기고 또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잼버리의 난맥상과 관련하여 많은 공무원들이 두들겨 맞고 있다.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책임은 조직위원장과 조직 실무책임자, 그리고 이들을 제대로 관리 못한 그 윗선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한 총리가 더러운 화장실을 스스로 청소 시범해 보이고는, 화장실이 더러운 것을 보면 진행요원 누구라도 스스로 나서 청소해야 했다고 질책하였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 진행요원은 누구나 저마다 할 일이 있다. 우연히 길에 떨어진 휴지 한 장을 줍는 일이야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지만 화장실 청소는 다르다. 그것은 아주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개인의 도덕심에 떠넘길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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