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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1. 2021

백제(百濟)의 향기를 따라 其1

(2020-06-28) -백제문화단지

오늘은 6월 23일, 집사람이 연꽃을 보고싶다고 한다. 집 가까운 곳의 연꽃 명소가 이디인지 검색해보았다. 부여의 궁남지(宮南池)가 가까운 곳으로 나온다. 세종시 집에서 약 50킬로 남짓 되는 거리이다. 이왕 부여로 가은 김에 부여의 여러 백제 유적지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잘 아시다시피 부여(扶餘)는 백제의 도읍지이다. 신라 유적은 지금도 많이 남아있지만, 이에 비하면 백제의 유적은 그 수가 매우 적다. 그렇지만 그래도 많은 수의 백제 유물이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인 부여에 남아있다. 그래서 백제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부여도 이미 도시의 많은 부분이 현대화되었지만, 그래도 어딘지 고풍스런 옛 모습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아마 문화적 가치로 인해 도시 전체에 대해 건축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적이나 유물이 적은 편이다. 


많은 분들이 백제의 도읍이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사비>(泗沘), 즉 부여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백제 650년 역사에서 부여가 도읍지였던 기간은 생각보다는 길지 않다. 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와 백제의 시조가 된 온조가 처음으로 도읍지를 정한 곳이 위례(慰禮), 즉 지금의 서울이었다. 이후 500년 동안 백제의 수도는 서울이었다. 그렇지만 500년 백제의 도읍지였던 서울에는 백제 유적이 그다지 유적이 남아있지 않다. 기껏해야 몽촌토성 정도이다. 


고구려의 남진정책으로 백제의 국력이 위축되면서 수도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갔다. 한강 유역의 땅을 빼앗긴 백제는 웅진(熊津, 곰나루), 즉 지금의 공주로 도읍을 옮겨 웅진은 약 60년간 백제의 수도가 되었다. 이후 다시 수도를 부여로 옮겨, 부여는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 약 120년간 백제의 수도로 있었다. 이렇게 백제의 수도의 기능을 수행했던 기간은 부여가 서울에 비해 현저히 짧지만, 부여가 시대적으로 후기에 있었기 때문에 유적, 유물은 서울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한 것이다. 


먼저 <백제문화단지>로 갔다. 이곳은 백제를 테마로 한 종합 문화공원이라 할 수 있는데, 백제와 관련한 테마파크, 롯데그룹의 투자에 의한 리조트, 골프장 및 아울렛 등이 위치해있다. 전체 넓이는 약 10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주차를 한 후 먼저 <백제문화관>으로 갔다. <백제문화단지>의 건설과정에 대한 영상물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큰 건물에 비해 볼 것은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관을 나와서 옆으로 가면 사비궁(泗沘宮) 입구가 나온다. 사비궁은 백제 사비성의 왕궁을 재현한 건축물로서, 삼국시대 왕궁 중 최초로 재현된 왕궁이라 한다. 사비궁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받는 느낌은 엄청 크고 넓다는 느낌이었다. 그 시대에 과연 이렇게 크고 넓은 왕궁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확인할 길도 없고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궁궐 마당을 지나면 <천정전>에 이르게 된다. 

사비궁의 메인 건물은 이 <천정전>(天政殿)이다. 왕과 신하들이 모여 정사를 논하고, 각종 국가의식이 거행되던 장소였다. 경복궁(景福宮)의 <근정전>(勤政殿)과 같은 곳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천정전>이라는 이름이 정말 백제시대의 건물 이름이었는지, 아니면 이 테마파크를 조성하면서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천정전 안에는 왕의 옥좌, 그리고 왕과 왕비의 복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천정전을 지나가면 <능사>(陵寺)가나온다.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어졌던 백제 왕실의 사찰이이라 한다. 능사에는 5층 목탑이 세워져 있는데, 국내에서 최초로 재현된 백제시대 목탑이라 한다. 높이 38미터의 매우 크고 높은 탑이다. 대웅전에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능사>에는 많은 크고 화려한 절집들이 들어서 있다.


<천정전> 뒤편 언덕 위에는 문화단지 전망을 위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오르는 계단이 곧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정자에 오르니 <사비궁>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위례성이 나타난다. 위례성을 축소하여 축조한 것으로서 성 주위는 토성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 내의 건물은 모두 초가로 만들어진 움막집들이다. 왕실 및 귀족들의 집이라고 설명이 붙어있는데, 아마 백제 초기의 위례성 모습을 재현한 것 같다. 


위례성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해자를 재현한 듯 좁은 개천이 흐르고 있는데, 그 속에서는 뜬금없이 <철갑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길이가 대략 50-70센티 정도 되어보이는데, 아직 어린 것들인 모양이다. 참고로 <철갑상어>는 다 자라면 길이가 거의 2미터 가까이 되는 큰 물고기이다. 


<철갑상어> 이야기가 나와 잠시 옆길로 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철갑상어>을 양식하는 곳이 늘고 있다. <철갑상어>의 알로는 고급 음식인 철갑상어 알젓, 즉, <캐비어>를 만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철갑상어로 회도 만들고 매운탕도 만드는데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모든 동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하는 모양이다. 우리 민족의 창의성을 알려주는 사례라 할까?

위례성을 나오면 백제시대의 마을이 재현되어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 마을이 분리되어 있는데,아마 기와집은 귀족, 초가집은 일반 백성의 마을을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제법 많은 집들이 재현되어 있는데, 마을 전체로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집으로 들어가보면 유물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백제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그 시대의 도구들을 재현하기 어려워서 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백제문화단지>는 아주 좋은 위치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아직 계속 시설을 만들고 콘텐츠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단지 내 이곳저곳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넓은 터와 큰 건물에 비해서는 무엇인가 콘텐츠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앞으로 계속 보완해나가 좋은 문화단지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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