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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2. 2021

백제(百濟)의 향기를 따라 其2

(2020-06-28) 궁남지, 정림사지, 구드래 나루터, 예당저수지

다음으로는 오늘의 목적지인 궁남지(宮南池)이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시절 궁궐 남쪽에 궁의 정원으로서 판 못으로서,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호수공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궁남지는 <서동공원>이라고도 하는데, 무왕, 즉 어린 시절 서동의 탄생설화와 관련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궁남지는 백마강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작은 못이었다. 못의 모습은 둥근 원형으로 되어 있는데, 지름이 150미터 정도 되어보였다. 못 가운데 정자가 있는 작은 섬이 있고, 섬으로 연결되는 긴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못이다. 궁남지 주위는 모두 연을 재배하는 수전(水田)이다. 이 수전들은 궁남지를 애워 싸고 몇겹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서는 모두 연이 재배되고 있다. 산책하는 사람들로 공원은 조금 붐비는 편이다. 

궁남지의 연꽃

아직 철이 일러서 그런지 연잎은 무성하지만 연꽃은 듬성듬성 피워있을 뿐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연꽃이 만개할 것 같다. 비록 피어난 꽃은 적지만 수전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수전 사이로 연꽃 길을 걷고, 또 궁남지를 한 바퀴 돈 후 호수 속 섬의 정자로 가서 아름다운 못의 전경과 이와 어울리는 정자, 그리고 못 주위의 연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아주 좋은 공원이었다. 평점을 준다변 별 5개. 나중에 연꽃이 피면 다시 찾아야겠다.     


다음은 정림사지(定林寺址)이다. 정림사지는 백제시대 부여에서 가장 큰 절이었던 정림사(定林寺)의 절터 유적지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정문까지 2-300미터 정도 걸어야 한다. 주차장 옆에 입구를 만들어두면 좋으련만... 경로우대를 받아 입장료는 무료이다. 정림사지는 매우 넓다. 그 시대에 이렇게 넓은 터에 절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절집은 이미 없어지고, <5층 석탑>만 남아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옛 절터의 주춧돌 등 흔적이 남아있다. 5층 석탑은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에 비교한다면 그 크기도 예술성도 떨어지는 것 같다. 그 당시 불교 건축술은 백제가 신라보다 한참 위였을 터인데, 백제의 유물들은 대부문 파괴 또는 유실되어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문을 지나 100미터쯤 걸어 들어가면 5층 석탑이 나오고, 5층 석탑을 지나 다시 100미터 쯤 더 가면 대웅전이 나온다. 대웅전은 재현된 건물인데, 안에는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돌부처(미륵인지도 모른다)가 하나 놓여있다. 정림사지는 유적지로서 이대로 관리할지 아니면 건물을 재현할 지는 잘 모르겠다. 정림사지 이곳 저곳에는 과거 백제시대의 건물터의 주춧돌 등 여러 유물이 보인다. 

정림사지

정림사지 옆에는 <정림사지 박물관>이 있다. 들어가 보니 백제시대의 불교문화를 비롯하여, 아시아 전체의 불교의 탄생과 전파, 한반도로의 불교의 유입, 그리고 불교예술에 대한 좋은 전시물이 많았다. 우리나라 불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근 다녀본 박물관 중에는 내용이 짜임새 있고 알차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백마강의 <구드래 나루터>로 갔다. <구드래 나루터>는 백마강변에 있는 나루터인데 여기서는 유람선을 탈 수 있으며, <황포돗대> 조각배를 타고 낙화암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황포돛대> 배를 타고 낙화암으로 가서 부소산성(扶蘇山城)을 둘러볼 예정이다. <구드래 나루>는 옛 백제 사비성의 관문 역할을 한 곳으로 백제의 무역항이었다고 한다. 백제(百濟)을 일본에서는 <쿠다라>라고 한다. 이 <구드래>가 와전이 되어 <쿠다라>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본어로 백제를 가리키는 <쿠다라>란 말이 나왔으니 잠깐 또 옆길로 빠지자. 일본어에는 <쿠다라나이>란 말이 있다. “시시하다”, “보잘 것 없다”라는 뜻인데,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이 말의 어원이 <쿠다라 나이>, 즉 “백제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삼성의 이건희 씨도 오래전 신문에 이런 내용의 글을 기고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 일본으로서는 백제가 선진국이었고, 백제의 물건이 아닌 것은 시시하다란 뜻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은 틀렸다. 국뽕식 해석이다. 일본어의 “쿠다라나이”란 말은 “쿠다르” 즉, “내려오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옛날 일본의 좋은 술들은 모두 수도인 교토(京都)에 모였는데, “교토에서 내려온 술이 아니라면 시시한 것이다”라는 것에서 “쿠다라나이”란 말이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正說)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간다. <구드래 나루터>에 가니 코로나19 탓인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나루터 선착장도 폐쇄되어 있고, 배들도 모두 묶여 있다. 어쩔 수 없이 황포돛대 조각배 유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황포돛대 조각배를 타고 “백마강의 달밤”의 정취에 젖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러나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상관없다. 자동차로 부소산성으로 갈까 했으나, 개장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 이미 입장이 불가능하다. 일단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백마강

https://youtu.be/W119l71Rn48


1.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에 종소리가 들리어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 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2. 백마강에 고용한 달밤아

철갑옷에 맺은 이별 목메어울면

계백장군 삼척님은 님사랑도 끊었구나

아 오천결사 피를 흘린 황산벌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3.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칠백년의 한이 맺힌 물새가 날며

일편단심 목숨 끊은 남치마가 애닮구나

아 낙화삼천 몸을 던진 백마강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구드래 나루터> 입구에는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집집마다 <우여 회무침>이라는 쪽지가 붙어져 있다. <우여>가 무슨 생선인가? <웅어>인가? 음식점 가운데 한 곳에 들어갔다. 메뉴 가운데 정식이 있길래 가장 값싼 1인분 10,000원짜리 <사비정식>을 주문하였다. 돼지고기 수육, 어리굴젓, 가자미회무침을 비롯하여 한상 가득히 반찬이 차려져 나온다. 아주 좋았다. 10,000원짜리 식사가 이 정도면 아주 만족한다. 

구드래 나루터

음식을 기다리며 <우여>가 무엇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역시 <웅어>이다. 웅어는 주로 서해안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서식하는 생선인데 지금이 한철이다. 값도 아주 싸다. 10년쯤 전에 고양시 능곡역 근처에 있는 웅어 횟집에서 처음으로 웅어회를 맛보았다. 그 당시 아마 한 접시에 2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웅어회는 논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웅어 철이 끝나기 전에 논산에 가서 웅어회를 한번 맛보아야 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7시 정도 되었다. 며칠 전 <예당저수지>에 가서 출렁다리 밤풍경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예당저수지를 들러 집으로 가기로 했다. 부여에서 <예당저수지>까지는 1시간 조금 못 걸리는 거리이다.


<예당호관광지>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스피커에서 “옵, 옵, 옵, 옵빠는 강남 스타일...”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가 크게 흘러나오고, 저 멀리 다리 근처에서는 화려한 빛이 번쩍인다. 관광지에 들어가니 공연이 끝났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밤의 <출렁다리>는 조명으로 화려하다. 조명으로 빛나는 출렁다리를 느긋하게 건너간다. 초여름 밤의 호수 위는 바람으로 서늘하다. 화려한 조명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출렁다리를 건넜다가 다시 걸어 나오니 9시가 가까워진다. 

곧 음악분수 공연이 시작된다고 한다. 음악과 함께 출렁다리 옆 음악분수에서 물줄기가 뻗어 나오며, 화려한 조명이 커진다. 노래가 바뀌어가면서 분수는 여러 모습으로 춤추며, 현란안 조명은 호수 위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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