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로 나서는 젊은 부부 앞에 기다리고 있는 악의 흉계
홍콩의 배우 왕우(王羽)는 영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獨臂刀)를 통해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무협영화의 스타로서 왕우만큼 인기를 얻은 배우도 없을 것이다. 아마 무협영화 가운데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와 <돌아온 외팔이>(獨臂刀王) 만큼 인기를 얻은 작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왕우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에서 처음으로 무협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전에도 이미 무협영화에 출연하고 있었다.
영화 <강호기협 1>(江湖奇俠 1)은 왕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로서, 1965년 홍통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강호기협 2: 원앙검협>(江湖奇俠 2: 鴛鴦劍俠)으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는 속편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둘로 나눈 것처럼 스토리가 바로 연결된다. 이 영화에 출연할 당시 왕우의 나이는 만 21세 정도이다. 그래서 젊다 못해 어리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협영화의 주인공 치고는 무공도 변변찮은 수준이다.
귀오(왕우)는 한적한 산길을 가던 중 물건을 운반하던 보표가 복면을 한 일당들에게 습격을 받는 광경을 목격한다. 복면의 일당들은 보표의 수레를 습격하여 호위병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보물을 빼앗아 가려고 한다. 의협심이 강한 귀오는 즉시 그곳에 뛰어들어 복면의 괴인들과 싸운다. 그러다가 한 복면인이 던진 표창을 맞고 쓰러진다. 복면괴인들은 수레에 실린 보물을 빼앗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자 붉은 옷을 입은 중년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귀오를 치료 해준다. 치료를 받은 귀오가 여인에게 신분을 묻자 그녀는 자신을 홍부인이라고 말한다. 홍부인은 귀오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귀오는 악당들 손에 무참히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강호를 떠돌며 수련 중이라고 하면서, 지금은 어릴 때 부모들끼리 결정한 약혼녀가 있는 진가를 찾아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귀오는 부모님이 억울하게 죽은 후 천애고아가 되었다. 유일한 혈육으로는 부모가 학살당할 당시 외출하였던 고모가 한 분 있는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떤 분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고 맹세를 하고 있지만, 원수가 누구인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귀오는 진가에 도착하였다. 귀오가 자신을 소개하자, 그의 약혼녀인 연주를 비롯하여 연주의 어머니와 고모, 그리고 할머니는 귀오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러나 진가의 남자들은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얼마뒤 진가의 가장인 감룡이 돌아온다. 감룡은 귀오를 보고 낯빚이 변한다. 사실 좀 전에 마차를 습격한 것은 감룡이 이끄는 진가의 사람들이었다. 사파인 홍련파가 강탈한 물건을 진가의 사람들이 되찾아 주인에게 돌려주고 온 것이었다. 감룡을 비롯한 진가의 남자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귀오가 홍련파와 같은 편의 악당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그들은 귀오를 집안의 사위로 맞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의 고집으로 귀오와 연주는 결혼식을 올린다.
귀오는 감룡이 던진 표창을 보고, 그가 마차를 강탈한 사람들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렇지만 귀오는 아직 홍련파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감룡을 비롯한 진가의 사람들이 도둑인 것으로 오해한다. 귀오는 하루도 도둑의 소굴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날로 진가를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이 말을 연주에게 하니, 연주는 이미 귀오의 아내가 되었으므로 자신도 귀오와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선다. 그러나 진가에서는 가족들이 가장의 허락없이 함부로 집안을 떠날 수 없다. 떠나기 위해서는 그들을 가로막는 가족들을 물리쳐야 한다. 이 설정은 영화 <당랑>(螳螂)과 비슷하다. 당랑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이 영화에서 차용한 것 같다.
귀오와 연주가 나름대로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고수들이 즐비한 진가의 사람들 앞에는 어림도 없다. 이들이 집안을 나서려고 하자 먼저 연주의 고모가 그들을 막아선다. 둘이 협공을 해도 고모를 이길 수 없지만, 고모는 그들의 사랑을 알고 일부러 패해 길을 열어준다. 다음에는 연주의 어머니가 길을 막아선다. 어머니 역시 사랑하는 딸과 사위를 해칠 수는 없다. 역시 일부러 져주고 길을 열어준다. 다음에는 할머니가 길을 막아선다. 할머니 역시 처음에는 둘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붙이지만 결국은 손녀에 대한 사랑으로 길을 열어준다.
귀오와 연주 두 젊은 부부는 이제 강호에 나왔다. 그러나 경험이 일천하고 무궁도 그리 강하지 못한 그들 앞에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