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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5. 2021

백제(百濟)의 향기를 따라 其4

(2020-07-01) 논산여행: 탑정호, 은진미륵, 쌍계사, 개태사

배가 고프다. 점심으로 웅어회를 먹을려고 인터넷으로 주위 식당을 찾아보았다. <논산 웅어회>란 식당이 유명하다길래 찾아보니, 이 식당은 부여에 있다. 부여에 있는 식당인데, 식당 상호가 “논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웅어회는 부여가 본고장이라고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난번 부여에 갔을 때 웅어회를 먹었을 것을....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다음 행선지는 탑정호(塔亭湖)이다. 탑정호는 논산지역 관개를 위해 건설된 저수지인데, 면적이 150만평이라고 하니, 여의도의 1.5배가 넘는 넓은 호수이다. 이곳에는 또 <탑정호 생태공원>이 있다. 조금전부터 내리던 비가 점점 빗방울이 굵어진다. 탑정호 주위로는 호수를 일주하는 도로가 있다. 그리고 호수 바로 옆으로는 수변 데크로 된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요즘은 호수나 바다나 물이 있는 곳은 수변 데크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수변 데크뿐만 아니다. 왠만한 곳에 가면 둘레길이나 기타 여러 이름이 붙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걷고 싶은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나라 어딜 가더라도 좋은 산책길은 얼마든지 있다.


비가 점점 심해져 우산을 쓰고 탑정호 호수가에 내렸다. 저쪽에 출렁다리가 보인다. 가까이 갔더니 다리가 현재 건설 중이다. 현수교로 된 출렁다리인데, 탑정호를 가로지르는 다리이기 때문에 예당저수지의 출렁다리보다 훨씬 더 길어보인다. 현재 2/3정도 건설된 것 같다.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탑정호

이제 오늘의 주목적지 은진미륵으로 간다. 은진미륵은 논산시 은진면에 소재하는 관촉사(灌燭寺)란 절에 세워진 미륵보살상으로 정식 이름은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 입상>(灌燭寺石造彌勒菩薩立像)이다. 높이가 18미터가 넘고, 고려초기에 제작되어 연대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귀중한 불교유물이나, 모자와 머리가 지나치게 큰데 비해 몸통과 다리가 짧아 균형감이 떨어져, 예술성이 낮다하여 국보가 되지 못하고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나도 옛날 지식밖에 없었기 때문에 은진미륵이 당연히 보물인지 알았는데, 지난 2018년 국보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나는 은진미륵이 황량한 벌판에 세워져 있는줄 알았다. 교과서 등에 소개된 은진미륵불 사진을 보면 주위에 다른 것이 보이지 않고 큰 미륵불만 우뚝 서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그게 아니다. 아주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관촉사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문이 나온다. 보통 절들은 정문을 지나면 한참 걸어들어가 강독(講讀)을 하는 건물이 나오고, 그 아래 있는 계단을 지나면 대웅전이 절 마당이 있고, 마당을 지나 대응전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관촉사는 전혀 다르다. 정문을 지나면 바로 가파른 돌계단길이 나온다. 계단길을 오르면 강독을 하는 건물이 나오고, 그 아래로 다시 계단을 오르면 아담한 마당과 함께 대웅전이 나온다.


관초사는 이곳 충청도나 전라도 방면에 있는 다른 절에 비해서 넓이는 좁지만 화려한 건물로 가득 차있고, 산속의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웅전 왼쪽으로 조그만 바위 언덕 아래 은진미륵이 세워져 있다. 관촉사는 절 전체가 잘 가꾼 정원처럼 생각된다. 많은 절들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아늑하고, 잘 가꾸어진 절은 처음이다. 은진미륵 앞으로는 석탑을 비롯한 여러 유적들이 있다. 미륵불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잘 만들어져 있다.

내가 미륵불 부근에서 사진도 찍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집사람은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리고 나왔다. 비가 점점 더 거세진다. 대웅전 옆에 작은 벤치가 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아무생각도 없이 내리는 비와 미륵불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옆에 앉는 집사람은 연신 미륵불이 잘 생겼다고 말한다. 내가 미륵불이 예술성이 떨어져 국보로 지정되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 국보로 승격되었는데, 뭐가 잘 생겼느냐고 타박을 하자, 집사람은 자기가 보긴 잘생기기만 하였다고 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부처는 무엇이고 미륵불은 무엇일까? 부처, 즉 석가모니는 과거의 부처이고, 미륵불은 미래의 부처이다. 약 57억년이 지나면 인간의 수명이 수만년에 이르는 등 새로운 세상이 오게 되는데, 그때 세상을 밝혀줄 부처가 바로 미륵불이라는 것이다. 지구가 생긴 것이 45억년 전, 인간의 선조가 출현한 것이 600만년 전, 그리고 우리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언스 사피언스>(homo sapiens sapiens)가 출현한지는 겨우 5만년 전이다. 그때까지 이 지구가 이대로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미륵신앙이라는 것은 허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은 쌍계사로 갔다. 쌍계사라 지리산 기슭에 있는 하동 쌍사(雙磎寺)가 떠오르는데, 논산 쌍사(雙溪寺)는 한자가 조금 다르다. 그런데 “계”자는 磎나 溪 머드 시냇물 혹은 계곡을 뜻하므로 두 쌍계사의 뜻은 결국 같다. 쌍계사 앞에는 큰 못이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는 꽤 큰 절이다. 대웅전이 예술성이 뛰어나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절이 언제 최초로 건립된지는 모르고, 지금의 대웅전은 조선 영조 때 건축하였다고 한다.

쌍계사

대웅전 외에도 쌍계사에는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 비가 세차게 내려 상세한 설명문은 읽지를 못했으나, 수백년이 넘는 유물만 하더라도 10여 종은 되는 것 같다. 절 마당 한 켠에는 잘 생긴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다. 나무 전체가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큰 공처럼 보인다. 최근 몇 번의 여행에서 느티나무가 얼마나 잘 생긴 나무인지 처음 알았다. 시골 마을 앞이나 절 입구에 우뚝 서있는 느티나무들은 다른 어떤 나무들보다 우아하고 넉넉한 느낌을 준다. 올 가을에는 나도 파주 농장 앞마당에 느티나무를 두 그루 정도 심어야겠다.  


다음은 개태사이다. 개태사(開泰寺)는 천호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데, 태조 왕건의 삼국 통일을 기념하여 지은 사찰이라 한다. 논산에서는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권촉사 다음으로는 단연 개태사를 친다고 한다.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시고 있으며, 매년 왕건의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개태사에는 사람 키의 두 세 배 정도 되는 석불이 세 개 서있는데, 이 삼존불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개태사

개태사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현재 대웅전은 없는 것 같은데,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부속 건물을 짓고, 사찰 경내를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금 세찬 비로 공사는 잠시 중단된 것 같았으나, 여기 저기 공사터가 널려있어 분위기느 조금 산만하였다. 공사가 완료되면 아마 다시 논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느덧 해는 지고 조금씩 어두워 온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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