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반대를 뚫고 결혼한 젊은 연인, 그리고 여자의 안타까운 죽음
멜로 영화는 동서양을 구분 없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 같다.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는 에릭 시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1970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개봉된 후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어 진실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으로서 전 세계 사랑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된 지 몇 년 후에 들어온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대히트를 쳤다. 그 시대 연인들이라면 아마 이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는 멜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당시에는 보지 못하고 최근에 감상하였다. 다만 1970년대 중반쯤 소설은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올리버와 제니 사이에 질이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없다. 내가 기억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소설과 영화가 차이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감상하였지만 별로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과 골든 글러브 상의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아카데미 상에서는 작곡상, 골든 글로브 상에서는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음악 <눈싸움>(Snow Frolic)도 큰 인기를 끌었다.
https://youtu.be/hz8aaLmgeQI?si=fgzSST8fX15qtVUu
부유한 명문가의 아들로서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올리버(라이언 오닐 분)는 어느 날 래디클리프 대학에 다니는 제니(알리 맥그로)와 사랑에 빠진다. 올리버의 집안은 선조 대대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명문가로서, 그의 아버지는 올리버가 판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니는 아버지가 작은 쿠키 가게를 하는 평범한 집안의 딸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며, 부녀 간의 관계는 아주 좋다.
올리버가 제니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올리버의 아버지 올리버 바렛 3세는 마뜩잖은 마음이다. 그는 올리버가 자신의 집안과 걸맞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넌지시 제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며, 여자와 사귀는 것은 나중에 생각하라고 올리버에게 충고한다. 올리버는 그런 고지식하고 자신의 뜻만을 내세우는 아버지가 싫다.
올리버는 제니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제니도 결혼을 원하지만 올리버의 부모의 승낙을 받고 싶다. 올리버는 양친에게 제니를 소개해 주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처음으로 올리버의 집을 찾아간 제니는 올리버의 집안이 생각보다 너무 부자로 깜짝 놀라며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의 집은 차로 대문을 들어선 후 현관까지 한참을 달려야 할 정도로 넓다.
제니를 만난 올리버의 부모는 그녀에게 집안이나 가족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올리버의 아버지는 올리버에게 둘의 결혼을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면 어떠냐는 말을 한다. 올리버는 아버지의 그 말이 둘의 결혼을 반대하고, 또 제니를 모욕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제니를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는 앞으로는 아버지와 연을 끊겠다고 하면서 둘이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한다.
올리버는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정한다. 아버지와 연을 끊겠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학비마련이 쉽지 않다. 올리버는 로스쿨 학장에게 장학금을 요청하지만,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올리버와 제니는 대학에서 간단한 결혼식을 올린다. 제니의 아버지 필은 그 둘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지만, 올리버의 부모는 초청받지 못했다. 결혼을 한 올리버와 제니는 작은 싸구려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올리버는 대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제니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생활비와 올리버의 학비를 댄다. 둘의 생활은 어려웠지만 둘은 행복하다.
올리버와 제니는 올리버의 아버지로부터 환갑을 축하하는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 제니는 그것을 부자간의 화해의 좋은 기회로 생각하지만 올리버는 완강히 참석을 거부합니다. 제니는 하다못해 부모님에게 전화만이라도 하라고 권하지만, 올리버는 그마저 거절한다. 올리버의 고집에 제니는 화가 나 집을 뛰쳐나간다. 올리버는 밤늦게까지 제니를 찾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올리버는 아파트 앞에서 울고 있는 제니를 발견한다. 올리버가 그녀에게 사과하자 제니는 이 영화의 명대사인 "사랑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며 올리버를 용서한다. 그 후에도 힘든 생활은 계속되지만 두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올리버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뉴욕의 명문 로펌에 취직하였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생활도 달라지게 된다. 고급아파트에 살게 되었고, 생활의 여유도 생겼다. 제니는 이제 아기가 갖고 싶다. 그런데 쉽게 임신이 되지 않는다. 제니는 검사를 위해 올리버와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거기서 올리버는 제니가 백혈병에 걸려 있으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생명이라는 말을 듣는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올리버는 제니의 병을 숨기지만, 영리한 제니는 곧 올리버의 변화를 보고 자신의 병을 알아버렸다. 올리버는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파리 여행을 준비하지만, 제니는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 제니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녀는 오히려 올리버를 격려하면서 아버지 필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올리버는 저명한 백혈병 전문의에게 제니의 치료를 부탁한다. 너무나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올리버는 스스로 연을 끊었던 아버지를 찾아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녀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제니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제니는 올리버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필은 “제니에게 약속한 대로 강해져야 해”라고 하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올리버는 참을 수 없어 병원을 나오다가 입구에서 아버지와 만난다. 그의 아버지는 사실을 알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제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할 말을 잊는다. 그런 아버지에게 올리버는 “사랑이란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란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가버린다.
올리버는 제니와 자주 가던 스케이트 장을 찾아가 제니가 앉았던 관람석에 앉는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제니를 생각한다. 그녀는 아직 25살이었다.
이 영화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서 세계인들의 감성을 자극하였는데, 사실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잣집 청년과 가난한 집안의 처녀가 만나 사랑을 하지만, 청년의 집안의 반대로 둘은 사랑의 도피를 하고 짧은 행복한 생활을 거친 뒤 여자가 불치의 병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이전부터 많이 보아온 너무나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이다. 지금도 경제적 격차가 큰 남녀 간의 사랑, 그러다가 한쪽 집안의 반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 등은 지금도 우리나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상투적인 이야기의 전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를 얻었던 것은 서양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좀 생소한 내용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도 훨씬 더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가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