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편집증적인 모정(母情)
우리는 어머니(mother)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될까? 자식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 바다와 같이 넓디넓은 푸근함, 행복감 등을 느낄 것이다. 영화 <마더>를 보면서 이 어떤 영화일까 생각했다. 범죄영화, 자식을 구하기 위한 모정 등과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던지라, 범죄의 희생양이 된 자식을 구하려는 모정, 아니면 자식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어머니의 혼신의 몸부림 등과 같은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감상을 하니 영화는 애초의 예상과는 유사하게 전개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예상치도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편집적인 사랑이 얼마나 광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대 가치이다. 이 영화에서 어머니는 그 절대가치를 향하는 가운데,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진실에 대해서도 눈을 감아버리고 마는 광적이고 편집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09년 봉준호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대단한 평가를 받아 많은 국내외 영화상을 받았다. 특히 김혜자는 우리나라 배우로는 처음으로 LA 비평가 협회상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로 히치콕과 비교되는 높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도준의 모(김혜자 분, 이하 “마더”)는 발달장애인인 도준(원빈 분)과 함께 면소재지 정도로 보이는 시골 마을에서 한약재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무면허로 침을 놓아주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몇 번인가 경찰의 단속을 받기도 하였다. 도준은 마을의 껄렁패인 진태와 어울려 다니며 말썽을 부리기 일쑤이다.
밤늦게까지 마을 술집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던 도준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에 가기 위해 술집을 나온다. 그의 앞에는 여고생 한 명이 걸어간다. 그는 별생각 없이 여고생을 따라간다. 그러다가 버려진 건물 근처에서 여고생이 사라져 버린다.
다음날 아침 여고생의 시체가 버려진 집의 옥상에서 발견되었다. 여고생의 시체는 기이하게도 옥상의 난간에 걸려있다. 경찰은 즉시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경찰이 탐문수사를 한 결과, 여고생이 죽은 비슷한 시각에 도준이 술집에서 나갔다는 증언이 있었고, 또 도준이 버려진 집 근처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도 나왔다. 경찰은 결정적인 물적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로 일단 그를 용의자로 체포한다.
도준은 발달장애인이다. 경찰이 신문을 하지만 그는 횡설수설 대답한다. 처음에는 여고생을 죽인 적이 없다고 대답하지만, 경찰이 무섭게 다그치자 자신이 죽였다고 대답한다. 왜 죽였느냐고 묻자 여전히 횡설수설이다. 그렇지만 도준이 일단 범행을 인정했으므로 경찰은 그를 살인용의자로 일단 경찰서 유치장에 가둔다. 이 소식을 들은 마더는 유치장으로 도준을 찾아간다. 도준에게 정말 여고생을 죽였느냐고 묻자, 도준은 “내가 사람을 왜 죽여?”라며 도리어 반문한다.
마더는 도준이 결백하다고 확신한다. 그녀는 먼저 변호사에게 달려간다. 변호사와 이야기를 해보니 그는 돈만 밝힐 뿐 도준의 결백을 입증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잡아 도준의 결백을 밝히려고 결심한다.
마더는 도준의 친구인 껄렁패인 진태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한다. 그녀는 증거를 찾기 위해 외딴곳에 있는 진태의 집을 찾아간다. 진태는 애인과 정사를 치른 후 잠에 곯아떨어져 있다. 마더는 진태의 방에 들어가 둘러보니 진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골프채가 있고, 골프채에는 붉은 피가 묻어있다. 마더는 골프채를 몰래 가지고 나와 경찰에 가져다주고는 진태가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에 불려 온 진태는 골프채는 우연히 주운 것이며, 골프채에 묻어있는 것은 피가 아니라 립스틱이라 대답한다. 진태의 말은 사실이었다. 진태는 마더가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와 골프채를 들고나갔고, 자신을 범인이라고 신고한 데 대해 마더에게 크게 화를 내었다. 마더는 진태의 화난 목소리에 어쩔 줄을 모른다. 진태는 마더에게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소리치고, 마더는 그 말에 연신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인다. 이것은 친구 어머니와 아들 친구 사이의 정상적인 대화가 아니다. 여기서 마더와 진태 사이에 어떤 “성적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마더는 다시 살인사건에 대해 조사한다. 죽은 여고생의 이름은 문아정이었다. 마더가 아정은 거동이 힘든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주위사람들에 대해 아정에 대해 물어본 결과, 아정의 집은 아주 가난하여 그녀가 돈을 받고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아정이 휴대전화로 자신을 상대한 남자를 몰래 찍어 그것으로 남자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마더는 아정의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아정의 휴대전화를 찾아온다.
마더는 도준에게 아정의 휴대전화에 찍힌 남자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 사진 속에 있는 한 노인을 사건이 있던 날 버려진 건물에서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는 쓰레기를 수집하여 살아가는 노인으로서, 외딴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마더는 노인의 증언을 듣기 위해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노인은 그날밤 자신이 현장에서 범행을 목격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괴로웠다고 말한다. 노인이 본 그날밤의 장면은 다음과 같았다. 아영이 버려진 집 근처로 오자 뒤따라오던 도준이 뭔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아영이 뒤돌아보면서 “병신”이라고 내벹었고, 도준이 큰 돌덩어리를 들어 아영을 향해 던졌다. 도준은 쓰러진 아영을 옥상으로 끌고 갔다.
이 말을 들은 마더는 도준이 그럴 리가 없으며, 그는 결백하다고 소리친다. 오인은 자신이 본 것을 경찰에 알리겠다며 전화기를 든다. 마더는 아들의 살인 증거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근처에 있는 공구로 노인의 머리를 내리친다. 노인이 쓰러지자 그녀는 집에 불을 지른 후 그곳을 떠난다.
얼마 후 경찰에서 마더에게 진짜 살인범을 체포했다는 연락이 왔다. 살인범은 종팔이라는 청년인데 그의 셔츠에서 아정의 피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더는 종팔을 찾아간다. 종팔은 아영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하던 중 아영이 코피를 흘려 옷에 묻었다며, 자신은 아영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종팔은 도준보다 훨씬 더 심한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마더는 종팔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지만, 종팔이 범인이 되어야 도준이 풀려난다. 그러면서 마더는 종팔에게는 그를 위해 싸워줄 어머니가 없다는 말을 듣고, 죄책감이 들어 오열한다.
도준은 감옥에서 풀려났다. 마더는 진태와 함께 도준을 데리고 온다. 오는 도중 불타버린 노인의 집터를 바라본다. 도준은 집터로 가더니 뭔가 주워온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며 마더는 도준에게 왜 아영의 시체가 옥상 난간에 걸쳐져 있었을까 하며 물어보니, 도준은 다쳤으니까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하여 빨리 치료를 받도록 하려고 그랬겠지라고 대답한다.
이제 모든 사건은 다 마무리되었다. 마더와 도준도 옛날의 생활로 돌아왔다. 마더는 마을에서 주최하는 효도관광에 참가한다. 마더가 버스에 오르려 할 때 도준이 뭔가를 마더의 손에 가만히 쥐여 준다. 그것은 불타버린 노인의 집에서 발견한 마더의 침술 키트였다. 그것을 돌려주면서 도준은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라고 속삭인다. 그녀는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앉아 아들의 살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