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길거리에 나붙은 영화 포스터들 가운데 몇몇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난다.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이다. 제목부터가 특이한 데다 영화 포스터에 그려져 미국 러시모어 산 봉우리에 있는 4명의 대통량 석상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는 스파이 스릴러로서 1959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는데, 유명한 히치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인 “North by Northwest”란 어느 방향을 의미하는 것일까? 실제로는 그런 방향은 없다. 모든 방향을 32방향으로 분할하였을 때 북북서에 해당하는 방향은 “North-NorthWest”(NNW)이다. 이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히치콕만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스토리
광고회사 임원인 로저 손힐은 호텔 커피숍에서 회의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괴한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오인되어 권총으로 위협을 받으며 대저택으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타운센드라는 남자가 나타나 그를 스파이 캐플랜이라고 단정을 하고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며 추궁해 온다. 손힐이 아무리 자신은 캐플린이 아니라고 호소를 하지만, 타운센드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손힐이 끝까지 그의 추궁을 부정하자, 타운센드는 부하들을 시켜 술을 강제로 먹이고는 차에 태워 절벽에서 추락시켜 죽이려고 한다.
손힐은 추락당할 위기를 겨우 모면하지만 순찰 중이던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체포된다. 벌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캐플란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납치되었던 호텔로 돌아온다. 그는 캐플란이 숙박하고 있다는 호텔방을 찾아가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 이때 그는 타운센트의 부하들이 다시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호텔을 빠져나온다. 그는 타운센트가 유엔에서 연설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 내어 유엔 본부로 향한다. 그렇지만 유엔 건물 로비에서 만난 타운센드는 저택에서 보았던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손힐이 타운센드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 손힐을 쫓던 자들이 칼을 던지고, 타운센드는 그 칼에 맞아 죽는다. 졸지에 손힐은 살인용의자로 수배된다.
미국 정부의 정보기관 회의실에서는 교수라고 불리는 보스를 중심으로 예상외의 사태에 대한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 타운센트라 사칭한 남자는 실제로는 밴 대머라는 적 스파이단의 두목이었는데, 교수는 밴 대머의 조직에 자신들의 스파이를 심어놓았다. 캐플란은 밴 대머에 일당 속에 심어둔 스파이를 보호하기 위해 밴 대머의 주의를 끌기 위해 만든 가공의 스파이였다. 교수는 재수 없이 자신들의 스파이 전쟁에 끼어들게 된 손힐에게 동정심을 갖지만, 자신들의 동료 스파이의 안전을 위해 그냥 두기로 결정한다.
손힐은 자신이 납치되어 갔던 대저택의 주인이라는 켄달이라는 의문의 여인을 만난다. 시카고에 도착한 손힐은 켄달이 가르쳐주는 대로 캐플란을 만나러 교외로 나갔다가 경비행기의 습격을 받아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겨우 살아서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손힐은 캐플란이 머물기로 되어 있는 호텔에서 켄달을 만난다. 그녀의 정체를 의심한 손힐은 그녀를 미행한다. 그녀가 간 곳은 경매장이었다. 그곳에서 켄달은 밴 대머와 그의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밴 대머는 그녀를 통해 경매에 참가한다. 손힐도 경매에 참가하여 밴 대머가 낙찰받기 원하는 물건을 낙찰받지 못하게 방해한다. 밴 대머는 부하들을 시켜 손힐을 제거하려 하지만, 손힐은 경매를 방해하여 혼란스럽게 만든 후 일부러 경찰에 연행되어 위기를 탈출한다.
손힐을 태운 경찰차는 경찰서로 가는 듯하더니 공항으로 방향을 돌린다. 공항에 도착하자 교수가 나타나 손힐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한다. 켄달은 교수가 밴 대머 조직에 보낸 스파이였다. 켄달이 손힐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안 밴 대머는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교수는 손힐에게 그녀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교수로부터 받은 임무는 밴 대머의 은신처가 있는 러시모어 산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켄달을 권총으로 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밴 대머는 캐플란이 그녀를 쏜 것으로 알고 그녀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권총은 공포탄이다.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손힐은 밴 대머가 켄달을 데리고 미국을 떠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손힐은 밴 대머로부터 그녀를 되찾기 위해 나선다. 밴 대머 일당을 데리러 온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손힐은 극적으로 켄달을 빼돌린다. 켄달은 밴 대머로부터 도망치면서 밴 대머가 가지고 있던 비밀 필름이 들어있는 조각상을 훔쳐 나온다.
밴 대머는 부하들을 데리고 손힐과 켄달을 죽이고 비밀 필름이 든 조각상을 되찾기 위해 추격해 온다. 손힐과 켄달은 대통령의 얼굴 석상이 있는 러시모어 산으로 도망친다. 이들을 밴 대머와 그의 부하들이 추격해 온다. 대통령 석상에서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손힐과 켄달은 그들에게 쫓기면서도 추격자들을 하나하나 처치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밴 대머가 두 사람에게 총을 겨눈다. 밴 대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총소리가 나면서 밴 대머가 쓰러지면서 석상의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손힐과 켄달을 지원하기 위한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었다.
손힐과 켄달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 문득 떠오른 생각
이 영화는 히치콕 감독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다. 처음에는 옛날 스파이 영화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작품은 요즘에도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의 마지막 20분 정도는 러시모어 산의 대통령 석상에서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생각은 이곳은 미국의 문화재일 텐데, 이렇게 석상을 밟고 다니며, 석상을 오르내리며 영화촬영을 해도 괜찮은지 하는 의문이었다. 국민학교 다닐 때 경주로 여행 가서는 석굴암에 들어가 아이들이 석굴암 안에 있는 불상에 기어오르기도 하고 하였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때만 해도 그만큼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때였다. 이 영화가 제작된 것은 지금부터 60년 전이라 미국도 그때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