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호”를 망명시켜라!
처음에는 <붉은 10월>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인가 생각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발생한 <검은 9월단>에 의한 끔찍한 테러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은 9월단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인질로 잡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질 9명을 살해하고 테러단원 역시 전원 사살되었다.
영화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의 원제목은 “붉은 10월 사냥”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톰 클랜시의 소설 <붉은 10월을 추격하라>를 원작으로 한 것인데, 1990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붉은 10월”은 소련의 최첨단 핵잠수함의 이름으로서, 선장 라미우스가 붉은 10월을 끌고 미국에 망명하려고 하며, 이를 눈치챈 소련 잠수함대가 붉은 10월을 격침시키기 위해 추격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최우수 음향 효과상을 수상했다.
때는 1984년 소련 해군의 잠수함 함장인 마르코 라미우스(숀 커넬리 분)는 소련의 첨단 잠수함이라 할 수 있는 초저소음 항법시스템 “캐터필러 드라이브”를 장착한 초대형 핵잠수함 “붉은 10월”을 지휘하여 무르만스크 항구를 출항한다. 붉은 10월호는 이전에 라미우스의 부하였던 레프 대위가 지휘하는 알파급 잠수함 “코노 발로프”와 함께 훈련을 할 계획이다. 그런데 라미우스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정치장교 이반 푸틴이 라미우스에 대해 조사를 하자, 라미우스는 사고를 위장하여 그를 살해해 버린다.
라미우스는 자신이 지휘하는 붉은 10월 호를 끌고 미국에 망명할 계획이다. 그는 아내가 죽은 이후 소련 정부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고, 또 자신이 지휘하는 붉은 10월호를 이용하여 소련이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계획을 가장 신뢰하는 측근 부하에게만 알렸고,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비밀로 부치고 있다. 라미우스는 자신이 망명계획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이미 소련 정부에 망명의사를 담은 편지를 보낸 뒤였다. 소련에서도 곧 그의 망명계획을 알고 추격대를 보낼 것은 틀림없다. 소련 군 고위층에서도 라미우스의 망명계획을 알았다. 곧 잠수함 부대에 명령하여 붉은 10월이 지나갈 곳으로 예상되는 곳에 대규모 명령을 배치하고, 붉은 10월(레드 옥토버)을 격침시키도록 명령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소련 잠수함에 대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댈러스"가 붉은 10월을 발견했다. 이 정보를 받은 CIA 고위층은 잠수함에 정통한 마린 잭 라이언에게 이 잠수함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라이언은 조사결과 레드 옥토버가 미국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캐터필러 드라이브를 장착한 초대형 잠수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이언이 이에 대한 보고를 한 얼마 뒤 레드 옥토버는 캐터필러 드라이브를 가동시켜 미국 잠수함의 감시망을 빠져나가 버린다. 얼마 전에 미군 잠수함 댈러스가 래드 옥토버를 발견한 것도 라미우스가 일부러 소리를 내어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 준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라미우스가 이끄는 레드 옥토버가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군 고위층에서는 고민에 빠졌다. 레드 옥토버가 왜 미국을 향해 오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드 옥토버가 미국 근처에 와서 핵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손도 쓸 수 없는 사이에 당하고 만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미국 잠수함에게 레드 옥토버를 격침시키라는 명령을 내리려 한다.
이때 라이언이 나선다. 라이언은 소련 잠수함에 대해 정통할 뿐만 아니라, 라미우스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였다. 그래서 그는 라미우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그는 군 상층부에 라미우스가 미국을 향해 오는 것은 그가 망명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다. 그렇지만 군 상층부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레드 옥토버가 미국을 공격할지 모르므로 격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라이언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라이언으로 하여금 직접 사실을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로 그를 보내준다.
한편 레드 옥토버 역시 순조로이 미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병사들 속에 잠입해 있는 KGB 요원이 라미우스의 망명 의도를 눈치채고, 소련의 잠수함이 추격할 수 있도록 캐터필러 드라이브를 고장 낸다. 소련 잠수함이 소리를 숨길 수 없게 된 레드 옥토버를 추격하여 격침시키려고 한다. 라미우스는 노련한 명함장이었지만, 자신이 미국으로 향하는 마당에 자신을 추격하는 조국의 잠수함을 차마 격침시킬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지를 총동원하여 자신을 향해 어뢰공격을 가하는 소련 잠수함을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소련 군부로서는 큰일 났다. 자신들이 애써 개발한 최강의 잠수함이 통째로 미국에 넘어가게 생겼다. 이젠 자신들의 힘으로는 레드 옥토버를 격침시키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소련 지도부는 한 가지 외교적 계략을 세운다. 소련에서는 주미 소련 대사를 화이트 하우스로 보낸다. 소련 대사는 소련의 핵잠수함 레드 옥토버가 지휘부의 명령을 듣지 않고 무단으로 출격하여 미국을 공격하려고 한다라고 하면서, 미국이 레드 옥토버를 격침시켜도 좋다고 통보한다. 미국 해군의 힘을 빌려 레드 옥토버를 격침시킬 계획인 것이다.
미군 지휘부는 미 해군에 레드 옥토버를 격침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라이언은 초계함의 함장인 맨쿠소에게 라미우스는 망명할 계획이라고 설득한다. 미심쩍어하는 맨쿠소를 옆에 두고 라이언은 모스 부호를 이용하여 라미우스와 대화를 시도한다. 라미우스는 모스 부호로 라이언에게 망명의사를 밝힌다. 그리고 라이언은 레드 옥토버로 이동한다.
한편 레드 옥토버에서는 라미우스 선장과 측근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은 미국 망명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병사들을 모두 잠수함 밖으로 내보내야만 망명이 가능하다. 라미우스는 일부러 레드 옥토버의 원자로 가짜 고장사고를 일으킨다. 라미우스는 원자로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면서 부하들을 잠수함 밖으로 내보내며, 그들은 모두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국 함정으로 옮겨 탄다. 라미우스는 끝까지 레드 옥토버와 함께 하겠다면서 잠수함에 남는다.
라미우스와 그를 따르는 부하들은 자신들의 잠수함으로 옮겨 탄 맨쿠소와 라이언 등에게 정중하게 자신들의 망명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망명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미우스의 의도를 알아차린 KGB 요원 보로딘이 레드 옥토버에 남았고, 그는 라미우스를 죽이고 잠수함을 침몰시키려 한다. 또 보로딘의 연락을 받고 추격해 온 소련 잠수함 코노발로프가 레드 옥토버를 공격해 온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치열한 근접 총격전 끝에 라이언은 보로딘을 죽인다. 그리고 라미우스는 공격해 오는 코노발로프에게 반격을 가하여 어뢰를 쏘아 코노발로프를 격침시켜 버린다. 코노발로프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미국은 코노발로프의 침몰을 레드 옥토버의 침몰이라고 소련에 통보한다. 이로서 소련은 레드 옥토버가 미국에 의해 격침되었다고 믿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라미우스는 소련 정부가 붉은 10월을 이용하여 미국에 대해 무차별 핵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방명했다고 밝힌다. 라미우스는 성대한 환영을 받고, 라이언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를 몇 편 본 적 있는데, 좁은 공간에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라미우스 선장 역을 연기하는 쇼 커넬리의 연기도 노련하지만, 잠수함과 잠수함의 추격전, 잠수함끼리의 전투, 그리고 속고 속이는 계략의 연속 등 흥미진진한 감상거리가 아주 많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 긴 영화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주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