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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2. 2023

영화: 서울의 휴일

중산층 부부가 겪은 서울의 파란만장한 일요일 하루

■ 개요


가끔 옛날 우리나라 영화를 감상하는데, 1950년대에도 뜻밖에 괜찮은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당시는 지금에 비해 영화기술이 현저히 뒤떨어졌고, 또 일반 국민들의 영화를 보는 수준도 높지 않았기에 얼핏 생각하면 옛 영화는 대부분 형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뜻밖에 괜찮은 영화를 종종 만난다. 


영화 <서울의 휴일>은 1956년에 제작되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 불과 3년 뒤에 제작된 작품이다. 영화 곳곳에 아직 전쟁의 상흔이 보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중산층 부부의 생활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로마의 휴일>이 1955년에 제작되었는데, <서울의 휴일>이라는 영화제목은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는 신문기자 남편과 의사 아내의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연 배우는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 줄거리


뷔너스 산부인과의 의사인 남희원은 휴일을 맞아 신문기자인 남편 송재관에게 오랜만에 외출하여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자고 제안을 한다. 송재관도 그동안 아내와 시간을 함께 한 적이 제대로 없어 기꺼이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 아내가 외출준비를 하는 동안 송재관은 그날의 스케줄을 시간대로 짜서 아내에게 알려준다. 남희원은 오늘의 외출을 위해 용돈도 듬뿍 지출할 예정이다. 


송재관 남희원 부부가 막 외출하려는 순간 옆집의 남자가 달려와 전화를 받으라 한다. 이 장면을 보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이 당시는 전화가 매우 귀했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라도 가정집에 전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에 전화를 가진 집이 있으면, 그 전화가 마치 마을 전화와 같이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송재관의 이웃집도 아주 부자라 큰 양옥집에서 살고 있는데, 재관에게 오는 급한 전화가 그리로 온 것이다. 

재관은 최근 며칠 동안 후암동 연쇄살인사건을 취재 중이었는데, 그 전화는 사건에 대한 제보였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재관에게 범인이 사는 곳 등 사건가 관련한 몇 가지 제보를 해준다. 재관은 외출준비를 하는 아내에게 취재 문제로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신문사에 급히 연락해 신문사 차를 타고 제보를 받은 범인의 집으로 달려간다. 


금방 돌아오겠다며 나간 남편은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드디어 참지 못한 희원은 혼자서 외출한다. 먼저 남편이 근무하는 신문사 근처로 가는데, 우연히 남편의 동료 기자 몇 사람을 만난다. 남편의 동료들은 희원을 놀릴 셈으로 재관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지금도 아마 여자를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희원에게 함께 술이나 마시자고 하고, 희원도 그들을 따라나선다. 


재관은 제보를 받은 곳으로 달려가 보니 그곳은 외딴곳에 있는 집이었다. 재관은 집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범인이 눈치를 채고 달려드는 바람에 위기를 맞는다. 그렇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희원은 남편 친구들에게 술값을 잔뜩 뜯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웬 소녀가 울고 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엄마가 곧 출산을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희원은 진통 중인 소녀의 엄마가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재관은 후암동 살인사건 범인의 검거에 결정적인 공을 세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아내가 출산을 도운 여자를 보니 바로 범인의 아내이다. 


■ 약간의 느낌


주인공인 재관, 희원 부부는 당시로서는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아니 상류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편에 속한다.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도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서,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보는 부자 동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눈으로 보면 뭔가 삭막하고 빈한한 느낌이다. 거리의 풍경에도 전쟁의 상흔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1956년이라면 나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지난날이다. 1960년 무렵의 일이라면 단편적으로 생각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옛 기억에 잠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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