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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3. 2023

영화: 슈퍼의 여자(スーパーの女)

망해가는 슈퍼와 옛사랑을 함께 되살린 소꿉친구

■ 개요


영화 <슈퍼의 여자>(スーパーの女)는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주부가 어릴 적 친구가 경영하는 슈퍼마켓의 경영위기를 헤쳐나가도록 한다는 석세스 스토리로서, 1996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대히트를 쳐 흥행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20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작품상 등 많은 영화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올일본 슈퍼마켓협회>가 전면적으로 협력하였다고 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코믹하게 전개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카 체이스 장면도 보이는 등 오락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마트같은 대규모 소매점을 "대형마트"라 하나, 일본에서는 이를 "종합슈퍼"라 한다. 영화의 무대는 종합슈퍼, 즉 대형마트이다.


■ 스토리


슈퍼마켓에서 장보기를 좋아하는 주부 이노우에 하나코(井上花子)는 슈퍼마켓 <염가 대마왕>에서 어릴 적 친구 고바야시 고로(小林五郎)와 우연히 마주친다. 하나코는 다른 슈퍼마켓에도 함께 가보자는 고로를 따라 <정직점>이라는 슈퍼마켓을 둘러보게 된다. 그런데 <정직점>을 둘러보니 형편없다. 하나코는 형편없는 슈퍼마켓이라고 혹평하는데, 고로는 실은 <정직점>의 사장이었다. 고로와 하나코는 그날 저녁 함께 술을 마신다. 술에 취한 고로는 하나코에게 <정직점>이 지금은 <염가 대마왕>의 염가 공세에 눌려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지만, 기필코 일본 최고의 슈퍼마켓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나코가 주부의 눈으로 <정직점>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일러주자, 고로는 아예 하나코에게 <정직점>에 취직하여 함께 일하자고 한다. 하나코는 <염가 대마왕>이 싼 값으로 물건을 팔고 있지만, 실은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고로와 의기투합하여 함께 <염가 대마왕>과 싸워나가기로 한다.


<정직점>에 입사한 하나코는 계산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단순히 계산원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물건을 팔기 위하여 끊임없이 상품의 품질을 체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 다른 부서와 충돌이 생긴다. 슈퍼 내에는 신선식품부만 하더라도 채소팀, 육류팀, 생선팀 등 여러 부서가 있다. 이들 부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장인들이 이끌고 있는데, 그들은 장인 정신만을 고집할 뿐 정작 소비자들의 요구는 귓전으로 흘린다. 하나코가 이들 부서와 충돌을 피하지 않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지만 일개 계산원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고로도 이것을 깨닫고 하나코를 부점장으로 승진시킨다. 부점장이 된 하나코는 한층 더 개혁을 요구함과 아울러, 고객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고자 한다. 신선식품의 재포장 판매 금지는 하나코가 가장 내세운 개혁안이었다. 고로도 이에 동의하여 <정직점>의 경영을 개선해 나갔다. 이에 따라 <정직점>의 고객수도 증가하고 매출도 늘어난다. 술김에 하나코에게 큰소리쳤던 “일본 최고의 슈퍼마켓”이 꿈만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일본 최고”란 매출액이나 이익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이다.

과일 및 채소 부문에서는 재포장이 금지되어 판매품의 신선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어류 부서에서는 재포장 금지에 따를 수 없다며 버텼자만, 결국은 하나코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그날 팔리지 않는 모든 생선은 그대로 폐기처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장인의 허세로 팔리지 않는 비싼 고급 물고기를 계속 수족관에 두고 있었는데, 그런 일들도 그만두게 하였다. 도시락 등 조제 식품 부서에서도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표시된 재료를 제대로 넣어 음식을 만드는 등 일대 개혁을 단행하였다.


정육 부서에서는 간 고기를 만들 때 오래된 고기를 쓰지 않고 신선한 고기를 사용하도록 방침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육부서의 책임자는 배달된 고급 국산 쇠고기를 불법적으로 빼돌려 사복을 채우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정육부서 직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하나코와 고로는 정육부서의 책임자가 고기를 빼돌리는 장면을 적발하여 그를 추궁한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하나코와 고로는 <정직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을 뿐 아니라, <정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정직점> 직원들은 <정직점>에서 장을 보지 않았다. 이제 자신들이 제대로 된 물건을 팔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됨으로써, 직원들부터 <정직점>을 이용하게 되었다.

<염가 대마왕>의 사장은 자신들의 염가전략을 통해 <정직점>을 망하게 한 후 <정직점>을 인수하여 독점이윤을 얻을 속셈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계획과는 달리 <정직점>이 망하기는커녕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정직점> 직원들에 대해 스카우트 공작에 나선다. <정직점>보다 훨씬 더 좋은 급료를 지불할 테니 <염가 대마왕>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고로와 하나코도 알게 되었다. 아침 조회시간, <염가 대마왕>으로부터의 스카우트 이야기가 나오자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염가 대마왕>으로 옮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하나코의 설득과 그동안 하나코와 고로의 진심을 이해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염가 대마왕>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남겠다고 한다. 결국 <정직점>을 떠난 사람은 매니저와 정육점 책임자,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소수의 사람뿐이었다.

슈퍼의 영업시간이 끝난 후 직원 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던 하나코는 정육부서 책임자와 매니저가 점포에서 고기를 빼돌리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나코가 급히 달려갔는데, 잘못하여 냉동차에 갇히고 말았다. 빨리 나오지 못하면 하나코는 동사한다. 고로는 트럭을 타고 냉동차를 쫓아간다. 치열한 카 체이스를 벌인 끝에 고로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냉동차를 세우는 데 성공하며, 매니저와 정육 책임자는 체포되었다. 냉동차가 멈춘 곳은 어느 어항으로서, 이곳에서는 정월에도 고기를 잡으로 나간다는 것을 안 하나코는 새해 첫 어획량을 모두 사겠다는 계약에 성공한다.


새해가 밝아 1997년 1월 2일. 정월 판매전을 맞아 <정직점>은 소비자들로 대성황을 이루어 손님이 한산한 <염가 대마왕>에게 멋진 승리를 거둔다.


■ 약간의 느낌


나는 일본의 슈퍼마켓을 이용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마켓은 소위 <종합슈퍼>로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대형마트”이다. 일본의 대형마트에서는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재포장을 금지하고, 도시락 등 조제 식품의 경우에는 좋은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줄로 알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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