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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는 무주와 남원 여행 (4)

(2020-07-07) 남원 흥부골 자연휴양림과 광한루

by 이재형

자연휴양림은 보통 오후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 <흥부골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이곳을 흥부골이라 부르는 이유는 흥부가 이 근처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흥부 생가마을이 있다. 실제로 흥부가 어느 마을에서 태어난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흥부는 이야기 속의 인물인데, 이야기 속에 그가 태어난 마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마을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흥부전>에는 분명히 흥부 마을의 정확한 위치가 나온다. 바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가 만나는 곳이라고 <흥부전> 시작 첫 줄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렇다면 이 조건에 맞은 지역은 영동군(永同郡) 근처일 것 같은데, 일단 남원에서 먼저 주장하고 나왔으니 그렇다고 인정하자.


예약한 통나무집으로 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립인 덕유산 휴양림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다. 숲도 그렇게 울창하지 못하고, 산책로도 그다지 만들어 놓지 않았다. 산은 계획 조림이 아니라 대체로 잡목으로 우거져 있다. “잡목”이라고 해서 나무들이 항의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계획 조림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흥부골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통나무집도 덕유산 휴양림에 비해 좀 못한 느낌이다. 대신 좋은 점은 집 앞으로 작은 툇마루가 놓여 있고, 그 앞에는 작은 마당이 딸려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시골집에 온 기분이다. 방에는 시설과 도구들이 빈틈없이 갖춰져 있어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었는데, 다만 TV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TV 없이 하루를 지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곳은 그리 높은 지대도 아니고, 숲도 그다지 우거지지 않아 매우 덥다. 방에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예상외로 시원하다. 밖의 뜨거운 공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진흙과 통나무로 만든 집이라 더운 기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찬 바닥에 등을 깔고 누워있으니 잠이 온다.


저녁을 먹기는 다소 이른 시간이라 근처 구경을 가기로 했다. 검색을 해보니 <실상사>라는 절이 10여 킬로 떨어진 곳에 있다. <실상사>(實相寺)는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졌다고 하니 상당히 오래된 절이다. 절 안에는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3층석탑>이 있고, 이 외에 보물 제33호인 수철화상능가보월탑(秀澈和尙楞伽寶月塔) 등 다수의 보물이 있다. 이렇게 많은 문하재를 한 곳에 가지고 있는 절도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실상사는 평지에 세워져 있다.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절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리는 잘 되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 말은 문화유산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다녀온 여러 절들이 마치 잘 관리된 정원과 같은 정돈된 느낌이 없다는 의미이다. 유물들 하나하나 앞에는 문화재에 대한 설명들이 잘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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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다시 휴양림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에 소맥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이다. 남원의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광한루이다. 춘향과 이몽룡의 로맨스의 무대인 <광한루>, 더운 낮 시간보다는 여름밤이 좋을 것 같아 오늘 저녁에 가기로 하였다. <광한루>(廣寒樓)에 도착하니 땅거미가 내린다. 저녁에는 입장료가 무료라 한다.


광한루에는 이전에 서 너 번 다녀온 적이 있다. 가장 최근에 왔던 것이 언제인가 생각하니, 벌써 20년이 넘은 것 같다. 광한루원(廣寒樓苑)에 들어서니 이전에 왔을 때보다 나무도 훨씬 울창하고, 잘 관리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원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정원이라고는 서울에 있는 궁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볼 만한 곳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남원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지어졌는지 신기하다.


날이 어두워지니까 연못과 여러 누각, 정자에 조명등이 켜진다. 조명으로 인하여 밤의 광한루는 매우 아름다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은 좋지 않다. 조명 연출을 좀 더 잘했으면 더욱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든다. 여러 누각과 크고 작은 정자들을 둘러보았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함께 거닐었던 오작교도 건넜다. 대부분의 누각이나 정자에는 들어가 앉을 수가 있었는데, 광한루만은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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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의 밤

잔디밭 위에는 돌로 만든 큰 공이 놓여져 있었다. 아마 달을 표현한 구조물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좀 뜬금없어 보여 광한루원이라는 우리의 전통 정원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광한루원에 와서 여름밤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폐장할 시간이다. 다소 아쉽지만 나갈 수밖에 없다. 내일 오전에 다시 와서 낮의 광한루를 다시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다시 휴양림의 숙소로 돌아왔다. 이미 밤이 어두워져 휴양림 안을 산책하기는 어렵다. TV가 없으니 별로 할 일도 없다. 모기향을 하나 켜고 툇마루에 나와 앉았다. 의외로 벌레가 없다. 모기가 많을 걸로 생각하고, 몸에 뿌리는 모기약 등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데, 모기향 하나로 충분하다. 툇마루에 앉아 시원한 여름 밤바람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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