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숲으로 가는 무주와 남원 여행 (3)

(2020-07-07) 거창 수승대와 지리산 구룡계곡

by 이재형

높은 산 속이라 밤에는 춥다. 아침에 일어나니 방바닥이 뜨끈뜨끈함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차기 때문인지 이불을 뚤뚤 말고 잤다. 상추쌈과 풋고추를 반찬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무주구천동으로 갔다.


구천동 관광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곡으로 갔다. 먼저 백련사로 갈 예정이다. 매표소를 지나 계곡 옆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평일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고 좋은 경치가 보이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아침 숲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겼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이정표가 나온다. 백련사까지 약 5.5킬로, 도보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이래서는 오늘 전체 계획이 틀려진다. 30분 정도 더 올라가다가 중간에 내려왔다. 백련사에 무슨 특별한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중간에 내려온다고 해서 전혀 아쉬울 건 없다.

20200707_104813.jpg
20200707_104901.jpg
20200707_105133.jpg
무주구천동 계곡

오늘 밤 숙박지인 <흥부골 자연휴양림>은 남원에 있다. 무주구천동에서 남원으로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서쪽 길과 거창, 함양을 거쳐 가는 동쪽 길이 있다. 거창과 함양을 거쳐 가면 지리산 자락을 통해서 가는 길이므로, 경치도 좋아 이 쪽으로 가기로 하였다. <흥부골 자연휴양림>까지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거창군이 나온다. 도로표시판에 <수승대>라는 관광지가 나온다. 별로 바쁠 일도 없으므로 들리기로 하였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다. 넓은 계곡에 자리 잡은 관광지이다. 차를 주차시키고 안내판을 보니, 이곳의 명소는 <거북바위>란 곳이고, 이 외에도 물놀이 공원도 있고, 또 서원(書院)도 있다. 이곳에 수승대(愁勝臺)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경치가 매우 좋아 경치를 보면 마음의 시름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한낮 여름 햇빛이 쨍쨍 내리쬐어 걷기가 힘들다. 길 안내판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곧 서원이 나온다. 무슨 서원인지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아주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계곡과 서원 근처 곳곳에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느티나무가 이렇게 좋은 나무인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느꼈다. 나이가 든 느티나무는 멋있을 뿐만 아니라 시원한 그늘도 덤으로 준다.


금빛으로 빛나는 조그만 동상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상이다. 여기에 뜬금없이 왠 셰익스피어? 알고 보니 이곳에서 매년 국제연극축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국제연극축제와 관련된 포스터 등이 붙어있다.

20200707_120657.jpg
20200707_120709.jpg
20200707_120740.jpg
20200707_121332.jpg
20200707_121434.jpg
수승대 주위 풍경

거북바위가 보인다. 이곳 <수승대>를 대표하는 명소이다. 계곡 가운데 거북 모습의 거대한 바위가 놓여있다. 바위 표면은 빈틈없이 빽빽이 글씨들로 가득 차 있다. 거의가 바위에 새긴 글들로서, 시를 쓴 것, 또 사람 이름을 쓴 것 등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바위 면을 편편하게 깎아 글씨를 쓴 곳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것도 역사적 유물이라 하여야 하나... 옛사람이 쓴 글은 문화가 되고, 요즘 사람이 쓴 글은 환경을 훼손하는 낙서가 되는 셈인가? 거북바위 옆으로는 계곡이 넓고 편편한 바위로 되어 있고, 이 바위에 파여진 홈을 따라 깨끗한 계곡물이 힘차게 흐른다.


계곡 이곳저곳 온 계곡에 수영금지라는 플라스틱 및 플래카드 안내문과 비닐 끈들이 어지럽게 쳐져 있다. 아주 흉물스럽다. 물론 안전도 좋지만 이렇게 좋은 계곡에 꼭 이렇게 까지 표지판과 비닐 줄들을 어지럽게 쳐놓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계곡 옆 평평한 바위에 앉아 흐르는 계곡물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시원한 계곡 바람도 불어온다.

20200707_121721.jpg
20200707_121749.jpg
거북바위와 주위 계곡

배가 고프다. 벌써 점심때가 좀 지난 것 같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까 식당이 나온다. 메뉴 중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정식이 있다. 2인분 23,900원, 음식이 나오는데 보니까 입이 떡 벌어진다. 아주 맛있는 반찬으로 한상 가득 차려지는데,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맛있다.

수송대옆 식당의 정식

다시 차를 출발하였다. 본격적으로 지리산록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가파른 산길 도로 옆으로 가로수와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길을 덮듯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지리산 <뱀사골> 가는 길과 구룡계곡 쪽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망설이다 구룡계곡 쪽으로 갔다. 한참을 달리니 육모정(六茅亭)이 나온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졌다가 그 후 유실되어 다시 20년 전에 복원한 정자라 한다. 육모정 옆으로는 구룡계곡이 흐르고 있다. 이곳에 앉아 친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흘러내리는 구룡계곡을 감상하는 것이 옛사람들의 풍류였을까? 지금은 이런 곳에서 술 한 잔 하다간 큰일 난다.


구룡계곡 옆으로는 도로를 따라 데크로 만든 산책로가 놓여 있다. 산책로를 따라 1킬로 정도를 산책하였다. 산책로가 없던 이전에는 구룡계곡을 구경하려면 계곡으로 내려가 계곡을 따라 걷거나 아니면 찻길 옆을 걸어며 계곡 아래의 경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또 계곡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는데,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산책로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휴양림을 향해 출발한다.

육모정과 구룡계곡



keyword
이전 02화숲으로 가는 무주와 남원 여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