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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0. 2023

영화: 에로스+학살(エロス+虐殺)

문인과 페미니스트 여성 운동가 사이의 삼각 치정 사건

■ 실제의 사건


유명 인사의 스캔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 마련인데, 1916년 5월 일본 가나카와 현(神奈川県) 하야마 촌(葉山村)에서 벌어진 소위 “니치카게차야 사건”(日蔭茶屋事件)도 사람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은 치정 상해 사건으로서 사건의 당사자들이 당대에 시대에 앞서 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세간에 흥미를 끌었다. 


“니치카게차야 사건”(日蔭茶屋事件) 이란 사상가이자 작가, 그리고 언론인과 사회운동가로서 활약하던 기혼자인 오스기 사카에(大杉栄)와 역시 기혼자인 불륜상대 이토 노에(伊藤野枝), 그리고 또 다른 불륜상대로서 동경일일신문 기자인 카미치카 이치코(神近市子) 사이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이다. 오스기 사카에(大杉栄)가 하야마 촌에 있는 여관 “니치카게차야”에서 이토 노에(伊藤野枝)와 밀회를 거듭하는 것에 질투한 카미치카 이치코(神近市子)에게 목을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니치카게차야는 명소로 떠올랐으며, 카미치카 이치코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 사건 후 카미치카 이치코는 감옥에 갔으며, 오스시 사카에와 이토 노에는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였다. 

이 사건은 오스기 사카에를 중심으로 한 그의 아내 야스코(保子), 그리고 불륜상대로서 여성운동가인 노에와 신문기자 이치코가 얽힌 4각 관계였으나, 사건의 중심인물은 이토 노에(伊藤野枝)라 할 수 있다. 그녀는 1916년 5월 남편과 두 아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와 오스시 사카에와 불륜관계를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그녀가 편집을 맡고 있던 잡지 <청탑>(青鞜)의 발행도 중단되었다. <청탑>이란 여성이 만든 부인 월간지로서 일본 여성운동의 선각자라 할 수 있는 히라츠카 라이테우(平塚らいてう)가 창간한 일본 최초의 페미니즘 잡지이다. 히라츠카 라이테우는 이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소개한 바 있는데, 그녀로 인해 “여자에 기생하는 남자”라는 뜻의 “제비”란 말이 유래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1766771893


아나키스트였던 오스기 사카에와 이토 노에는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에 6살짜리 조카와 함께 헌병대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헌병대위 아마카스 마사히코에게 목을 매달려 살해된다. 세 사람을 죽인 후 아마카스는 시신을 우물에 버렸다. 이 사건은 당시 계엄령 하에서의 대표적인 불법탄압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카스가 그들을 죽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동경에 구경을 왔다가 과일을 사다가 끌려갔던 것이다.    

■ 개요


영화 <에로스+학살>은 “니치카게차야 사건”(日蔭茶屋事件)을 소재로 하여 제작한 픽션 영화이로서 1970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상영시간은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상당히 긴 흑백영화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은 사건 관계자의 실명으로 나오지만, 카미치카 이치코를 모델로 했다고 추측되는 역은 마사오카 이츠코(正岡逸子)란 가명으로 나온다. 카미치카 이티코는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자신의 명예권과 프라이버시 권의 침해를 이유로 상영 중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사건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이토 노에를 중심으로 이토 노에의 후손인 마코(魔子)라는 현대의 젊은 여성과 옛날의 이토 노에 사이를 오가며 현대와 과거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가운데 전개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 줄거리


츠카오카 나가코(束帯永子)는 한 젊은 여성과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다. “관동 대지진 때 오스기 사카에와 함께 학살당한 이토 노에의 잊혀진 자손 마꼬 씨이지요?” 그러나 젊은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을 하지 않는다. 

(1969년 3월 3일) 호텔의 침대에 알몸의 나가코가 우네마(畝間)와 함께 누워있다. 우네마가 연신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다. 


(1916년 3월) 바람에 날리는 벚꽃 속을 오스기 사카에와 이토 노에가 걷고 있다. 두 사람의 어깨에는 떨어지는 벚꽃은 오스기에게는 동지인 코도쿠 아키스이 등이 살해된 어둡고 차가운 봄을, 노에에게는 “청탑운동”에 감동을 받아 고향을 등지고 신바시 역에 내렸던 18세 때의 봄을 생각나게 하였다. 츠치 쥰(辻潤)을 의지하고 상경한 노에는 청탑사의 히라카 아키코를 찾아가 편집부원으로 채용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마사오카 이츠코를 만났다. 


(1969년 3월 7일) 무네마의 스튜디오. 나가코는 정성껏 성냥을 태우고 있던 와다(和田)에게 "내게 불을 붙여줄래... “라며 묻는다. 이때 형사가 찾아와 매춘 혐의로 나가코를 추궁한다. 


(1916년 2월 11일) 츠지 쥰은 여성해방을 매진하는 노에의 행동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 하나 제대로 못하는 노에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주의 운동이 벽에 부딪히자 오스기는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연애를 생각하였다. 아내인 야스코가 있고, 동경일보의 여류기자 마사오카 이츠코에게 빠져있으면서도, 그 위에 노에와의 연애를 시작하였다. 그와 이상을 함께하는 동지들은 입을 모아 그를 비난하였다. 

(1916년 3월 말) 오스기는 마사오카 이츠코에게 노에와 연애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오스기는 그의 행동을 질책하는 이츠코에게 “우리들의 연애도 평등과 자유의 획득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1969년 3월 31일) 나가코는 형사에게 자신이 매춘을 중개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를 용의자로 만들고 나에게 목적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16년 4월 모일) 노에의 마음은 츠치에의 집착과 오스기와의 새로운 사랑 양쪽으로 찢겨져 있었다. 노에의 손아래 시누이 치요코는 츠지를 동정하고 있었다. 노에는 어느 날 치요코와 츠지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노에는 분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기묘하고도 차분한 감정이었다. 노에는 츠지와 오스기와 헤어져 혼자서 할까라고 생각도 했으나, 이츠코는 두 사람으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어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쇄기를 박는다. 


(1969년 4월 1일) 와다는 나가코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와다는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우치다 로안(内由魯庵)이라는 작가가 쓴 <생각나는 사람들 최후의 오스기>라는 책이었다. 오스기와 노에가 학살당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1916년 10월 6일) 노에는 오스기를 따라 하야마 해안 근처의 여관 히카게차야에 들어간다. 오스기를 의심하고 있던 이츠코가 그날 밤 그곳을 찾아온다. 오스기에게 있어서 이츠코와 노에는 옛날 함께 열정을 불태웠던 동지로서의 관계보다도 이성으로서의 관계로 느껴졌고, 세속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 약간의 평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이다. 이상과 같이 스토리를 정리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스기 사카에나 이토 노에 둘 다 자유연애주의자였고, 세속의 도덕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탕아이자 난잡한 여자였다. 


사카에와 노에는 처음에는 이상을 같이 하는 동지적인 입장에서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점차 가까워지면서 이성관계로 바뀌고, 그런 다음에는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사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남녀 간의 세속적인 관계로 바뀌어간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영화에 대한 해설을 찾아보았으나,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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