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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31. 2023

영화: 천사의 내장 나미(天使のはらわた 名美)

닛카츠 로망 포르노의 대표적 작품

■ 개요


영화 <천사의 내장>(天使のはらわた)은 일본의 만화가인 이시이 다카히로(石井隆)가 그린 연작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천사의 내장> 시리즈는 1978년의 <여고생 천사의 내장>을 시작으로, 1979년에는 <천사의 내장 붉은 교실> 등 속편이 이어지면서, 1988년의 <천사의 내장 붉은 어지럼증>(天使のはらわた 赤い眩暈) 등 모두 10여 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천사의 내장> 시리즈는 소위 “닛카츠(日活) 로망 포르노>의 대표 시리즈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가 연결되지는 않지만, 츠치야 나미(土屋名美)라는 이름의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상대역으로는 키무라 테츠로(村木哲郎)란 남자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시리즈 별로 주인공의 이름은 같지만, 그들의 정체나 직업은 모두 다르게 나온다. 대개의 이야기가 불운에 처했지만 불행하지는 않은 팜므파탈 나미와 그녀를 만나면서 인생이 엉망이 되어 버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천사의 내장 나미>(天使のはらわた 名美)는 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서 1979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강간당한 여자들의 그 후의 삶에 대해 취재하는 여성잡지 기자 나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닛카츠 로망 포르노란? 


앞에서 <천사의 내장> 시리즈가 “닛카츠 로망 포르노”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닛카츠 포르노에 대해 알아보자. 1960년대에는 일본 영화사들이 호황을 누렸는데, 이 시기에는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그런데 1960년부터 야쿠자 영화에 식상한 영화팬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화사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사인 도에이(東映) 영화사가 그 타개책으로 에로 영화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닛카츠 로망포르노 영화들

이 정책은 제대로 맞아떨어져 도에이 사는 다시 관객들을 끌어올 수 있었다. 이때 도에이 사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제작한 에로영화들을 “도에이 포르노”라고 한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포르노 영화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하드코어 포르노가 아닌, 좀 농도 짙은 에로 영화들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007601698


닛카츠(日活)도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가운데 하나이다. 닛카츠는 1960년대 중반까지는 많은 히트 영화를 제작하여 일본영화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초반까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외부적으로는 영화 관객수의 급감과 더불어 회사 내부적으로도 경영실패가 겹치면서 회사가 아주 어려운 지경에 처하였다. 특히 이 당시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대개 영화사에 전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화사의 도산은 감독과 배우들이 길거리에 나가 앉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때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에로 영화의 제작이었다. 이러한 경영방침의 전환에 대해 당장 실업의 위기를 맞은 감독들과 배우들도 동의하였다.   

이들 에로 영화들은 일반영화보다 적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경영진은 감독들에게 영화의 제작과 내용에 관한 전권을 주면서, 다만 “영화가 어떤 내용이어도 관계가 없으니 최소한 10분에 한 번씩은 정사 신이 나와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닛카츠는 처음에는 이들 영화를 “닛카츠 로맨틱”이라 했으나, 얼마뒤 “도에이 포르노”의 성공을 보고는 스스로 이름을 “닛카츠 로망 포르노”로 바꾸었다. 이렇게 하여 “닛카츠 로망 포르노”는 1971년에서 1988년에 걸쳐 1,800편 정도의 작품이 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포르노 영화와 함께 “핑크 영화”라는 장르도 있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 포르노 영화는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제작한 에로 영화를 일컫는다. 그리고 핑크 영화는 메이저 영화사 외 군소 영화사들이 제작한 영화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 영화가 핑크 영화에 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투자되며, 좋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다. 그래서 비교를 하자면 핑크 영화에 비해서는 포르노 영화가 완성도에서 볼 때 훨씬 나은 편이다.


■ 줄거리


대표적인 여성 주간지인 <더 우먼>(The Woman)의 기자 츠치야 나미(土屋名美)는 강간당한 여성들의 그 후의 삶을 취재하여 르포 기사를 쓰고 있다. 나미는 첫 취재 대상으로 고등학생 때 강간을 당한 후 지금은 스트리퍼로서 일하고 있는 란을 만나 그녀의 인생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나미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부딪히는데, 그 남자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 후 나미는 연인인 요스케(陽介)의 방에서 어느 대형 출판사의 사사(社史) 책을 보던 중, 작은 스트립쇼 가게에서 찍힌 그 남자의 얼굴을 발견한다.

나미가 취재한 르포 기사는 대히트를 친다. 특히 성폭행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로부터 그들이 그 후에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나미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잡지사 간부들은 나미에게 르포 기사를 계속하라고 응원한다.


얼마 뒤 나미는 지금은 결혼을 하여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료코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는 마지막으로 싫다는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으려 한다. 이때 누군가가 손으로 카메라를 가로막는다. 바로 며칠 전에 우연히 부딪혔던 그 사내였다. 그는 무라키 테츠로(村木哲郎)란 이름의 <실화 쇼크>라는 에로 잡지의 기자였다. 그는 나미와 비슷한 기획 기사를 위해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나미의 오만한 취재 태도를 보고 그를 막아선 것이었다.


무라키는 일류 출판사인 대일본 출판사의 엘리트 편집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강도들에게 강간당한 후, 아내는 강도에게 빠져 그를 집으로 끌어들여 정사에 탐닉하다가 끝내는 그와 함께 도망쳐버렸다는 것이다. 그 후 무라키는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 에로 잡지의 편집자가 된 것이었다.  

나미는 간호사인 미야를 취재하였다. 그녀는 강간당하였을 때의 공포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하였고, 지금은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나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당시의 공포가 되살아나 착란 상태에 빠져 나미를 공격한다. 위기의 순간, 무라키가 뛰어들어 나미는 겨우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미는 그 쇼크로 인해 자신이 강간당할 것이라는 피해망상에 빠져 광란상태가 되어 자살을 기도한다. 이를 말리여 뛰어든 무라키와 밀고 당기면서, 어느 사이엔가 둘은 서로 껴안기 시작한다. 다음날 나미는 편집실에서 망상에 빠져 다시 광란상태가 된다. 그리고 친절하게 그를 보살펴주는 키무라의 모습이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자로 보여, 나미는 칼로 힘을 다하여 키무라를 찌른다.


■ 약간의 평


이 영화는 어차피 “닛카츠 로망 포르노”에 속한 에로 영화로서 여성의 벗은 몸과 정사신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부류의 다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토리는 탄탄한 편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나미가 망상에 빠져 광란상태가 되는 장면이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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