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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1. 2023

영화: 태양은 외로워(L'eclisse)

현대화하는 세상에서 황폐화되어 가는 사람들의 마음

● 개요


영화 <태양은 외로워>(L'eclisse, The Eclipse)은 원제는 “일식”인데, 일본에서 이를 “태양은 외톨이”로 번역하였고, 우리도 이를 모방하여 “태양은 외로워”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이 영화는 1962년 이태리와 프랑스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성인의 건조한 사랑을 그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사랑의 불모 3부작” 가운데 “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196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 줄거리


비토리아(모니카 비티 분)는 약혼자인 카르도와 긴 언쟁 끝에 헤어지기로 한다. 리카르도는 그런 그녀를 달래지만, 그녀는 결심을 굳히고 아침 일찍 혼자 집을 나가버린다. 

비토리아의 어머니는 증권에 빠져있다. 비토리라은 증권거래소로 어머니를 찾아가지만, 어머니는 증권에 정신이 팔려 딸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거래가 끝난 후 비토리아는 어머니에게 말을 붙여볼 생각도 못하고, 여자 친구인 아니타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비토리아는 아니타와 함께 아니타의 친구 미사의 아파트를 찾아가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아니타의 아파트로 돌아온다. 그때 아니타의 아파트 창문 밖 도로에서는 리카도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다음날, 비토리아는 아니타의 남편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타고 로마 상공을 날아보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밝지 않다. 비토리아는 다시 어머니를 만나러 증권거래소로 찾아왔는데, 주가가 급락하여 모두들 패닉에 빠졌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도 1000만 리라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토리아는 객장을 잠시 지켜보고 있노라니 중개인인 피에로(알랭 들롱 분)라는 청년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 둘은 함께 커피를 마신 후 비토리아의 어머니 집으로 간다. 조금 있다가 비토리아의 어머니가 돌아와 피에로를 향해 펄펄 뛴다. 그렇지만 아무리 유능한 증권중개인인 피에로라 할지라도 이미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피에로도 이번 사태에서 실수를 저질러 그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이다. 

그날 밤 피에로는 비토리아가 머물고 있는 아니타의 아파트를 찾아가는데, 테라스 너머로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술주정뱅이가 그의 차를 훔쳐 달아나 버린다. 다음날 그의 차는 강바닥에서 발견되었는데, 도둑이 차를 훔쳐 달아나다가 강에 빠져 도둑은 익사하고 차는 대파되었다. 그렇지만 피에로와 비토리아는 아무 일도 없었는 듯 그대로 즐거운 듯이 근처를 함께 산책한다. 다음날도 둘은 다시 만나 피에로의 생가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서로의 불확실한 사랑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근대화되어 가는 허무한 거리 풍경 속에, 버스에서 내려오는 남자의 손에 세계에 핵무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윽고 거리는 불안한 밤을 비추듯이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고, 하루일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무기질적인 거리를 거쳐 돌아간다. 


● 약간의 평


나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중에 영화평을 읽으니 “근대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을 그리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평을 보며, 나는 이를 수긍하기보다는 “그랬었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60년 전에 제작되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시대의 변화가 나로 하여금 이 영화에 동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는지, 아니면 내가 영화를 보는 눈이 낮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피에로는 증권 중매인이며, 비토리아의 어머니는 주식투자에 미쳐있다. 그래서 증권거래소의 풍경이 자주 나온다. 이 영화가 제작되었을 1960년대 초반에는 컴퓨터 같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증권거래소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 등 증권 관련 정보가 모두 종이 지라시를 통해 전달된다. 그리고 주식매매를 하는 사람들도 모두 종이 서류를 통해 주식매매 주문을 넣는다. 저렇게 해서도 주식매매가 잘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증권거래소에 몰려와서 매매에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거래소 직원, 중매인, 고객들이 뒤엉켜 거래소 안은 난장판이 된다. 아마 당시에는 증권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소수여서 그런 모습이 가능했던 것 같다. 만약 투자자들이 수십만, 수백만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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