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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5. 2023

영화: 파이란

죽어가면서도 서류상의 남편을 사랑하는 여인의 짧은 인생

■ 개요


영화 <파이란>은 사회의 밑바닥을 개차반처럼 살아온 삼류 건달에 대해 그와 서류상의 결혼을 한 중국 여자 파이란(白蘭)이 보내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나는 처음 이 영화제목인 “파이란”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러서 이곳저곳 찾아보니 여주인공의 이름인 백란(白蘭)의 중국식 발음이다. 이 영화는 2001년에 제작되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조폭인 강재와 용식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래서 조폭영화거니 생각했는데, 감상을 하고 보니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이다. 중국의 톱스타인 장백지가 여주인공인 파이란으로 출연하였다. 이 영화는 39회 대종상에서 감독상과 심사위원 특별상, 22회 청룡영화상에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그 외에도 많은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 줄거리 


중국 처녀 파이란(장백지 분)은 배를 타고 낯선 땅 한국으로 온다. 그녀는 한국에 살고 있다는 친척을 의지하여 한국을 찾았지만 그 친척은 이미 어디론가 이사 가고 없다. 졸지에 파이란은 낯선 땅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삼류 건달 강재(최민식 분)는 어느 조폭에서 쫄따구 생활을 하고 있다. 이미 나이는 상당히 들었지만,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아래인 같은 조직의 똘마니들도 강재를 그야말로 졸로 본다. 그는 쓰레기 더미가 된 단칸방에서 불법 비디오를 복사하여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직에서 간부로 올라서고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사채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호기롭게 나갔지만,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슈퍼 주인아줌마에게 차마 모진 소리를 못하고 돌아서는 그였다. 


조직의 두목 용식은 강재의 고향친구였다. 강재는 용식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건달 생활을 시작했는데, 독하기 짝이 없는 용식은 두목이 되었지만, 강재는 용식의 밑에서 쩔쩔매며 지내고 있다. 조폭 두목이 된 용식 앞에 가면, 강재는 얼굴도 제대로 못 들며 깍듯이 모시고 있다. 강재는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져 고향으로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파이란은 한국에 그를 거두어줄 사람이 없어 중국으로 강제 퇴거될 상황에 처해있다. 이때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준다. 돈에 쪼들리고 있는 강재에게 후배인 경수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속삭인다. 중국 여자와 위장결혼을 하면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재는 브로커를 통해 중국 여자와 서류상의 위장결혼을 하는데, 상대는 바로 파이란이다. 

강재와의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남을 수 있게 된 파이란은 인신매매조직에 끌려간다. 거기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위장결혼을 위해 쓴 돈을 갚고,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도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신매매조직은 아름다운 파이란을 술집에다 팔아넘기려 한다. 그런데 술집에서 면접을 하는 도중 파이란은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한다. 이 모습을 본 인신매매조직은 재수 없다며 그녀를 내쳐버린다. 


그녀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어떻게 흘러가다 보니 파이란은 동해안의 어느 작은 어촌에 있는 세탁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세탁소였는데, 파이란이 어찌나 일을 야무지게 잘하는지, 할머니는 “인간 세탁기”라며 놀란다. 그곳에 자리 잡은 파이란은 열심히 일을 하면서 수시로 강재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이 중국으로 쫓겨가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강재의 덕택이라며 서툰 한글로 구구절절이 사랑의 편지를 보낸다. 그렇지만 강재는 그런 파이란의 편지를 받아 “웃기는 년”이라며 코웃음을 친다. 


하루는 파이란이 시간을 내어 강재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경찰에서 불법 비디오 단속이 나와 강재는 파이란의 눈앞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갔다. 파이란은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동해의 어촌 마을 세탁소에 돌아간 후에도 파이란의 기침과 각혈은 점점 심해진다. 

용식이 경쟁 조직의 두목을 살해하였다. 꼼작 없이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생겼다. 용식은 강재를 불러 자기 대신 감옥에 갈 수 없느냐고 설득을 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 없다는 강재였지만, 용식의 집요한 설득과 그리고 대가의 약속, 그리고 평소에 가졌던 용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국 동의하고 만다. 


얼마뒤 경찰이 강재를 찾아와서는 아내인 백란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백란의 사망 뒤처리를 해줄 사람은 강재 밖에 없으므로, 강재는 강원도로 향한다. 파이란의 시신 옆에는 그녀가 강재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남아있었다. 강재는 그 편지를 들고 나와 바닷가에서 읽어본다. 그 속에는 자신을 향한 구구절절의 사랑이 들어있었다.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 씨가 가장 친절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강재 씨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습니까?’ 이렇게 의지할 데 없는 자신을 받아들여 결혼을 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하며, 그에 대한 사랑의 말을 남겼다. 또 파이란은 강재에게 사랑의 편지와 함께 그의 이름으로 된 통장도 함께 남겼다. 


■ 약간의 평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착하고 순박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보내는 파이란에게 강재는 그렇게나 무심했던 강재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여배우 장백지에 대해서는 뉴스 등에서는 많이 들었지만, 영화에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름답고 뛰어난 배우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히트를 쳤던 일본영화 <러브 레터>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나는 <러브 레터>를 감상하진 못했는데, 그 이상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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