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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6. 2023

영화: 페스티발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동네 주민들의 유쾌한 커밍아웃

■ 개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성적 취향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비난할까 봐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꽁꽁 싸맨 채 고민하고 있다. 영화 <페스티발>은 서울의 어느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몰래 즐기다가, 다른 사람의 눈에 발각되어 주위의 비난을 받는 끝에, 스스로의 성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10년에 제작되었다. 


■ 줄거리 


서울 변두리의 어느 동네, 최근 몇 건의 사소한 풍기문란 사고가 잇따르자, 파출소장은 직원들을 불러 모아 이 마을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자고 역설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풍기 사범이 없는 건전한 동네가 되어야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풍기사범을 잘 단속하라고 엄명을 내린다. 

파출소 순경인 장배(신하균 역)는 학원 강사인 지수(엄지원 분)와 동거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후배 경찰에게 자신의 ‘마초성’을 과시하지만, 실은 그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함께 사는 지수는 자유분방하면서 성을 즐기지만, 장배는 “왜소 콤플렉스”가 있다. 지수는 장배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매일 불만이며, 장배는 지수에게 지나치게 밝힌다고 타박한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에는 싸움이 그치질 않는다. 


한복점을 경영하는 순심(심혜진 분)은 여고생인 딸 자혜(백진희 역)와 둘이서 살고 있다. 순심은 항상 곱고 깨끗한 한복을 입고 고고한 듯 일상을 보내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사디스트적인 성벽(性癖)이 있다. 그녀는 채찍과 함께 온몸에 밀착된 검은 가죽옷을 입고, 남자들을 학대하며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 꿈으로서, 그녀는 시간만 있으면 그런 망상에 빠진다. 한편 철물점 주인인 기봉(성동일 분)은 마조히스트적인 취향이 있어 검은 가죽옷을 입은 채 노예가 되어 여왕님을 모시는 것이 꿈이다. 

순심의 외동딸인 여고생 자혜는 빨리 처녀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녀는 오뎅 장수인 상두(류승범 분)를 좋아하여 항상 상두를 따라다니며 자신을 가지라고 조른다. 그렇지만 상두는 그런 자혜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의 단칸방에서는 터치 와이프가 매일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합성수지로 만든 터치 와이프에 푹 빠져있다. 자혜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사인 광호(오달수 분)는 여성복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즐거움은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여자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 쌍의 성적 취향은 특이하다 할 수도, 아니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성벽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 점잔을 빼는 우리 사회에서 주인공들의 이러한 성적 취향은 쉽게 용인될 수 없다. 이들 네 쌍의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자신의 성적 취향을 충족시켜 나간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한 일로 이들의 독특한 성적 취향이 마을 사람들의 눈에 공개되어 버린다. 네 쌍이 각자가 한밤중에 근처 숲 속에 있다가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게 들켜 버린 거다. 주민들이 몰려나와 음란한 행동이라며 그들을 비난한다. 많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은 당황하지만, 곧 자신들의 행동이 그리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느낀다. 

다음날 각자는 모두 떳떳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다. 성적인 충돌로 헤어질 위기까지 갔던 정배와 지수 커플은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새로이 출발하기로 약속한다. 순심은 자기가 좋아하는 몸에 달라붙는 검은 가죽옷을 떳떳이 입는다. 상두도 자신을 향한 자혜의 마음을 알고 둘은 가까워진다. 


이리하여 동네는 다시 평화를 되찾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성벽(性癖)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 약간의 평


코미디 영화로서는 아주 수준작이다. 지금까지 여러 편의 국내 코미디 영화를 감상하였지만, 나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영화가 최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 성을 주제로 한 코미디 영화이지만, 조금도 음란하다거나 음습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밝고 건강한 성을 느끼게 하는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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