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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2. 2024

영화: 10년 세도

세도정치의 막을 여는 홍국영의 짧고 덧없는 권력

■ 역사적 배경: 세도정치와 홍국영


“세도정치”란 임금이 아닌 신하가 큰 권력을 갖고 정사를 행해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선조 말 안동 김 씨 일문의 세도정치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안동 김 씨 일문의 권세에 눌려 이들과 척진 사람들은 조정에 발을 붙일 생각도 못하였다. 


그러면 이 세도정치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여러 주장이 있지만, 정조 때의 홍국영((洪國榮, 1748~81)이 시작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정조가 세손일 때부터 가까이서 보필하면서 총애를 얻다가, 정조가 즉위한 후 임금의 신임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장악하였다. 홍국영은 나중에 여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넣어 그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홍국영은 정조가 즉위한 후 바로 승정원 동부승지로 발탁되었으며, 몇 달이 지난 후 도승지로 승진하였다. 그리고 물러날 때까지 도승지를 지내면서, 수어사, 금위대장, 훈련대장, 숙위대장,  등을 겸임하여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동생인 원빈 홍 씨가 1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망하고, 그 또한 왕실 세력을 비롯한 여러 세력들로부터 견제를 받아, 정조에게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은퇴 상소를 올리고 정조는 즉시 이를 수락하여 그의 권력은 끝이 난다. 

후에 그는 횡성과 강릉에 유배되었다가 1781년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사망한다. 그가 물러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이전까지 신하로서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였으나,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그의 권세는 끝이 났다. 


■ 개요 


영화 <10년 세도>는 세도정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홍국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서, 1964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 홍국영은 세손시절부터 정조를 보좌하면서 몇 번인가 그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결국 용상에 오르게 하는 데 성공한다. 홍국영은 세조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정사에 관한 큰 권한을 위임받아 일을 해나가지만, 주위로부터의 모함과 정조의 후궁이 된 동생과의 갈등 등 집안 사정으로 인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영화는 홍국영이란 역사상의 인물을 그리고 있지만, 아버지가 역모로 몰려 죽었다거나, 기생 황일선과의 사랑, 그리고 상놈과 좋아하는 사이인 여동생을 강제로 떼어내어 정조의 후궁으로 넣는 이야기 등 픽션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였다.


■ 줄거리


홍국영(신용균 분)은 아버지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죽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고 방탕한 생활을 보낸다. 그러다가 홍국영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동궁인 정조를 보좌하는 직책을 맡게 된다. 동궁의 주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궁을 제거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그 선두에는 화완옹주가 있다. 


영조는 자신의 자식인 사도세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후, 영조는 동궁에게 그 사건을 연상시키는 어떠한 책도 읽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다. 그런데 정조는 어느 날 그와 유사한 일화가 적힌 중국의 책을 읽다가 영조에게 들킨다. 영조는 노하여 그 죄를 추궁하려고 하는데, 홍국영이 기지를 발휘하여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찢어 내어 정조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이 이후에도 홍국영은 몇 번이나 영조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이런 일들로 인해 홍국영에 대한 정조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정조는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홍국영의 도움으로 벗어난 후 결국 용상에 오른다. 정조는 등극하자마자 신임하는 홍국영을 도승지로 임명하여 그에게 정사를 맡긴다. 홍국영은 정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국정을 보살핀다. 그런 홍국영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고, 이에 따라 그에 대한 시기심도 높아진다. 특히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간신들에게 홍국영은 눈의 가시이다. 그들은 홍국영을 제거하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민다. 

홍국영은 한량시절 기생인 황일선과 가까이 지냈다. 황일선은 진심으로 홍국영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국영은 과거에 등과 한 후 황일선을 멀리하였다. 그런 홍국영을 황일선은 멀리서나마 잊지 못하고 있었다. 


홍국영에게는 봉희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봉희는 상민인 영수라는 청년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양반과 상민이라는 이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수밖에 없다. 홍국영은 봉희를 정조의 후궁으로 넣으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봉희는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절대로 대궐로 들어갈 수 없다고 버틴다. 영수도 찾아와 홍국영에게 봉희와 혼인을 시켜달라고 부탁하지만, 홍국영은 매타작을 한 후 그를 돌려보낸다. 그런 후 곧 홍국영은 싫다는 봉희를 정조의 후궁으로 밀어 넣는다. 바로 원빈 홍 씨이다. 


정조는 원빈 홍 씨를 끔찍이도 아낀다. 그래서 홍국영에 대한 신임은 더욱 높아가고, 그에 비례하여 홍국영을 견제하고 모함하려는 음모도 강해진다. 홍국영은 정조를 독살하려는 화완옹주의 무리들을 척결하고, 간신들도 차례차례 제거해 나간다. 그러던 중 집안에서 문제가 터진다. 정조의 후궁이 되어서도 영수를 잊지 못하던 원빈 홍 씨는 결국 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그리고 집안의 재산을 착복하려다가 실패한 홍국영의 집사가 앙심을 품고 간신들과 한편이 된다. 

간신들과 홍국영의 집사는 홍국영이 나라의 쌀을 빼돌렸다고 누명을 씌워 그를 탄핵한다. 이 일을 정말이라 믿은 정조는 대로하여 홍국영의 벼슬을 거두고 귀양을 보낸다. 결국 홍국영의 세도정치는 불과 몇 년 만에 끝이 났다. 홍국영의 어머니도 아들에게 씌워진 죄에 충격을 받아 세상을 떠난다.  홍국영이 귀양을 간지 얼마 후 정조는 홍국영에게 씌워진 죄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홍국영을 다시 부른다. 


다시 정조의 앞에 선 홍국영이었지만, 이미 그는 세상 어떤 일에도 욕심도 의욕도 없어진 지 오래이다. 사랑하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끼던 동생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홍국영은 임금에게 제발 낙향하여 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한다. 정조는 다시 그를 옆에 두고 싶었지만, 그의 너무나도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뜻대로 하라면서 허락을 한다. 


임금의 곁을 물러나온 그에게 기생 황일선이 다가온다. 홍국영의 누명을 벗긴 것도 다름 아닌 황일선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대궐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 기회가 생기자 왕에게 홍국영의 무죄를 탄원하고, 그 증거품을 제시함으로써 왕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것이었다. 홍국영은 황일선과 단 둘이 어딘 가로 멀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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