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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7. 2024

영화: 감각의 제국(愛のコリーダ)

엽기적 치정 살인사건인 “아베 사다”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

■ 아베 사다(阿部定) 사건에 대하여


1935년 5월 일본은 동경의 시나가와(品川)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아베 사다(阿部定)란 여자가 시나가와의 한 여관에서 남자와 성관계를 하던 중 남자를 목 졸라 죽인 후, 성기를 잘라 도망쳤다는 것이었다. 이틀 뒤 경찰은 범인인 아베 사다를 체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워낙 엽기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사건 직후, 그리고 범인이 체포된 후 호외가 발행되는 등, 당시 서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끈 사건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였다. 게이샤나 창녀 생활을 하면서 각지를 떠돌던 아베 사다란 여자는 동경에 있는 장어요리점 요시다야(吉田屋)에서 다나카 카요(田中加代)라는 가명으로 종업원으로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가게의 주인인 이시다 요시조(石田吉蔵)에게 반한다. 요시다도 서서히 아베 사다에게 반하여, 두 사람은 내연의 관계가 되어, 종종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둘은 함께 도망을 쳐 여관을 전전하게 된다. 

아베 사다와 당시의 사건 관련 신문기사
아베 사다를 주인공으로 한 여러 장르의 작품들

그들은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새로운 쾌감을 찾기 시작하였고, 그런 행동은 점점 에스컬레이트되어 갔다. 성관계 도중 목을 조르면 쾌감이 몇 배로 증가한다는 말을 듣고, 요시조는 사다에게 목을 졸라달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계속되면서, 요시조는 질식하여 기절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 그러면 사다가 약국에 달려가서 약을 사다 먹이고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요시조는 또다시 사다에게 목을 졸라달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기절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다짐한다. 그러자 사다는 다시 허리끈으로 요시조의 목을 조르고, 결국 요시조는 그 길로 사망하고 말았다. 

요시조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다는 이부자리와 요시조의 팔, 다리에 피로 자신과 요시조의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는 요시조의 성기와 고환을 잘라낸 후 그것을 가진채 여관을 떠났다. 그리고 체포되기 전 3일 동안 그것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었다. 사다가 체포되기 전 3일 동안 동경 곳곳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이어 일어났다. 긴자나 아카사카 등 도쿄의 번화가에 예쁘고 날씬한 여성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사다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동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사다가 체포된 후 그녀가 가지고 다니던 요시조의 성기와 고환은 동경의과대학 병리학 박물관에 보관되었으며, 2차 대전이 끝난 후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다는 요시조를 죽이고 그의 성기를 절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 우리들은 정식 부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시다가 다른 여자와 사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죽이면 다른 어떤 여자도 그의 곁에 올 수 없겠다고 생각하여 그를 죽였다.”라고 진술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성기를 절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언제나 그의 옆에 있고 싶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있고 싶었다.”라고 진술하였다고 한다. 

사다는 그 후 법원에서 살인 및 시체손괴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감형을 받아 4년이 조금 넘는 감옥생활을 거친 후 석방되었다. 


이 사건은 워낙 쇼킹했던 만큼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졌다. 약 20여 년 전 소설과 영화로서 공전의 히트를 친 <실낙원>(失楽園)이 바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그 외에도 <요부>, <성음부>(聖淫婦), <메이지 다이쇼 엽기여범죄사>(明治大正昭和 猟奇女犯罪史) 등의 소설이 있으며, 영화로는 오늘 소개하는 <감각의 제국>(사랑의 코리다), <실록 아베 사다>, <실낙원>, <SADA>, <헤이세이판 아베사다 당신을 갖고 싶어> 등이 있다.  


■ 개요


영화 <감각의 제국>은 원제목은 <사랑의 코리다>(愛のコリーダ)로서 앞에서 설명한 “아베 사다 사건”을 소재로 1976년 일본과 프랑스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프랑스와 영어권에는 각각 “L'Empire des sens”와 “In the Realm of the Senses”로 소개되었다. 이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는 “감각의 제국”이 아니라 “관능의 제국”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관능의 제국”이라는 제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하여 아마 <감각의 제국>으로 바뀐 듯하다. 

제작사는 “이 작품은 일본의 사상 첫 하드코어 포르노로서 센세이셔널한 평가를 불렀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가 일본에 상영될 때는 대폭 수정되어 많은 장면이 커트 혹은 모자이크 처리되었는데, 2000년에 완전 노커트 판이 리바이블되어 상영되었다.  


■ 줄거리


이 영화는 <아베 사다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 소개한 아베 사다 사건과 큰 차이가 없다.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뉠 수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아베 사다가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고 요시조의 음식점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요시조와 사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요시조와 사다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급기야는 둘이 함께 도망을 쳐 섹스에 탐닉하면서, 사다가 요시조를 죽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1936년 동경, 요정 요시다야(吉田屋)에서 일하는 종업원 사다(定)는 날이 밝기 전에 다른 종업원 동료들과 함께 주인의 방을 엿본다. 실내에는 가게 주인인 요시조와 그의 처 도쿠가 정사를 벌이고 있다. 사다는 거친 숨을 쉬면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일하던 중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종업원으로부터 “창녀출신”이라는 모욕을 받은 사다는 화가 치밀어 부엌칼을 들고 나와 날뛴다. 이때 주인 요시조가 나와 소동을 수습하는데, 이때 사다와 요시조는 서로 반하게 된다. 이후 둘은 도쿠의 눈을 피해 정사에 탐닉하게 된다. 그러나 도쿠는 곧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다. 휴가를 얻고 싶다며 방으로 찾아온 사다에게 도쿠는 요시조와의 섹스를 과시하듯 보여준다. 사다는 면도칼로 도쿠를 살해하는 환상에 빠질 정도로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요시다야를 나온 사다는 요시조와 함께 만날 방을 빌린 후, 게이샤들에게 둘러싸여 요시조와 모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로부터 두 사람은 이 방에서 매일매일 성에 탐닉한다. 그러나 도망쳐 나온 그들에게는 장기간 살아갈 돈이 없다. 돈을 구하기 위해 사다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교장선생에게 매춘을 한다. 그 시각 요시조는 사다가 여관방에서 사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관 주인 여자는 매일 섹스에만 탐닉하고 있는 요시다를 걱정하여, 사다가 돌아오기 전에 도망치라고 권유하지만, 요시조는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얼마 후 사다가 돌아오고, 다시 둘은 섹스에 빠진 방탕한 생활을 보낸다. 

요시조를 독점하고 싶은 사다의 광기는 점점 더해간다. 더 이상 이 생활을 지속할 경제적 여유가 없게 되자 요시다는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겠다고 한다. 사다는 집에 가더라도 요시조에게 도쿠를 절대 안아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받는다. 며칠 동안 집에 다녀온 요시조를 보고는 사다는 부엌칼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둘이 섹스에 탐닉하면 할수록 점점 더 심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요시조는 섹스 도중 사다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사다에게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기도 한다. 얼마 후 이제 섹스 도중 사다가 요시조의 목을 조르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요시조는 목이 졸려 실신하기까지도 한다. 그러던 중 요시조는 자신이 정신을 잃더라도 목을 조르는 것을 멈추지 말라하고, 그 말을 들은 사다는 끝까지 목을 졸라 결국 요시조는 사망한다. 


요시조의 죽음을 확인한 사다는 부엌칼을 가져와 쓰러져 있는 요시조의 시체로부터 성기를 절단한다. 피투성이가 된 요시조 옆에서 사다는 행복한 듯 미소를 짓는다. 그 후 잘라낸 것을 소중히 종이에 싸서 4일간 사다는 여관을 전전한다. 체포되었을 때 그녀는 매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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