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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8. 2024

영화: 구름은 흘러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광산촌 어린 소녀의 일기

■ 원작 <니안짱- 10세 소녀의 일기>에 대하여


1958년 일본 출판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0살짜리 소녀가 쓴 <니안짱- 10세 소녀의 일기>란 책이 그해 일본 출판계를 석권하여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규슈의 사가현(佐賀県) 탄광촌에 사는 재일교포 소녀 야스모토 스에코(安本末子)는 부모를 모두 여의고 오빠, 언니와 함께 4남매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 남매는 너무나 가난하여 끼니조차 잇기 힘들다. 탄광에서 일하며 어렵게 동생들을 키워오던 큰오빠가 해고되어, 큰오빠와 언니가 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는 바람에 남매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니안짱-10세 소녀의 일기> 단행본과 영화

새로 일자리를 찾은 큰오빠는 얼마 안 가 큰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다. 스에코는 누워 지내는 오빠가 심심치 않으라고 지난 3년 동안 쓴 일기를 보여준다. 일기를 모두 읽은 큰오빠는 너무나 감동해, 그 일기장을 동경에 있는 광문 출판사로 보낸다. 이 일기는 곧바로 출판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일본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 책은 그해 일본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였다. 곧이어 이 이야기는 영화로,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되어 일본인들의 안방을 차지하였다.


■ 개요 


영화 <구름은 흘러도>는 <니안짱- 10세 소녀의 일기>를 원작으로 1958년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다. 유현목 감독이 영월 탄광촌을 배경으로 제작하였는데,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높게 평가되어 1958년도 우리나라 주요 영화상을 석권한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이니만큼 당시의 우리의 생활상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 주인공 말숙이가 학교에 과학 교과서 대금을 내지 못해 학교를 쉰다든가, 큰오빠가 직장을 잃자 언니가 도시로 식모살이를 가는 등 당시의 어려웠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 스토리


어느 광산촌 10세 소녀 안말숙은 오빠, 언니와 함께 4남매가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셔서, 큰오빠가 광산에서 일하면서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큰오빠는 몸이 약해 광산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말숙은 학교에 가는 것이 제일 즐겁다. 가장 친한 친구는 같은 반에 있는 영애인데, 영애 아빠는 광산의 소장이어서 영애의 집은 아주 부자이다. 그렇지만 둘은 언제나 단짝으로 함께 다니며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말숙은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광산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곧 감원이 있을 예정이다. 광산 소장은 말숙이의 친구의 아빠인데, 그는 어렵게 사는 말숙이 남매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드디어 감원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 소장은 말숙이의 오빠를 해고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일이 서툰 말숙의 큰오빠를 해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소장은 말숙의 큰오빠를 불러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상당한 금액의 돈을 쥐어준다. 


이제 돈을 벌어오던 큰오빠가 해고되었으니, 말숙이 4남매는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큰오빠는 이리저리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인근 소도시에 겨우 직장을 얻게 된다. 말숙의 언니는 조금이라도 입을 덜어야 한다면서 서울로 식모살이를 간다. 말숙과 말숙의 바로 위 오빠는 마을사람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마을사람들도 모두 살기가 어려운지라, 처음에는 말숙이 남매를 불쌍히 여기며 돌봐주던 사람도 점점 부담스러워한다.  


도시에 가서 일하던 큰오빠가 작업 도중에 크게 다쳤다.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치료비를 댈 길이 막막하다. 그때 광산소장인 영애의 아빠가 말숙네를 도와준다. 말숙이는 고마웠지만 보답할 길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지난날의 일기를 영애에게 준다. 영애는 그 일기장을 가지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읽어본다. 어려운 속에서도 힘차게 살아가는 말숙 남매의 삶을 보고 영애의 가족들은 모두 눈물짓는다. 

마침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있던 영애의 언니가 집에 와있었다. 영애의 언니는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였다. 영애의 언니는 그 길로 말숙이의 일기를 가지고 서울의 출판사로 달려갔다. 출판사에서는 말숙의 일기를 읽어보고 바로 출판을 하였으며,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말숙의 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많은 판권 수입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이제 말숙이 4남매는 돈 걱정을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서울로 식모살이를 갔던 말숙의 언니도 돌아왔다. 이제 4남매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를 보면 1960년대 우리나라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윤복 군의 일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떠오른다. 윤복 군은 나보다 한 살이 많았는데, 사는 곳이 우리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영화 원작자인 야스모토 스에코의 경우, 인세 수입으로 오빠는 동경의 명문 사립대학인 케이오 대학에 입학하였으며, 언니도 좋은 학교로 진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4남매가 모두 잘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윤복 군은 끝내 불행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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