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일곱째 날 동허이

(2019. 1. 2) 오토바이로 동허이 시 관광

by 이재형

아침에 눈을 뜨니 여섯 시다. 한국에 있으면 한 잠들어 있을 시간인데 너무 추워서 잠을 깼다. 정말 추워도 대책 없이 춥다. 너무 추워 이불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누워서 생각했다. 이대로 누워 있는 게 나은지, 아니면 일어나는 것이 나은지... 일어나는 것이 낫다. 일어나면 바지에, 티셔츠에, 바람막이에, 파커까지 껴입을 수 있으니, 그냥 이대로 누워있는 것보단 낫겠다. 그런데 옷 입으러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다음 행선지는 닌빈이다. 당초 동허이 구경을 잠깐 한 후 오전 중에 닌빈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아침을 먹고 버스와 열차 시간을 알아보니 오전 11시에 버스가 있고, 나머진 모두 밤차다. 생각해보니 닌빈은 여기서 북쪽으로 400킬로를 가야 한다. 여기보다 숙소가 더 추울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침대버스를 타면 승객들의 열기로 호텔방보단 따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밤차를 타자. 숙박비도 아끼고. 그런데 버스 안에 에어컨을 켜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지난번에도 날씨가 그렇게 추운데도 버스에서는 계속 에어컨을 켜 두고 있었다. 저녁 8시 버스표를 샀다. 닌빈에 도착하면 새벽 4시다. 그때 내려서 무얼 하나?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동허이에서 졸지에 하루의 여유가 생겼다.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관광을 하려 해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택시를 타기도 그렇다.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베트남의 숙소에서는 대부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렌트해준다. 베트남에서도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이륜차 면허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증을 가지면, 이륜차 면허증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여 120CC 이하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의 이륜차 면허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시 이륜차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국제이륜차운전면허증>은 받지 못하고, 일반 국제운전면허증만 가지고 왔다.

이런 이유로 내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인 셈이다. 그런데 숙소에선 면허증 따윈 묻지도 않는다. 만약 경찰에 걸리면 말이 잘 안 통하니 일반 면허증으로도 괜찮다고 무조건 우기고, 그래도 안되면 베트남도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라 하니 나이로 들이밀기로 마음먹었다. 오토바이는 하도 타본 지 오래되어 일반 오토바이는 자신이 없어 스쿠터로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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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허이 시내 이곳저곳

아직 운전에 익숙지 않으니 먼저 한적한 뒷골목을 주로 다녔다. 동허이는 잘 정돈된 도시다. 고층빌딩과 같은 화려한 건물은 거의 없다. 그 대신 빈민가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략 중간 정도의 조용한 도시다. 베트남 통일의 아버지 <호찌민>이 이 도시 출신이라 한다. 베트남에서는 중상류쯤 되어 보이는 깔끔한 주택촌들이 이곳저곳 산재해있다. 동허이도 해변을 따라 길쭉하게 형성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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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허이 시내 풍경

시가지를 벗어나 해변도로를 따라 북으로 달렸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그리로 간 것은 아니고, 교통이 한산하여 운전하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바람이 강하다. 파도의 포말이 비처럼 부슬부슬 얼굴을 때린다. 동허이의 해변은 길고 아름답지만 아직 개발은 안 된 것 같다. 가끔 리조트 공사를 하는 광경이 눈에 뜨인다.

동허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영어로 된 안내판이 거의 없어 어디가 어딘지, 그리고 명소 같은 곳이 있더라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전쟁영웅의 것으로 보이는 석상도 몇 개 봤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주변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어딜 가더라도 거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손짓발짓으로 커뮤니케이션은 그럭저럭 된다.

서너 시간 골목으로, 시외로 운전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 골목길도, 해변도로도, 논길도 달려보았다. 시내로 들어왔다. 이젠 제법 오토바이 무리 속에 어울릴 수 있다. 이렇게 또 시내에서 두어 시간을 돌아다니니 동허이 시의 전체 모습이 손에 잡힌다.

동허이는 관광객들이 많은 다른 도시와 달리 사람들이 무척 순박하다. 다낭이나 후에 사람들이 순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데 비해 여기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외국인이라고 돈을 더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 무언가 물으면 수줍어하면서도 잘 가르쳐준다.

외국인이 별로 없다 보니 외국인을 보면 신기한 모양이다.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온다. 내 영어실력도 모르면서... 점심 겸 저녁을 쌀 국숫집에서 먹었다. 젊은 청년이 혼자서 운영하는 집인데, 가게가 깨끗하다. 유일한 메뉴가 쌀국수 단 한 종류, 맥주 한 캔을 주문해서 함께 먹었다. 식사 후 쉬고 있으니 손님도 없어 이 친구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숙소부근 쌀국수 집에서

한자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모른다고 한다. 이름을 한자로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한다. 베트남에선 이미 한자가 사라진 건가? 胡志明이라 쓰고, 이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한다. 호찌민이라고 한다고 하니 놀라고 신기해하는 눈치다.


대학을 나온 잘 생긴 청년, 나이는 23세, 교사 일을 잠깐 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데, 이 동허이란 곳이 그런 환경이 안되다 보니 답답한 모양이다. 베트남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니 너도 여러 가지 기회를 잘 보고, 또 해외 사정을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더니 기뻐하였다.

이 말은 빈말이 아니다. 내가 실제로 느낀 생각이다. 대체로 동남아의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좀 처져있는 느낌이다. 이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이다.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뭔가 바쁘게 뛰고 있다. 앞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저녁이 되었다. 곧 침대버스를 타야 한다. 오늘은 좀 따뜻하게 잘 수 있으려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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