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여섯째 날 퐁냐케방

(2019.1.1) 땅 속의 별세계 퐁냐케방

by 이재형

2019년 1월 1일 새해이다. 새해를 이곳 베트남에서 맞이한다. 오늘은 가족이 헤어지는 날. 나는 아침 7시 버스로 <동허이>의 <퐁냐케방>으로, 집사람과 아들은 아침 8시 버스로 다낭으로 각각 출발한다. 외국에서 갈라지니 어쩐지 가슴이 찡하다. 마음이 편치 않다. 아들에게 엄마 잘 보살펴라 당부하고 숙소를 나왔다.

투어버스가 예약된 손님을 태우려 후에 시내 호텔을 돈다. 우리나라는 버스 출발장소에 여행객들이 모여 함께 출발하는데, 여기는 버스가 손님을 태우러 돌아다닌다. 손님들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지 않으니 편리하다. 그렇지만 출발시간이 길게 되는 단점도 있다. 나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손님이다. 버스를 오르니 먼저 탄 승객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이드는 잘생긴 젊은 청년인데, 아버지가 독일인이라 한다.

투어 손님이 20명쯤 되는데, 한국인은 나 혼자다. 젊은 부부 한 쌍, 나이 든 부부 한 쌍을 제외하면 모두 혼자서 하는 여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함께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함께 점심을 먹을 때 내가 앉은 테이블의 10명은 젊은 스웨덴인 부부, 덴마크, 이태리, 프랑스, 베트남, 일본인 셋, 그리고 한국인 나다. 일본인 셋은 지금까지 서로가 일본인인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모두 친구같이 친해졌다.

비가 계속 내려 무척 춥다. 위에는 바람막이에다 파카를 껴입어 그래도 나은데, 바지를 아주 얇은 여름바지로 입어서 아랫도리가 무척 춥다. 또 하나 문제는 여기는 아무리 추워도 몸을 녹일 곳이 없다는 점이다. 식당엘 가든 집에 들어가든 어딜 가나 추운 건 마찬가지다. 하물며 시베리아를 가도 몸 녹일 곳은 있을 텐데, 여기서는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다. 햇빛이 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겨울에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여러 번 갔었는데, 거기는 찌는 듯이 덮다. 같은 동남아 국가인인데 이렇게 차이가 클 줄 몰랐다.

버스는 북으로 달린다. <후에>에서 <퐁냐케방 국립공원>까지 210킬로, 4시간이 걸린다. 고속도로인데 주변과 완전 분리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는 다르다. 중앙분리대는 있지만 도로 가장자리는 집들과 연결되어 있다. 구태여 인터체인지를 거치지 않더라도 도로 진입이 가능하다. 좀 느긋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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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한참을 달리니 사막 같은 곳이 나온다. 흰모래로 덮여있는 지역인데 아무래도, 사막처럼 모래뿐이지만 비가 많은 지역이라 군데군데 나무도 서 있다. 폭은 도로 양옆으로 수 킬로 이상 되어 보이고, 길이는 버스로 거의 20분 정도 달리는 거리이다. 특이한 지형이다. <퐁냐케방>은 <동허이>를 거쳐간다. <동허이> 근처에 오니 비가 멎는다. 여기엔 비가 내린 흔적도 없다. 그러나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리고 있다.


도로 양옆은 거의가 논인데, 지금은 경작 철이 아닌 듯 벼는 보이지 않는다. 논에는 물이 가득 차있다. 가끔 논들 가운데 특이한 지역이 보인다. 아마 공동묘지 같다. 우리는 산에다 각자 떨어져서 묘지를 쓰지만, 일본은 주택가 가운데 평지에 공동묘지를 쓴다. 베트남도 그렇다.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은 작은 탑 같은 것을 만들어 묘지로 쓰며, 면적이라야 1평을 넘는 것이 거의 없다. 이에 비해 베트남의 묘지는 마치 주택 혹은 성을 축소해놓은 모양으로 그 크기가 상당하다.

무덤에는 담장이 있고, 그 안에는 축소된 성문 같은 것이 있으며, 그 문 뒤에는 축소된 전각이 있다. 죽어서도 생전에 살던 곳과 같은 곳에서 지내라는 뜻인 것 같다. 작은 것은 10평이 못되지만, 거의 200평이 넘어 보이는 큰 것도 있다. 큰 것은 아마 부자들의 무덤이겠지. 조상을 숭배하고, 무덤을 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하고 많이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퐁냐케방>에 도착했다. 베트남의 국립공원 가운데 하나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산속으로 세계 최장의 동굴이 뚫려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이 약 4,000킬로인데, 지금도 계속 새로운 굴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산 모양이 특이하다. 우리나라 산들과 같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 봉긋봉긋 솟아나 있다. 마치 중국의 계림의 산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조금 완만하다. 우리나라 산과 계림의 산을 반쯤씩 섞어놓았다고나 할까.

14인승 정도의 작은 나무배를 탔다. 좌석은 두 자리씩 7줄이다. 배는 모터와 노 두 가지 동력을 사용한다. 배를 한참 달리니 동굴 입구가 나왔다. 강은 산 아래에 뚫린 동굴과 연결된다 배를 탄체로 동굴로 들어간다. 지금까진 배가 모터를 동력으로 달려왔지만 동굴 안에서는 사람이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인다. 입구를 들어서니 동굴이 광장처럼 넓다. 그리고 높이도 거의 20미터는 돼 보일 정도로 높다. 천장과 벽은 갖은 색과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땅 속의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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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냐케방 동굴풍경

석회암 동굴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은 종유석이 많이 매달려 있고, 석순과 석주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는 종유석이나 석순, 석주는 많이 보이지 않는 대신, 마치 밀가루 반죽으로 빚어놓은 듯 한 기묘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동굴은 색이 단조롭지만 여기는 갖은 색깔로 화려하다. 그리고 석회암 동굴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석회암과 대리석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어떤 바위는 석회암으로 보이지만 또 어떤 바위는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무늬도 들어가 있다. 전체적으로 석회암이 대리석으로 변형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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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냐케방 동굴 출구

배는 동굴 속으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좁은 물길을 지나면 다시 풍경이 일변하여 새로운 광장이 나온다. 각 광장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땅 속에 이런 절경이 있을지 누가 알았으랴. 배로 30분 정도를 들어가니 동굴 끝 지점에 다 달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동굴 입구를 100미터쯤 앞두고 배를 내려준다. 걸어서 동굴을 통과하여 나가는 길이다. 배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넓고 좁은 동굴 길을 통해 걸어 나오는데 갖은 모양과 색깔의 돌조각들이 곳곳에 서 있다. 동굴을 나오니 한순간 도원경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그 절경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내 재주가 한탄스럽다.

동허이 시내에서 버스를 내렸다. 값싼 숙소를 예약했더니 찾기가 힘들다. 구글 지도는 근처까진 데려다 주지만 정확한 위치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재작년 뉴욕에 갔을 때도 호텔을 근처에 두고 몇 바퀴를 돈 적이 있다. 손짓 발짓으로 묻고 물어 겨우 숙소를 찾았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호스텔인데, 안주인이 무척 친절하다. 이곳 동허이 사람들은 북방민족인지 얼굴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다.

방에 들어가니 그야말로 냉골이다. 바닥이 비닐장판으로 되어 있는데, 발이 시릴 정도로 차다. 밖이나 집 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찜질장이나 사우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침대 위엔 얇은 이불 하나다. 그래도 안주인이 담요를 하나 더 가져다준다. 추우니 이불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불은 내 키에 비해 조금 짧다. 추운 날 이불 밖으로 발이 나오면 얼마나 괴로운가 생각해보시라. 조금이라도 몸을 덥히려고 머리 위로 이불을 덮었다. 조금 낫지만 답답하다. 휴대용 전기담요라도 한 장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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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허이의 숙소부근 동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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