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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1. 2024

영화: 여자 지옥의 노래 샤쿠하치 벤텐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형사를 찾아 복수하는 여자 도박사

■ 개요


1969년에 제작된 <남자 처형자 극악 벤텐>(男ごろし 極悪弁天)이란 영화는 벤텐(弁天)이라는 별명을 가진 떠돌이 여자 도박사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악당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내용의 영화로서 대히트를 쳤다. 이에 힘입어 그 속편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여자 지옥의 노래 샤쿠하치 벤텐>(おんな地獄唄 尺八弁天)으로서 1970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여자 도박사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붉은 모란 도박사>(緋牡丹博徒)가 유명한데, <여자 지옥의 노래 샤쿠하치 벤텐>도 <붉은 모란 도박사>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두 영화에 있어 주인공이 여도박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캐릭터의 특징은 정반대이다. <붉은 모란 도박사>의 주인공 오류(お竜)는 비록 야쿠자이긴 하지만 의협심이 넘치는 여자로서, 약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악당들을 응징한다. 그러나 샤쿠하치 벤텐은 다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고 오직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쫓는 악당들을 잔인하게 처단한다. <붉은 모란 도박사> 시리즈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796207461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796236226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796269569


<여자 지옥의 노래 샤쿠하치 벤텐>의 주인공의 이름은 오카요((お加代)이고 별명이 샤쿠하치 벤텐(尺八弁天)이다. 샤쿠하치(尺八)란 일본의 퉁소이다. 우리나라 퉁소에 비해 크고, 길며, 거친 느낌이 있다. 오카요는 샤쿠하치를 불면서 시름을 달래기도 하고, 또 싸울 때는 무기로도 사용한다. 벤텐(弁天)이란 불교에 있어서 수호신 가운데 하나인 변재천(弁財天)의 별명이다. “분쟁의 씨앗”이라는 뜻도 있고, 용병, 테러리스트, 밀정, 암살자 등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카요의 등에는 벤텐의 문신이 그려져 있다. 


■ 줄거리


여도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오카요(お加代)는 여러 명의 야쿠자를 죽이고 쫓기던 중 시부카와 경찰서의 형사 혼다 겐쿠로(本多源九郎)에게 체포된다. 그러나 혼다는 오카요를 경찰서가 아니라 산으로 끌고 갔다. 그때 나타난 자들은 긴지(銀次)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혼다는 돈을 받고 오카요를 긴지에게 넘긴다. 긴지는 오카요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야쿠자 두목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벤텐의 문신 그림이 그려진 오카요의 등 껍질을 벗겨 바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혼다를 매수하였던 것이다. 


오카요는 긴지와 그의 부하들에게 난행을 당하고, 이젠 죽음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때 지나가던 누군가가 총을 쏘아 긴지의 부하들은 총을 맞아 죽고, 긴지도 큰 부상을 입는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중에 오카요는 사람이 없는 신사 본당에서 어떤 남자에게 안겨있는 자신을 느낀다.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남자의 등에 새겨져 있는 길상천(吉祥天) 문신만이었다. 


3년 후 오카요는 시부카와로 향하고 있다. 가는 도중 양아치 야쿠자 한 명이 정중하게 다가와 자신의 이름은 덴파치(伝八)라고 밝히지만, 오카요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서둔다. 덴파치는 최근 긴지와 형제의 의를 맺었는데, 긴지와 덴파치는 오카요의 뒤를 밟아 오카요가 묵는 맞은편 여관에 숙소를 정한다.  

오카요는 숙소에서 알게 된 오사요가 마음에 걸린다. 오사요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인신매매를 하는 카스케(嘉助)에게 팔린 신세였다. 오카요는 오사요를 보고는 젊었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겹쳐진다. 오카요는 카스케의 목을 끌어당겨서는 지금은 돈이 없지만 시부카와에 도착하면 이자까지 포함하여 50엔을 줄 테니까 그때까지 오사요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고는 계단아래로 밀어 던져 버린다. 


밤이 저물어 오카요와 오사요는 함께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자신을 친언니처럼 따르는 오사요에게 오카요는 등의 벤텐 문신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맨 마지막 사람이 없을 때밖에 욕탕에 들어갈 수 없는 신세라고 한탄한다. 그때 긴지와 덴파치가 나타나 두 사람을 습격한다. 오카요는 긴지의 칼을 빼앗아 도로 찔러버린다. 얼굴을 베인 긴지와 덴파치는 꼬리를 말아 도망쳐버린다. 날이 밝아 오사요가 출발하려 할 때, 카스케의 옆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사요에게 지나가던 파발꾼이 오카요의 비녀와 편지를 전해준다. 


시부카와로 향하는 도중 오카요는 도박장에서 혼자서 판을 휩쓸어버린다. 그녀는 딴 돈의 일부를 도박장 주인에게 주고는 혼다의 소식을 물었더니, 혼다는 지금 형사를 그만두고 마을에서 제일 큰 방적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가 되었다고 한다. 

혼자서 밤길을 걷고 있던 오카요가 어느 신사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다가와 딴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한다. 오카요가 웃어넘기자 학생복을 입은 남자가 달려들었고, 오카요는 칼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 남자는 권총으로 오카요의 비수를 날려버리고는 오카요를 친다. 그리고 의식을 잃은 오카요를 데라고 신사 본당으로 들어간다. 그는 세이가쿠라는 남자로서 지난날 오카요를 구해주었던 인물이다. 그는 오카요의 옷을 벗겨 등에 있는 벤텐 문신을 바라본다. 이때 오카요도 깨어난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는 서로 등에 짊어진 벤텐과 길상천에 이끌리듯 몸이 하나가 된다. 


오사요가 끌려 온 곳은 혼다의 저택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사요는 격렬하게 저항하였지만, 결국 혼다에게 몸을 빼앗기고 만다. 그때 혼다에게 오카요가 시부카와에 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지만 혼다는 이미 손을 써두고 있었다. 옆 방의 침실에서는 오사요가 혼다와 그 부하들이 나누는 말을 엿듣고 있었다. 오사요는 빈틈을 노려 탈출하려 하지만, 곧 도로 잡혀 고문을 받는 처지가 된다. 


도박장에서는 돈을 잃은 덴파치가 사기도박이라면서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누구 하나 덴파치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긴지마저도 눈을 돌린다. 덴파치는 난동을 부린 벌로 오사요가 갇혀 있는 같은 토굴에 감금되어 심하게 얻어맞는다. 

신사의 경내에서 세이가쿠가 퉁소를 불고 있을 때 혼다가 나타난다. 세이가쿠는 실은 혼다가 키운 개로서, 혼다가 어젯밤 손을 써두었다는 말은 세이가쿠에게 오카요의 숨통을 끊어놓으라고 명령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세이가쿠는 품에서 오카요의 머리털을 꺼내 보이며 해치웠다고 보고한다. 세이가쿠를 신뢰하고 있는 혼다는 그의 말을 믿는다. 


오사요를 찾고 있는 오카요 앞에 긴지가 막아섰다. 그러나 오카요는 쉽게 그를 베어버린다. 세이가쿠는 오카요가 긴지의 숨통을 끊어놓았다고 느낀다. “한 마리”라며 웃더니,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혼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여기서도 한번 짖어볼까”라며 퉁소를 분다. 그 소리를 들은 오카요는 미소 짓는다.  


오카요는 토굴에 들어가 오사요와 덴파치를 구해준다. 세이가쿠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자 혼다를 쏜다. 그러나 그늘에 숨어있던 혼다의 경호원들의 칼을 맞아 그도 쓰러진다. 그곳에 오카요가 나타나 혼다의 부하들을 마구 베어버린다. 그런 다음 세이카쿠에게 정신 차리라고 울부짖지만, 그는 그만 숨을 거둔다. 오카요는 혼다의 부하들을 모조리 베어 죽인다. 


날이 밝았다. 벤텐 오카요는 시끄럽게 다투며 멀어져 가는 덴파치와 오사요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지옥의 노래”를 부르며 오카요는 홀로 걷기 시작하였다. 아래 링크는 <샤쿠하치 벤텐 지옥의 노래>이다. 

https://youtu.be/p_JS0DxxLcY?si=dmla3aRY2h-9zw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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