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에로틱 판타지 시대극
오래전에 <요제연담>이라는 홍콩영화 포스터를 본 기억이 있는데, 자주 찾는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가 있길래 다운로드하여 감상하였다. 요제연담은 시리즈 영화인데, 이번에 감상한 영화는 <요제연담2: 오통신>으로서, 1991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판타지 시대 에로물이라 할 수 있는데, 홍콩에서도 성적으로 이렇게 과격한 영화를 제작하는지 깜짝 놀랐다. 아주 농도 짙은 에로영화이다. 우리나라라면 출연할 여배우를 구하지 못해 이 정도의 농도 짙은 에로 영화는 아마 제작이 불가능할 것 같다. 홍콩도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어떻게 여배우들을 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다. 이 영화에서 에로틱한 장면은 거의가 조연 배우들이 연기하고, 막상 여주인공은 별로 에로틱 연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연 여배우로는 일본의 포르노 여배우, 즉 AV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였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인 “요제연담”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였다. 원제목을 찾아보니 “요재염담”(聊齋艷譚)이었다. “염담”(艷譚)이란 한자 뜻 그대로 “에로틱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럼 “요재”(聊齋)는 무슨 뜻일까? 청나라 초기에 포송령(蒲松齡)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그의 필명이 바로 “요재”였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로부터 “요재 선생”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요재 선생은 만년에 많은 소설을 썼는데, 그중 하나가 『요재지이(聊齋志異)』라는 소설집으로서, 주로 귀신, 요괴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영화 <요제연담>은 요재 선생이 쓴 <요재지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영화이다.
마계의 오통신(五通神)은 수많은 난행을 벌이고 다닌 벌로 하늘의 벌을 받아 죽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비록 죽었지만, 혼은 사라지지 않고 삼계(천계, 마계, 인계)를 떠돌아다니다가 추생이란 마귀로 변신하여 인간계에 나타난다. 악행을 일삼던 오통신이었지만 인간계에서 소연이란 여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의 법칙은 다른 세상인 마계와 인간계 사이의 사랑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자연의 법칙을 어긴 추생, 즉 오통신을 응징하기 위하여 천상계에서는 두 선녀를 보낸다. 추생이 선녀와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중 소연은 죽고, 추생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마계로 떨어진다.
추생은 마계로 떨어지기 전에 어느 민가를 엿본다. 방 안에서는 어떤 여자가 아기를 낳고 있는 중이었다. 아기가 갓 태어나자 추생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소연의 혼이 담긴 구슬을 아기에게 던진다. 그 구슬은 아기의 왼쪽 가슴 위 어깨 부분에 푸른색이 빛나는 흔적을 만든다. 원래의 오통신으로 돌아간 추생은 인간계와 마계의 통로가 되는 동굴에서 숨어 산다.
오통신이 칩거하는 동굴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오통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통신이 날뛰어 마을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도 마을사람들은 오통신에게 제물을 바칠 처녀를 선택하기 위해 심지를 뽑고 있다. 그런데 마을의 촌장이 딸을 바쳐야 하는 심지를 뽑게 되었다. 촌장의 아내는 울면서 어떻게 할 수 없겠느냐고 남편에게 매달리지만, 이 일만은 어쩔 수 없다. 촌장의 딸은 옥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처녀로서, 바로 추생이 소연의 혼을 불어넣은 아기가 바로 그녀였다.
드디어 옥인을 오통신에게 바쳐야 하는 날이 왔다. 곱게 단장한 옥인을 태운 가마는 오통신이 기거하는 동굴 앞에 내려지고, 두려움에 떠는 가마꾼들은 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가마꾼 가운데는 산근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우연히 옥인을 처음보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옥인이 탄 가마를 내려놓고 다른 가마꾼들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던 산근은 사랑하는 옥인을 그냥 두고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무기를 들고 다시 오통신의 동굴로 올라갔다.
오통신이 동굴에서 나와 가마 안에 있는 옥인을 보자, 그는 단박 그 여자가 옛날 자신이 소연의 혼을 불어넣은 아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통신이 옥인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가려 할 때 무기를 든 산근이 나타나 뒤에서 공격을 가해온다. 오통신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동굴 안으로 사라졌으며, 산근은 옥인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에서는 산근이 오통신을 물리치고 옥인을 다시 데리고 왔다고 하여 성대한 환영 잔치가 열렸다. 산근은 옥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옥인도 이것을 받아들여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산근에게 옥인을 빼앗긴 데다 심각한 부상까지 입은 오통신은 복수의 기회만 노리다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마을을 습격하여 산근의 형을 죽이고 형수를 잡아간다. 화가 난 산근은 여동생과 옥인을 데리고 오통신의 동굴로 찾아간다. 도중에 고승을 만나 오통신을 물리칠 비책을 전수받고 동굴로 가서 오통신을 공격하는데, 정면으로 대결해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결국 산근은 오통신에게 패하여 얼음 속에 갇히게 된다. 산근의 여동생이 오통신과 싸우는 동안 옥인은 체온으로 얼음을 녹여 산근을 구해내는데, 이 광경을 본 오통신이 다시 공격해 온다.
위기의 순간 옥인의 몸속에 있던 소연의 혼이 나타나 오통신을 말린다. 한시도 잊지 못하던 소연의 모습을 본 오통신은 선한 마음을 되찾아 산근과 옥인을 무사히 돌려보내고는 인간계를 떠난다.
이 영화는 이상의 스토리로 볼 때 그다지 에로틱한 영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은 에로틱한 행위를 하지 않지만, 그 배경이 되는 인물들은 어디서나 정사를 벌이고 있다. 즉 스토리의 전개와는 관계없이 에로틱한 광경이 마치 배경 풍경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