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하노이 공항에서 사파행 버스를 타다
오늘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인천공항 11시 10분 발이라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왔다. 어제 급하게 짐을 챙기느라 잊은 것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중요한 신발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였다. 이전에 여행 때 항상 신고 다니던 경등산화는 더 이상 못 신을 정도로 낡아버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점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제 서두르느라고 미처 살펴보지 못하였다.
요즘 해외여행에서는 핸드폰이 아주 중요하다. 여행을 위한 모든 정보가 핸드폰에 들어있다. 도중에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거나 하여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아주 낭패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짐을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보조 배터리 생각이 떠오른다. 늘 가지고 다니던 보조 배터리가 있는데, 갑자기 찾으려니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집을 나서면서 잘 신지 않은 등산화를 꺼냈다. 신어 보니 신발이 작아 발끝이 불편하다. 다른 신발을 찾아야겠는데, 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럴 시간이 없다. 할 수 없이 불편한 신발을 그냥 신고 나왔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발가락이 조금 아파온다. 베트남에 가보고 계속 신발이 불편하다면 버리고 새 신발을 사야겠다.
인천공항 행 첫 차를 타고 오전 8시 조금 넘어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은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그런데 출국장에 들어서니 긴 줄이 늘어서있다. 여행객은 많지 않았으나 검색대를 1/3만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검색대를 한 곳만 더 열어 놓았어도 아무 불편 없이 통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거진 한 시간이나 걸렸다. 항공편은 저가 항공 중에서도 저가인 비엣젯이다. 인터넷에서는 악명 높은 항공사인데, 나는 작년에 이 항공사를 이용해 보고는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다. 나는 비엣젯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아주 만족한다.
비엣젯에 대해 사람들의 원성이 높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비행기 스케줄에는 항상 돌발변수가 발생한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돌발 사건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항공사는 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거나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여야 하는데, 비엣젯은 그런 면에서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대응력이 한참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러한 비행기 스케줄 상의 돌발적인 사건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발사건에 대한 대응력이라는 점만을 제외한다면 비엣젯의 항공기 상태나 서비스의 수준을 괜찮은 편이다.
비행기에 탑승한 후 한 시간 반 정도 졸다가, 태블릿 PC로 드라마 한 편, 과학 다큐멘터리 3편 보고 난 후, 마작을 2판하고 나니 하노이 공항이다. 출국 수속을 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났다. 오기 전에 오후 4시에 공항에서 사파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베트남 교통예약 앱인 vexere로 버스 예약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한국에서 잘 되던 앱이 여기선 안된다. 이리저리 확인해 보니 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신이 원할치 못한 것 같다.
지금은 베트남 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트래블 월렛을 이용하여 베트남 돈을 뽑으려 하였으나, ATM 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우선 베트남 화폐가 있어야 버스를 예약하던지 뭣을 할 수 있다. 일단 가지고 있는 달러 100불을 환전하였다. 그런 후 다시 vexere로 버스 예약을 시도하였다. 여전히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핸드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하여 곧 전원이 끊어질 것 같다. 낭패다. 오후 4시 차를 못 타면 6시 이후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한밤중이나 새벽에 도착하게 된다. 물어볼 데가 없다. 여행정보센터는 보이지 않고, 온통 환전상과 심카드 판매상뿐이다. 몇 사람에게 계속 버스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모두들 모른다고 한다. 그때 마침 어느 환전상이 자신이 버스 예약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요금은 16불인데 20불을 받는다.
그 덕분에 사파행 버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버스를 예약하고 나자 이제 배고픔이 밀려온다. 어디서 얼마를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자 이 자리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마음이 놓여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왔다고 한다. 어깨에 배낭을 메고 양손에 햄버거와 콜라를 들고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는 공항 건물에서 2-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주차하고 있었는데, 버스를 예약해 준 직원이 그곳까지 직접 데려다 주어 헤매지 않고 차를 탈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예약 수수료에 상응하는 충분한 서비스를 해주었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쉽게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보니 최근에 등장한 고급 슬리핑 버스이다. 지금까지 슬리핑 버스를 여러 번 타보았는데, 이번이 최고이다. 보통 슬리핑 버스는 3열 40석 정도이지만, 이 버스는 2열 24석이다. 그래서 폭도 넉넉하고 길이도 길어 다리 뻗기도 한결 쉽다. 각 좌석은 완전히 캐빈형으로서, 커튼만 치면 프라이버시가 완전 보장된다. 각 캐빈마다 TV가 있고, 의자에는 안마기 기능까지 있다. 이 정도면 하루종일 버스를 타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