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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1. 2021

숲으로의 여행: 대관령 자연휴양림(1)

(2020-10-18) 월악산과 정선을거쳐대관령으로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니 답답하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 속박에 꽉 눌린 느낌 이리라. 지난 9월 초, 여름휴가철을 피해 9월 말 인제에 있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예약했다. 그러나 2.5단계 거리두기 격상으로 휴양림은 폐쇄되고 예약은 자동 취소된 적이 있다. 휴양림은 그만 포기하고 울릉도나 홍도로 여행을 갈까 하는 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휴양림도 다시 개장되었다.


자연휴양림 예약 사이트가 오픈하는 날, 아들에게 시간을 맞춰 들어가 꼭 예약을 해두라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운 좋게 대관령국립자연휴양림을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강원도 지역 휴양림은 앗 하는 순간에 예약 완료다. 10월 18일부터 2박을 대관령 자연휴양림에서 지내는 거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마침 이때부터 설악산과 오대산 단풍철이란다.


1. 월악산 덕주사(德周寺)


세종시에서 대관령까지 가는 데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직행하는 길, 약 3시간이 걸린다. 다른 하나는 국도로 청주, 괴산, 충주, 제천,  단양, 영월, 정선, 평창을 거치는 길. 6시간 플러스 알파이다. 바쁠 것도 없으므로 두 번째 코스를 택했다.


가는 길에 월악산 덕주사를 거치기로 했다. 거기가 뭐 특별히 좋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가는 길에 월악산이 있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월악산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절이 덕주사였기 때문이다. 세종에서 월악산까지 대부분 고속화 국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논스톱으로 달린다. 그러나 속도제한 구간이 하도 많아 시간은 꽤 걸린다.


충주호를 끼고 한참을 달리니 월악산이 나온다. 관광객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덕주사를 거의 2킬로 정도를 남겨놓고 차들이 줄을 섰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다. 그동안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좀이 쑤셨나 보다. 덕주사는 월악산 초입에 있다. 절로 올라가는 길 옆으로는 깊고 맑은 계곡이 흐른다. 양 옆의 산들은 이제 막 단풍이 들려고 하고 있다. 나무 종류 때문에 원래 그런지 아니면 올해 긴 장마 때문에 그런지 단풍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덕주사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손이 많이 간 절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월악산 산자락을 바라보는 위치에 세워져 있어 절에서 보이는 경치는 아주 그만이다. 유서가 오랜 절로서 보물도 소장하고 있다고 하나, 무엇인지는 잊어버렸다. 이 절의 명물은 남근석(男根石)이다. 절 입구에는 작은 남근석이 몇 개 있고, 절 마당 한 켠에는 5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큰 남근석이 늠름하게 서 있다. 자연석 같아 보이지는 않고  일부러 세운 것 같은데 비교적 근대에 와서 만든 것 같다.


2. 정선 정암사(淨巖寺)


덕주사를 나와 정선의 정암사로 간다. 정암사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정선에서 대관령 가는 길이 경치가 아주 좋다고 해서, 정선을 거쳐 대관령을 거쳐 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로 가는 김에 근처에 가 볼 만한 곳이 있는가 해서 찾아본 곳이 정암사이다. 청풍호를 끼고 영월 쪽으로 달린다. 집사람이 혼잣말로 언제 한번 정암사에 가봤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지금 바로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라 하니 아주 좋아한다.


가는 길에 영월 관풍헌(觀風軒)을 들렀다. 관풍헌은 옛 영월 지역을 다스리던 영월군수가 집무를 하던 관청이다. 지금으로 말한다면 영월 시청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옛날 관청 건물과 역사 건물들이 복원되어 건축되어 있는데, 넓은 마당이 맨땅으로 되어 있어 좀 황량한 느낌이 나기도 한다. 넓은 마당 한 켠에는 키가 아주 큰 멋있는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정암사는 강원랜드와 하이원 리조트를 조금 지나서 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절인데, 집사람 말로는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 한다. 정암사에 도착하니, 월악산보다 좀 더 북쪽이어서 그런지 단풍빛이 약간은 더 진해 보인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단풍철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이라 하니 상당히 역사가 오랜 절이다. 절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계곡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암사에는 국보 332호인 수마노탑이 있다. 최근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고 하는데, 국보로서는 막내가 아닐지 모르겠다. 수마노탑은 정암사에서 아주 가파른 산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수마노탑은 작은 청석 조각을 쌓아서 만든 듯한 독특하게 생긴 탑이다. 높이는 5-6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수마노탑에서 내려다보면 정암사의 전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평화롭게 펼쳐 보인다.


벌써  오후 6시다. 집을 출발한 지 8시간이 지났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모처럼 경치를 즐기기 위해 선택한 이 길을 어둠 속에 달려야 할 것 같다. 내비를 켜니 대관령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가야 한다고 나온다.


3. 대관령 자연휴양림


깜깜한 밤길을 달린다. 깊은 산 속이다 보니까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차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선루프를 열었다. 시원한 숲 속 공기가 더없이 상쾌하다. 한참 달리다 보니 차 계기판에 노란색 경보등이 켜진다. 무슨 문제인가? 불안해진다. 차를 잠시 세우고 매뉴얼을 찾아보았다. 배기가스 경보등이다. 잘못하면 엔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산 속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대로 달렸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8시가 가까워진다. 통나무집은 7인용으로 배정되었다. 경쟁률이 높아 몇 개를 지원했더니 이게 걸린 거다. 방 외에 따로 거실이 있어 방 1칸으로 된 2인용 통나무집에 비해 훨씬 낫다. 통나무집은 하늘을 찌를 듯 한 큰 소나무들 사이에 있다. 집 안에 들어서니 나무 냄새가 기분 좋다. 집 뒤는 계곡인 것 같다.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배가 고프다. 삼겹살에 맥주 한 병, 소주 반 병을 비우니 살만하다. 삼겹살 2백 그램짜리 3팩을 산다는 것이 그만 5백 그램짜리를 샀다. 이걸 다 어쩌나... 밥을 먹고 집 밖으로 나갔다. 숲 속 밤공기가 매우 차다. 별을 보고 싶었는데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이 너무 밝아 그런 것 같다.


난방 온도를 좀 높였더니 온돌방이 저글 저글 끓는다.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TV에서 오죽헌에 대나무 꽃이 피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대나무 꽃은 60-120년 만에 한 번씩 핀다고 한다. 내일은 오죽헌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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