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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9.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7)

(2021-09-28) 영주 부석사와 풍기 인삼시장

청량산에서 부석사까지는 30분 남짓 걸리는 길이다. 부석사에는 이전에 한번 온 적이 있었는데, 어떤 절인 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청량산에서 제법 걸었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운전을 하면서 사과와 옥수수로 배를 채운다. 


13. 영주 봉황산 부석사


영주 부석사(浮石寺)는 무량수전(無量壽殿)으로 유명하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부석사의 무량수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배웠는데, 요즘은 안동에 있는 봉정사의 극락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한다. 아마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봉정사 극락전이 그렇게 오래된 건물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부석사는 유명한 사찰로서 무량수전을 비롯하여 무량수전 앞 석등 등 6점의 국보를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부석사를 대표하는 가람인 무량수전은 이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자리는 내주었지만, 아름다운 목조건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는 통도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등과 함께 한국의 산사(山寺)로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도 오래되었지만, 석등 등의 문화재는 무령수전보다 훨씬 오래 전인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부석사에는 15년 전쯤 한번 온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와보는 절이란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 지난날에 감상한 영화도 잊어버리고 다시 본다는데, 나도 그런 경우가 아닌지 모르겠다. 부석사는 비교적 큰 절에 속한다. 그래서 절터는 넓다고 할 수 없으나 많은 수의 절집들이 질서 정연하게 들어서 있다. 절 전체가 꼭 하나의 정원과 같은 느낌이 든다. 잘 조성된 조경과 함께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있는 절집들이 마치 한복의 그림과 같다. 전통이 오래된 절이다 보니 둘러보는 곳마다 문화재가 있다. 

절에 들어서면 먼저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작은 탑인데 주위에 작은 정원수들이 심어져 있어 작은 정원처럼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봉황산 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린 목조로 된 강당이 나온다. 단청이 바래서 그런지 아주 고색창연한 느낌이다. 이곳을 지나면 조금 넓은 마당이 나오고 국보인 석등이 서있으며, 그 뒤로 부석사의 대표 문화재인 무량수전이 서있다. 


무량수전(無量壽殿)이란 아미타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아미타불을 모시는 법당은 보통 극락보전(極樂寶殿)이라고도 하며, 아미타전(阿彌陀殿)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한다. 무량수(無量壽)란 무량의 시간에 이르는 생명이라는 뜻이다. 무량(無量)을 나타내는 숫자 단위는 무량대수(無量大數)라고 하는데, 10의 68승에 해당하는 숫자로서, 공인된 숫자 단위로서는 가장 큰 단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무량수전은 지은 지 거의 천년에 이르는 오래된 건물이지만, 건물 외관을 봐서는 그다지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무량수전에서 산 아래쪽을 바라보며 가운데에는 안태루(安泰樓)가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봉황산 아래쪽의 경치가 그림같이 펼쳐져있다. 무량수전 옆으로 돌아가면 작은 석불이 있고, 그 아래에는 삼성당이 있다. 부석사에 있는 절집들은 다른 큰 절에 비해 하나하나의 건물은 크지 않다.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건물들이 마치 미리 정해져 있는 듯 한 자리에 들어앉아 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집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가는데, 한참을 내려가도 주차장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려와서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다. 다시 힘든 산길을 걸어 올라가 주차한 곳으로 갔다. 


14. 풍기 인삼시장


봉와나 풍기는 경상북도에서도 아주 오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첩첩이 산들로 이루어진 곳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고속도로와 고속국도가 사통팔달 지나고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해졌다. 


풍기는 인삼의 고장이다. 풍기 역 앞에는 인삼시장이 있는데, 15년 전쯤에 한번 찾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는 길에 괴산 오일장을 들어 장을 보고 갈 예정이었으나, 풍기 오일장도 오늘이라 한다. 괴산 장을 들릴 필요가 없이 풍기에서 장을 보고 가면 될 것 같다. 풍기 인삼시장에는 특별히 살 것이 있어서 찾은 것이 아니다. 인삼주와 인삼 막걸리를 제외한다면 나는 인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집사람이 홍삼을 먹으라고 성화라서 어쩔 수 없이 겨우 먹는 형편이다. 며칠 전 먹고 있던 홍삼 엑기스를 다 먹어 속 시원하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남은 것이 또 있다고 새 걸 꺼내놓는다. 


홍삼시장 부근은 이미 늦은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오일장의 상인들이 많이 남아있다. 먼저 인삼시장 건물로 들어갔다. 수많은 인삼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인삼(수삼) 6년 근 한 근에 싼 것은 17,000원, 좋은 것은 25,000원 정도 한다. 아주 값이 싸다는 느낌이다. 지금은 인삼 값이 싸져서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옛날에는 한약 보약이라도 인삼 값이 비싸 웬만한 돈을 들여서는 인삼이 들어가는 보약을 먹을 수 없었다. 


나는 어릴 때 몸이 약해 보약을 많이 먹었다. 그때 어머니를 따라 보약을 지으러 가면 인삼이 들어간 보약은 어린 마음에도 엄청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한우 고기와 비교하면 인삼이 훨씬 싸다. 그러나 옛날 내가 어릴 때 그 시절은 쇠고기와 인삼 값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삼 값이 비쌌다. 그런 상품이 또 있다. 바로 벌꿀과 참기름이다. 지금은 누구나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값이 싸졌지만, 옛날에는 벌꿀과 참기름은 부모 자식 간에도 속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쌌다. 지금은 농사 기술이 발달해 품질 좋은 인삼을 대량 생산하는 것 같다.

인삼시장 밖 오일장에는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다. 호두를 파는 곳이 보인다. 내 나이 또래의 남자가 자신이 직접 수확한 호두라며 사가라고 하며 맛을 보여준다. 아주 고소하다. 까먹기가 어렵다고 하니까 5,000원짜리 호두까기를 3,000원에 줄 테니까 함께 사가라 한다. 2만 원을 주니 큰 망태기에 호두가 가득이다. 또 구경을 하니 박을 파는 중년 남자가 있다. 친구들과 벌써 막걸리를 얼마나 마셨는지 고주망태가 되어 있다. 작은 박도 한 개 샀다. 그리고 또 그 옆에 앉은 할머니로부터 풋고추를 샀는데, 5천 원에 두 바가지 정도를 준다. 또 생옥수수를 30자루 정도 사서 차에 실었다. 풍기는 인견으로 유명하다. 집사람은 주위에 있는 인견 제품 판매점에 들어가 옷을 몇 벌 사는 것 같다. 젊은 여주인은 자신의 공장에서 직접 제작한 옷이라 한다. 


차 안은 이제 여행용품과 함께 어제 울진 오일장에서 산 것, 그리고 오늘 풍기 오일장으로 산 물건들로 가득이다. 완전히 부자가 되어 집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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