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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2.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2)

(2021-09-26) 소백산 희방사를 거쳐 통고산 자연휴양림으로

희방사는 어릴 때부터 꼭 가고 싶었던 사찰로서 그동안 여러 번 갈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영주의 사찰이라면 누구나 유명한 부석사를 떠올릴 것이지만, 어릴 때부터 아주 친한 친구의 고향이 영주인데, 그 친구로부터 영주 사람들은 부석사보다 희방사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고등학교 때 들었으니, 거의 50년이 지나 오늘 희방사를 찾아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사과와 옥수수, 그리고 문경에서 산 오미자 빵으로 점심을 때웠다. 오미자 빵은 팥빵 위에 오미자 잼을 얹은 것인데, 맛이 괜찮다. 오미자는 문경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이다. 15년쯤 전인가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나보다 몇 년 선배인 분이 직장생활을 은퇴한 후 문경으로 내려가 오미자를 재배하는 한편, 마을 사람들에게도 오미자 재배를 권유하여 마을 전체가 오미자로 완전 대박 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먹은 오미자 빵이 혹시 그 선배와 관계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영주 소백산 희방사(喜方寺)


지금까지 평탄했던 풍경이 점점 산골 풍경으로 바뀐다. 이화령(梨花嶺)을 넘어 한참 달리니 희방계곡(喜方溪谷)이 나온다. 희방사(喜方寺)는 희방계곡 끝 지점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지나 희방계곡으로 들어갔다. 이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가면 희방사이다. 계곡이 아주 깊고 좋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깊은 계곡은 웬만한 산에 가서는 보기 힘들다. 계곡 물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우렁차다. 아주 가파른 길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나무로 된 계단이 나온다. 이렇게 가파른 길 위에다 어떻게 절을 지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두어 명이 다닐 수 있는 좁을 길로서, 차는 물론 손수레도 다닐 수 없는 산길이다. 


한참을 올라가니 희방폭포가 나온다. 높이가 20미터가량 되어 보이는데,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는 가장 큰 폭포라 한다.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와 땀이 나는데, 폭포의 시원한 공기가 땀을 식혀준다. 이제까지는 산길을 다닐 때 맨몸으로 다녔는데, 오늘은 자동차 트렁크에서 굴러다니던 스틱을 꺼내왔다. 거의 이십여 년 전 중국 장가계에 갔을 때 거기서 산 것인데, 형편없는 품질의 스틱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돌아가면 새 스틱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한참 더 올라가다 보니 계곡과는 어울리지 않은 큰 건물이 나온다. 무슨 건물인가 했더니 알고 보니 희방사의 강당이다. 드디어 희방사에 도착했다. 희방사는 계곡이 거의 끝나는 높은 지점에 위치해있다.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건립하였다 한다. 역사가 아주 오랜 사찰이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조그만 사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이 이렇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절 터도 좁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절의 규모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절의 규모는 작지만 아주 아담한 절이다. 깊은 산속 계곡과 잘 어울리게 건물이 지어져 있다. 다만 이 절에서 가장 큰 건물인 절 앞에 있는 강당은 이곳 자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희방사는 규모면에서는 부석사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희방계곡은 너무나 아름다운 계곡이다. 옛날 친구가 영주 사람들은 부석사보다 희방사를 더 좋아한다고 한 것을 아마 이 계곡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절터에 자연과 잘 어울리는 작은 절집들이 이곳저곳에 다소곳이 들어서 있다. 절 옆에 있는 나무에는 무엇인지 모를 빨간 꽃에 쌓인 까만색의 작은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나는 나무 이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산에 오면 나무이름을 좀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는데, 배울 기회가 좀처럼 없다. 


다시 가파른 산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산을 오르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부담스럽다. 그런데 절 옆으로 좁은 자동차 길이 보인다. 물어보니 이 길이 조금 우회는 하지만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편한 길이라 한다. 이 길로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 생각보다 꽤 높이 걸어 올라온 것 같다.  


4. 통고산 자연휴양림


희방계곡을 출발하여 울진 방향으로 달린다. 풍기읍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찾아가 고기와 채소, 물과 술을 샀다. 소백산 막걸리란 상표의 막걸리도 큰 것으로 한통 샀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그 지방의 막걸리를 맛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풍기 하나로 마트는 시골에 있는 마트 치고는 상당히 크고 깨끗하며 주차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풍기를 출발하니 이제 가도 가도 산이다. “산첩첩 물첩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경북 북부지방과 강원 남부지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골마을이 아닌가 생각된다. 길 양쪽 보이는 것 모두가 산이다. 높은 길로 들어서면 저 멀리 산들이 첩첩이 계속 펼쳐지고 있는 풍경이 보인다. 풍기를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되어 통고산에 도착하였다. 통고산(通高山)이라면 아마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불영계곡(佛影溪谷)이라면 들어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불영계곡은 바로 통고산에 있는 계곡이다. 


옛날 마한 지역에 실직국이라는 부족 국가가 있었는데, 이를 다스리던 안일왕이 적에게 쫓겨 이 산을 넘을 때 고개가 너무 높아 통곡을 했다 하여 통곡산(痛哭山)으로 부르다가 이후 통고산(通古山)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거의 2,000년 전에 “통곡”이라는 말이 과연 사용되었을지 의심스럽다.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불영계곡 상류에 위치해 있다. 불영계곡 본류가 있고, 이 본류를 건너면 지류 계곡이 있는데 이 지류 계곡을 따라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입구 매표소에서 절차를 마치고 계곡을 따라 자동차로 약 1.5킬로 정도 올라가니 숙소가 나온다. 숙소는 바로 계곡 옆에 위치해 있다. 이제 가을이라 해가 짧아져, 주위는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 


삼겹살에 문경새재에서 사 온 송화 버섯을 함께 구워 먹으니 맛이 괜찮다. 소백산 막걸리를 곁들이니 피로가 절로 풀린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할까 해서 숙소를 나왔지만, 숙소 주위를 제외하고는 가로수가 없어 그만두었다. 대신 계곡 쪽으로 나와 있는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여름에는 벌레 때문에 밤중에 도저히 이렇게 밖에 나와 앉아있을 수 없다. 지금이 여행에 가장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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