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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3.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3)

(2021-09-27) 불영계곡과 도화동산

보통 휴양림의 숙소에는 모두 커튼이 있는데, 이곳에는 커튼이 없다. 그래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으로 일찍 잠이 깼다. 오늘은 주로 동해안 쪽을 여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 여행을 했을 때 후포항까지는 관광을 하였으므로 이번에는 울진읍 위쪽으로 둘러보기로 하였다. 


5. 불영계곡(佛影溪谷)과 불영사(佛影寺)


울진을 대표하는 자연 명소는 불영계곡일 것이다. 불영계곡은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울 만큼 깊은 계곡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불영계곡의 상류에 있다. 휴양림을 나와 불영계곡에 있는 불영사(佛影寺)로 향했다. 계곡 옆에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를 한 후 불영사로 걸어 들어갔다. 주차장에서 불영사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보통 우리나라의 산사를 찾으면 차에서 내려 산 위쪽 방향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런데 불영사는 주차장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되어있다. 좀 걷다 보면 다시 오르는 길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내려가는 부분이 많은 길이다. 계곡 아래 절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불영계곡이 아주 넓은 계곡이라 그런지 불영사 가는 길도 아주 넓다. 

울진은 금강송(金剛松)의 고장이다. 금강송은 소나무 가운데서도 아주 잘생긴 품종이다. 불영사로 가는 큰길 옆에는 한아름은 될 듯한 금강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다. 온통 금강송 숲이다. 계곡 쪽으로 내려가니 계곡을 옆에 낀 길이 나온다. 이 역시 자동차가 충분히 교차할 수 있는 정도의 아주 넓은 길이다. 가다 보니 공사를 하는 곳이 나오는데 아마 도로를 넓히는 공사인 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지나니 계곡 아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주 넓은 공간이 나온다. 마치 평지에 있는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보통 사찰은 한정된 절터 내에서 절집들이 모여 지어져 있다. 그런데 불영사는 이와는 달리 넓은 터에 절집들이 이쪽저쪽 띄엄띄엄 느긋하게 누워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영사가 자리 잡고 있는 이 산은 천축산(天竺山)이라 한다. 


불영계곡은 통고산에 있는 계곡으로 알고 있는데, 불영사가 위치한 산은 천축산이라고 한다. 통고산은 높이가 1.000미터가 넘는 산이고, 천축산은 650미터 정도 되는 산이다. 천축산이 통고산에 속한 산인지, 아니면 불영계곡이 통고산과 천축산 경계에 있는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세운 절은 전국에 약 150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의상대사는 그 많은 절을 세우느라 수행은 언제 했는지 모르겠다. 문득 해외유햑을 해서 좋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온 후 정작 연구는 하지 않고 이곳저곳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의상대사도 당에서 10년을 공부한 후 귀국하였다. 귀국한 후는 수행을 멀리하고 절집 짓는다고 전국을 돌아다니지나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덕 높은 고승에 대한 불경인가? 불영에는 3점의 보물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불영사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 부처님의 모습이 비친다고 하여 “불영사”라 이름을 지었다 한다. 부처님의 모습이 비친다는 불영지는 개구리밥으로 덮여 있어 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부처님의 모습을 비추려야 비출 수가 없다. 불영지 바로 옆에는 범종각이 있어 큰 종과 북이 걸려있다. 범종각과 불영지는 썩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절 마당에는 큰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있는데, 그 모습이 아주 특이하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본 줄기에서 가지들이 몇 줄기 뻗어 나고, 그들 가지들은 본 줄기에 비례하여 굵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여기 있는 은행나무는 본 줄기는 매우 굵은데 비해 일정 높이에 이르면 작은 가지들이 바치 방사선과 같은 형태로 빽빽이 뻗어 있다. 절 이곳저곳에는 배롱나무가 서있어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대웅전 앞에는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석탑이 서있고, 석탑 뒤로 대웅전이 아주 소박한 모습으로 푸근하게 서있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고 기와 불사를 한다고 한다. 


다음 행선지는 도화동산이다. 도화동산은 동해안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삼척시 경계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차는 동해안 해안도로로 가기 위해 불영계곡을 끼고 울진읍 방향으로 달린다. 정말 깊은 계곡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계곡은 많지만 이렇게 깊은 계곡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계곡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쉽다. 가다가 중간에 전망대가 나와 내렸다. 시멘트로 만든 정자가 있고 계곡 아랫 방향으로 짧은 계단이 있어 계곡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불영계곡은 넓고, 깊고, 그리고 물도 많다. 이런 계곡이 주위의 산 풍경과 아주 멋있게 어울린다.   



6. 도화(道花) 동산


울진읍에서 위쪽인 북쪽 방향으로 달린다. 20여 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길 오른쪽에 도화동산이 있다. 처음에 도화동산이라길래 사실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울진읍에서 명소 가운데 하나라니까 특별히 갈 곳도 없어 그냥 한번 찾아온 것뿐이다. 군이라는 행정단위에서 조성한 공원이라니 어련하려고 하는 마음이었다. 


도화동산은 길 옆 작은 산봉우리처럼 생긴 언덕 꼭대기에 정자를 지어놓고 그 주위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놓은 공원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은 우리뿐이다. 도화동산이라길래 당연히 복숭화 꽃이 만발한 공원일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가을이니까 복숭아꽃이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뭐 볼 것이 있으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공원에 가득할 걸로 생각했던 복숭아나무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곳은 도화(桃花) 동산이 아니라 도화(道花) 동산이었다. 즉 울진이 속해있는 경상북도의 도화(道花)가 배롱나무이며, 이 배롱나무를 심어놓은 공원이라 하여 <도화동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공원의 한가운데 높은 언덕 위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고, 이 언덕 주위로 산책로가 나 있다. 그리고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저 아래쪽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그 전망대로 향하는 도보길도 만들어져 있다. 언덕 아래 있는 산책로 변에는 이름 모를 관목이 심어져 있는데, 빨간 열매들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맺혀 있다. 공원 안은 온통 배롱나무이다. 그동안 배롱나무가 몇 그루씩 서 있는 풍경은 많이 봐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온 공원이 온통 배롱나무로 덮인 공원은 처음이다. 공원에 심어져 있는 있는 배롱나무는 수백 그루, 아니 수천 그루가 넘어 보인다. 


사람들이 그다지 찾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러한 도로변에 공원이 조성된 것도 이채롭다. 이곳은 2000년 동해안에 큰 산불이 났을 때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산불 피해의 아픔을 간직한다는 의미에서 이 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배롱나무를 심기 위해 산에 있는 다른 나무들을 다 베어버렸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산불로 인해 폐해가 된 숲에 배롱나무 동산을 만들었다는 설명을 보고는 이해가 되었다. 


배롱나무들은 모두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연한 핑크색의 배롱나무 꽃이 온 동산을 뒤덮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울진이나 삼척을 찾는 관관객들께서는 꼭 이곳을 한번 들러보시기 바란다. 이번 울진 여행은 이곳 도화동산의 배롱나무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도화동산은 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으므로 저 아래 전경이 잘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푸른 동해바다가 있고, 이쪽 육지에는 바다를 따라 건설된 고속국도가 뻗어져 있다. 바다와 숲이라는 자연 풍경도 아름답지만 항구나 도로 같은 인공적인 구조물과 조화를 이룰 때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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