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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6.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5)

(2021-09-27) 왕피천 공원과 울진 바지게 시장

왕피천은 불영계곡을 비롯하여 울진군에 있는 여러 물줄기가 합쳐져 이루어진 하천으로서 울진읍을 관통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망양정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아래 왕피천이 보이는데 왕피천 건너편에 왕피천 공원이 있다. 


9. 왕피천 공원


왕피천 공원 역시 울진 읍내에 있는 공원으로서 내 생각에는 뭐 그다지 볼 것이 있을려구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둘러보기로 하였다. 왕피천은 좀 특이한 이름의 하천인데, 앞에서 통고산에 대한 설명에서 등장한 옛날 마한의 실직국 왕이 이곳으로 피난 왔다고 하여 마을 이름을 왕피리(王避里),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王避川))으로 불렀다 한다. 


주차를 한 후 공원에 들어가니 공원 안은 온통 굵고 키가 큰 금강송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하나같이 아름드리나무인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왕피천 공원에 대한 선입관이 한순간에 달아났다. 이렇게 좋은 소나무들로 이루어진 공원은 정말 찾기 힘들다. 솔밭 이쪽저쪽으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금강송의 솔향기를 맡으며 공원 안을 마음껏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전에 갔던 도화공원도 좋았지만, 이곳 왕피천 공원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하늘은 맑아 여전히 햇빛이 쨍쨍 내리 쬐인다. 그렇지만 공원 안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금강송의 그늘로 서늘한 느낌이 든다. 

공원 한쪽에는 장승들이 서있다. 여러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장승들은 “야, 뭘 봐?”, “흠, 다 보인다”, “니 누고?”, “하면 됩니다” 등 재미있는 말들을 가슴에 써 붙이고 있다. 솔밭의 전체 넓이는 그렇게 넓다고는 할 수 없으나, 산책길을 여러 곳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꽤 걷는 맛이 있다. 소나무의 크기로 보아 나무의 나이가 최소한 100년 이상은 된 것 같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가난했던 그 시절들을 거치면서 어떻게 숲이 이렇게 잘 보전되었는지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울진을 찾는 분들에게는 꼭 왕피천 공원의 금강송 숲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10. 울진 바지게 시장


울진 전통시장을 내비로 검색하였더니 주위의 여러 전통시장이 뜨는데, 울진 전통시장이라는 곳은 없다. 그래서 하나씩 찾아보니 울진 바지게 시장이라는 곳이 울진읍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라고 한다. 바지게 시장에서는 5일장도 열리는데 오늘이 마침 그 오일 장날이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울진 읍내 시가지 좁은 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다가 보니 바지게 시장이 나온다. 지방 소도시들은 어딜 가나 도로 옆에 무단 주차가 된 자동차들이 많아 다니기가 불편하다. 이곳에서는 불법주차 단속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주차장은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시장이 아주 작아 보였는데, 들어가 보니 의외로 넓다. 전통시장 건물은 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물인데, 시장 안은 150미터 정도 되는 긴 길이 세 갈래 있어 각 길 옆으로 상가들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시장 안은 한산하여 사람들이 거의 없다. 집에서 사용할 스카치테이프를 사면서 시장이 왜 이리 한산하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코로나 탓으로 손님이 거의 없단다. 그리고 지금은 오후 시간이 되어 오일장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손님들이 적다고 한다. 


시장 건물 밖으로 나오면 주위는 온통 좌판들이다. 오일장이 파할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많은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요즘은 시골 어느 지역 장날을 가더라도 상인들의 대부분은 오일장을 돌아다니는 전문 상인들이다. 여기 바지게 시장 오일장도 마찬가지로 전문상인들이 많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서는 주위 주민들이 직접 물건을 가지고 와 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니, 집사람이 물건 값이 아주 싸다고 한다. 우리는 오일장을 자주 구경 다니는 편인데, 다른 곳의 시장보다는 이곳 시장의 물건 값이 확실히 싸다고 한다. 노란 국화꽃을 가득 담은 큰 화분이 2만 원 정도다. 생선 궤짝을 쌓아놓고 한 궤짝에 만원이라는 곳도 있다. 국화꽃을 사 가지고 가 집을 환하게 장식하고 싶었지만 꽃을 보관할 수가 없다.  


시장 한쪽에는 상인들의 상이 세워져 있다. 오일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대여섯 명의 상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석상이다. 오일장은 파장이 되어 가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니 흥이 절로 난다. 상추 등 오늘 저녁에 먹을 야채도 사고, 산나물, 건어물 등 집으로 가져갈 이곳 특산물들을 팔이 아플 정도로 듬뿍 샀다. 그리고 횟집에 들러 오늘 저녁에 먹을 물가자미 막회를 만 원어치 샀다. 이 근처에 살면서 며칠에 한 번씩 이 시장에 들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통고산 자연휴양림


오늘 계획한 곳은 거의 다 다녔다. 이제 휴양림으로 돌아가야 한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저녁 먹을 시간까지 휴양림 안을 산책한다. 휴양림은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데, 계곡을 중심으로 양쪽에 산책로, 출렁다리 등 여러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숲길을 걷는다. 나무 그늘로 인해 습기가 찬 숲에는 줄기가 이끼로 덮인 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이곳 휴양림의 나무도 금강송이 많은 것 같다. 30분 정도 숲길 이쪽저쪽을 다니며 산책하면서 숲 공기를 즐겼다. 


오늘 저녁은 물가자미 막회와 어제 남은 삼겹살이다. 만원 어치 물가자미 회가 생각 외로 양이 많다. 실컷 먹었는데도 반 이상이 남았다. 남은 것은 내일 아침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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