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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5.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4)

(2021-09-27) 죽변시장과 망양정

어제 저녁 일기예보로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이를 비웃듯이 구름없는 하늘에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여행하기 좋은 맑은 날씨라 좋지만, 따가운 햇볕으로 덥고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비가 오는 것 보다는 훨씬 좋다. 이제 도화동산을 뒤로 하고 다음은 죽변시장이다. 죽변시장은 도화동산에서 남쪽으로 10킬로 정도 되는 위치에 있다.  


7. 죽변시장


울진군에는 여러 개의 전통시장이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전통시장은 대개 수산물 시장도 함께 있다. 울진군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은 후포 항에 있는 후포수산물 시장으로서 여기는 지난번 영덕 여행 대 들린 적이 있다. 다음으로 큰 수산시장이 죽변항에 있는 죽변 수산물시장으로서, 이것은 죽변 전통시장과 인접하고 있다. 


죽변시장에는 수산물을 사러 온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여러 곳을 둘러볼 예정이므로, 이곳에서 수산물을 샀다가는 보관이 어렵다. 그래서 죽변항과 시장을 구경만 하기로 하였다. 죽변항에 도착하여 항구 앞 바닷가에 주차를 하니 인근에 있는 횟집들에서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호객을 한다. 먼저 도매시장으로 갔다. 도매시장은 어느 어항에나 있듯이 콘크리트 건물로 된 오픈된 공간이다. 도매시장은 새벽에 열리므로 오후가 된 지금은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 하고 있다. 띄엄띄엄 아주머니들이 몇 사람 무슨 작업인가를 하고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새우이다. 새우를 손질하여 정리하고 있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도매시장 앞에는 몇 척의 큰 어선이 정박해있다.     


이곳 죽변시장에는 꽤 유명한 짬뽕집이 있다. 그러나 바닷가에 와서 짬뽕을 먹는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시장구경만 하고 가기로 하였다. 수산물 시장으로 가니 바닷가 어디에나 있는 수산물 시장과는 큰 차이가 없다. 수족관을 비치하고 활어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가끔 선어나 건어물을 파는 가게도 섞여 있다. 수산물 센터는 비교적 최근에 건설한 듯 보이는데, 식당들과 많은 건어물점은 이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다. 


8. 망양정과 울진대종


죽변시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울진읍이 된다. 울진읍의 명소인 망양정과 울진대종, 그리고 왕피천은 울진읍에 있으며 모두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망양정과 울진대종은 바닷가 높은 언덕위에 위치해 있다. 주차를 하고 나무로 된 계단으로 언덕을 올랐다. 나무 계단은 철도 침목으로 만들었는데, 계단의 발 딛는 면의 길이가 짧아 좀 위험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발 디딤 판이 짧기 때문에 자칫하면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질 위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 위는 넓은 광장으로 되어 있다. 바다 쪽에는 철제로 된 건물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것이 망양정이라 생각했으나, 다시 보니 망양정은 좀 떨어진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바닷가로 오니 넓고 푸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광장 안쪽에는 울진대종이 있다. 오픈된 넓은 종각 안에 커다란 범종이 걸려 있다. 여기에 왜 범종을 만들었을까?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광장에는 나무가 없어 햇빛이 그대로 내려쬐고 있어 걷기에 힘이 든다. 이 광장을 지나 약간 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저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망양정이 나온다. 망양정으로 가는 길은 <바람의 소리 길>로 조성되어 있다. <바람의 소리 길>은 길 위에 파이프 모양의 풍경을 늘어트린 것인데,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파이프의 길이가 여러 형태인 걸로 보니 아무런 뜻이 없는 그냥 소리만 나는 풍경이 아니라 음악이 연주되는 풍경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망양정은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는 가장 좋은 위치에 지어져 있다. 망양정이라길래 나는 해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망양정(望陽亭)이라 생각했는데, 가보니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망양정(望洋亭)이다. 정자가 그다지 오래된 건물로 보이지는 않아 현대에 들어와서 지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옛날부터 있던 정자가 몇 번이나 소실되고 파괴된 끝에 지금의 정자는 현대에 와서 지은 것이라 한다. 망양정은 관동팔경 가운데 제1경으로서, 옛날부터 그 뛰어난 경치가 유명하여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관동별곡)에서 망양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며, 조선조의 여러 왕들도 이곳을 다녀간 후 글을 남겼다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절경을 노래하였다고 한다. 

망양정에 올랐다. 아주 넓다고는 할 수 없으나 좁지도 않은 정자이다. 사방 처마 밑에는 그동안 망양정을 노래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글이 전시되어 있다.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망양정 앞 바다의 파도를 고래로, 그리고 파도의 흰 포말을 눈으로 비유하여 동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관동별곡(關東別曲)

......

하늘의 끝을 내내 못 봐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뜩이나 성난 고래 그 누가 놀라게 하여 

삼키고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구나

흰 물결을 꺾어내어 온 세상에 흩뿌리는 듯

오월의 높은 하늘에 흰 눈이 웬 말인가

......


나는 송강 정철이 금강산과 설악산 일대까지만 여행한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울진까지 내려왔을 거라곤 몰랐다.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된 후 한양에서 금강산으로 간 후 동해안을 따라 울진까지 내려오면서 그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것이 바로 관동별곡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입시를 위해 관동별곡은 웬만큼 외웠는데, 망양정이 나오는 부분은 거의 맨 뒤쪽에 있어 거기까진 미처 외우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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