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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8.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6)

(2021-09-28) 봉화 청량산 청량사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봉화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와 올 때 들리기로 하였다가 시간이 없어 지나친 영주 부석사, 그리고 풍기 인삼시장을 거쳐 갈 예정이다. 집에 돌아가는 날 아침은 늘 바쁘다. 아침밥은 어제 남은 물가자미 막회로 만든 회덮밥으로 먹었다. 어제 반 이상을 남겼기 때문에 푸짐하다. 아침을 먹은 후 짐을 싼다. 이틀 밤을 자면서도 많이 어질러 놓았다. 


12. 봉화 청량산 청량사


통고산 자연휴양림을 출발하여 50분 정도 달리니 봉화 청량사 주차장이 나온다. 길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있으니 마침 청량사 가는 길에서 아주머니 두 사람이 내려온다. 얼마나 걸어 올라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3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단다. 차가 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갈 수는 있는데 아주 길이 가파르다고 한다. 희방사까지 왕복 1시간을 걸으면 어두워져서야 휴양림에 도착하게 된다. 차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희방사 가는 계곡 길은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폭이다. 


출발한 뒤 곧 차로 올라온 것을 후회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경사이다. 아래에서 보니까 도저히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길이 좁아 이미 뒤돌아 갈 수는 없다. 가파른 좁은 경사길에서 차를 돌릴 수는 없다. 입구에 “관계자 외 차량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이 말은 관계자의 차량은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올라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 자동차로 온 것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는 구입한 지 12년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힘이 달린다는 것을 느낀 적이 없다. 그런데 여긴 다르다. 차가 탄력을 받지 않으면 길을 잘 올라갈 수 없을 정도나. 올라가는 길은 좁고 경사가 급한 데다가 마치 집게처럼 구부러진 길이 중간중간에 있어 그때마다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 등에 진땀이 난다. 

한참을 올라가니 저 위에 절 모습이 보이고, 앞에 조금 넓은 공터가 보인다. 그곳에 차를 세웠다. 절까지는 약 200미터 정도의 아주 가파른 길이다. 청량산은 뾰족뾰족한 봉우리로 되어 있는 바위 산이다. 청량사는 거의 산꼭대기 부근에 위치해 있다. 절 바로 뒤에는 산 정상의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청량사(淸凉寺)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청량사는 산봉우리 근처 좁은 절터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절터가 매우 좁다. 좁은 절터에 소박하고 작은 건물들이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본당에는 <유리보전>((琉璃寶殿)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 글씨는 고려 공민왕이 쓴 것이라 한다. 


작은 절이지만 절집은 여러 개다. 유리보전 앞에는 약사여래상이 있고, 그 앞은 모래땅으로 된 작은 마당이 있는데 아주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청량사는 절 전체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절 마당은 모래땅으로 되어 있는데, 작은 나뭇잎 하나도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이다. 특히 <약사여래> 앞의 마당은 꼭 일본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모래로 만든 정원처럼 보인다. 

저 아래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곳에는 5층 석탑이 우뚝 서있다. 유리보전 쪽에서 오층 석탑을 보노라면 마치 하늘과 접하는 부분에 떠있는 탑처럼 보인다. 절 구석구석 그리고 마당 모서리에는 작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정말 아름다운 절이다. 유리보전을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지장전(地藏殿)이 있다. 지장보살을 모신 곳이다. 기둥에 흥미 있는 글이 새겨져 있다. 

지장대성위신력 (地藏大聖威神力)

항하사겁설난진 (恒河沙劫說難盡)

지장보살의 위엄과 힘은

항하사 겁 동안 말을 해도 다 할 수 없다

라는 뜻이다. 


여기서 항하사 겁(恒河沙怯)이 무슨 말일까? 항하사는 숫자 단위로 10의 52승을 의미한다. 겁(怯)은 시간의 단위로서, 어느 신선이 1,000년에 한 번씩 외출을 하는데, 그때 그가 입은 비단옷에 스쳐 신선의 집 앞에 있는 집채만 한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항하사의 항하(恒河)는 인도에 있는 갠지스 강을 말하며, 항아사란 갠지스 강에 있는 모래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심심풀이로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숫자를 한번 계산해 보았더니,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의 24승 정도밖에 안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488274772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509061539


이곳이 좋긴 하지만 마냥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내려가면서도 이렇게 급한 경사길을 어떻게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청량사에 가실 분이 있다면 차는 꼭 아래 주차장에 세워두고 가시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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