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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23. 2021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 여행 (5)

(2021-09-03)  돌아오는 길_ 홍천 수타사와 괴산 5일장

오늘은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은 항상 바쁘다. 아침밥을 먹고 이틀 동안 어질러 놓았던 짐을 정리하고, 차에 싣고 하다 보면 두어 시간은 훌쩍 지나버린다. 돌아가는 길도 국도를 선택하였다. 춘천으로 가서 닭갈비와 막국수나 먹고 갈까 했으나, 도중에 홍천으로 가는 안내판이 보이길래 그리로 빠졌다. 홍천에는 수타사(壽陀寺)라는 절이 있어 들리기로 하였다. 


11. 홍천 수타사


홍천은 청정 지역이다. 이전에 일산 살 때는 가족들과 함께 홍천강에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었으며, 설악산이나 동해안을 갈 때도 늘 이곳을 거쳤으므로 비교적 친숙한 곳이다. 그러나 그것도 벌써 20년은 지난 이야기라 그 사이에 많이 변했을 것 같다. 수타사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농업생태공원이라는 곳이 보인다. 


수타사는 공작산(孔雀山) 자락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수타사 위쪽으로는 넓은 생태숲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타사 쪽으로 걸어갔다. 도로길 옆 소나무 숲에는 도로와 나란히 생태길이 마련되어 있다. 생태길을 들어서니 높이 서있는 소나무들이 모두 한쪽 껍질이 보기 흉하게 벗겨져 있다. 옛날 일제 강점기에 송탄유(松炭油)를 만들기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그랬다고 한다. 동물에 대한 학대만이 학대가 아니라, 나무에 대한 학대도 학대이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수타사가 나온다. 수타사는 비교적 편편한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우적산에 일월사라는 절이 창건되었다가 조선 선조시대에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지으면서 이름을 수타사(水墮寺)라 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후 음은 같지만 한자가 다른 수타사(壽陀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껍질이 벗겨진 소나무

절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은 봉황문(鳳凰門)이다. 이 절이 위치한 산 이름이 공작산이라 문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수타사는 다른 절보다 건물의 배치와 이름이 좀 특이하다. 보통 절은 정문을 들어서면 나오는 건물이 절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이다. 그런데 수타사는 정문에 해당하는 봉황문을 들어서면 바로 나오는 건물이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화엄종의 맥을 계승하는 사찰에서는 주로 대적광전을 본전(本殿)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찰의 중심선을 벗어나 대적광전의 오른쪽에 원통보전(圓通寶殿)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대적광전보다 훨씬 더 크다. 원통보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사찰의 주된 전각일 때 붙이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적광전과 원통보전 가운데 어느 쪽이 수타사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주건물인지 모르겠다. 뭐, 부처님을 모시는 절집이니까 건물의 계급을 따지는 것도 우스운 것 같기는 하지만....


수타사는 대적광전과 원통보전 두 절집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채의 부속 건물들이 아주 잘 정돈되어 자리 잡고 있다. 대적광전은 강원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보물로 지정된 <월인석보>(月印釋譜)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공부를 하면서 월인석보를 외웠던 생각이 난다. 


12. 수타사 생태숲 공원


수타사를 나오면 바로 생태숲 공원이다. 생태 숲 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수목들과 연못이 있으며, 걷기 좋은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다. 산책길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 흔들 다리까지 다녀오는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하였다. 


<수타사 생태숲 공원>이라는 쓰여진 입구를 통과하면 잘 가꾼 화원과 제법 큰 연못이 나온다. 연못에는 연과 수련이 자라고 있는데, 연못 위로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을 감상하면서 산책로를 걷는다. 그러다가 산자락에 이르면 잘 정비된 숲길이 나온다. 숲길은 걷기 좋게 포장용 섬유가 깔려있다. 숲길은 계곡을 끼고 산 위쪽으로 향한다. 이 길은 경사가 거의 없어 걷기에 아주 편하다. 길 아래 저 밑에 있는 계곡에는 맑은 물이 콸콸콸 큰 소리를 내며 흐른다. 한참을 걸어올라 가면 굉소(굉沼)라는 곳이 나온다. 

“굉”이란 통나무로 만든 소 여물통을 의미하는 말이라 한다. 이곳 계곡의 모양이 마치 소 여물통인 굉처럼 길게 움푹 파여 있으므로 계곡의 이름을 “굉소”라 지었다 한다. 굉소 위에는 생태공원의 명소인 흔들다리가 걸려 있다. 요즘은 하여튼 전국 어디든 이름난 곳에 가면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흔들다리 혹은 출렁다리이다. 짙은 숲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계곡의 모습이 흔들다리 위에 올라가니 잘 보인다. 아주 좋은 계곡이다. 흔들다리 옆에는 아담한 휴게소가 만들어져 있어 지친 다리를 쉬기 좋다. 다리를 건너갔다 온 후 휴게소에 잠시 않았다. 좀 걸었다고 땀이 나는데, 시원한 계곡 바람이 더없이 상쾌하다. 


다시 산길을 따라 생태공원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꽃들이 있는 공원 아래쪽에 오니 그늘이 없어 햇볕이 따갑다. 초가을이라 하지만 햇볕은 여전히 여름의 위용을 잃지 않은 듯하다. 


13. 괴산 오일장


홍천을 출발한 후 여주와 이천 쪽의 길을 택할까 아니면 충주, 괴산 쪽 길을 택할까 망설이다가 괴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마침 오늘은 괴산 오일장 장날이라 하니 장 구경이나 하여야겠다. 


괴산 5일장이 서는 괴산 읍내의 괴산 전통시장이 가까워오니 도로변은 주차한 차들로 빈틈이 없다. 마침 운 좋게 빈자리를 하나 발견하고 주차를 한 후 시장으로 들어섰다. 옛날에는 각 지역의 오일장마다 특색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물론 그 지방의 특산물을 가지고 와서 파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이쪽저쪽 오일장을 찾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소위 “장돌뱅이”들이다. 특히 요즈음은 이들 장돌뱅이들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므로 기동력도 아주 좋다. 그래서 어느 오일장을 가더라도 비슷한 대개가 비슷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오일장을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큰 전을 벌여놓고 장사를 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 중간중간에 조그만 좌판을 만들어 놓고 물건을 파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바로 그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와서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물건을 사면서 이들과 말을 주고받아 보면 충청도 사람들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10톤도 넘어 보이는 큰 트럭에 마늘을 가득 싣고 와서 파는 사람이 있었다. 집사람이 보더니 마늘 값이 상당히 싸다며 마늘을 한 접 샀다.(그런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반 정도가 곰팡이가 슬어 태반을 버렸다고 한다). 사과를 파는 젊은 사람이 있었다. 큰 플라스틱 바켓에 가득 든 사과가 만원이라 한다. 만원 어치를 사니 덤이라며 반 바켓 정도 되는 사과를 더 얹어 준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번데기를 파는 곳이 보인다. 오천 원을 주니 거의 두 되 정도를 준다. 무게가 묵직하다. 요즘 도시의 전통시장에서는 번데기를 파는 곳이 잘 보이지 않지만, 시골 오일장에 가면 어디에서나 번데기를 파는 곳이 있다. 또 다니다 보니 풋콩이 보인다. 가지에 달려있는 풋콩을 그대로 삶아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한 후 맥주 안주로 먹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차를 출발하여 시장에서 산 삶은 옥수수를 점심으로 때우면서 집으로 향해 달렸다. 목적지를 세종전통시장으로 맞추었다. 파닭을 사기 위해서이다. 시장 도착 30분을 앞두고 파닭 집에 전화를 해 포장을 부탁하였다. 이렇게 하면 기다리지 않고 파닭을 받아 바로 올 수 있다. 오늘 저녁은 파닭에다 풋콩, 그리고 번데기를 곁들여 맥주를 즐기는 호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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