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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22. 2021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 여행 (4)

(2021-09-02) 동해안을 둘러보며

애초에 계획하였던 진동계곡 트래킹과 그 대신으로 선택하였던 양수발전소 트래킹 모두 불가능하여 갑자기 시간에 공백이 생겼다. 어디를 가나 생각해보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이곳 설악산 일대는 네댓 번 왔기 때문에 새로이 가고 싶은 곳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주문진 수산시장에 가서 생산회나 사서 일찍 휴양림으로 돌아가 휴양림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7. 하조대(河趙臺) 해변


주문진으로 가기 위해 어제 지나왔던 조침령 터널을 지나 양양 쪽으로 달렸다. 양양을 지나 해변도로를 달리니 도로표시판에 하조대(河趙臺) 해변 가는 길이 나온다. 그동안 동해안에는 여러 번 와보았지만 하조대는 한 번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시간도 많으니 하조대 해변을 들리기로 하였다. 하조대(河趙臺)란 이름이 매우 독특하다. 찾아보니 조선 초에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놀러 와 즐긴 곳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가니 이제 해수욕 철이 지나 백사장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 몇몇이 보일 뿐이다. 이곳 해변은 동해안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백사장이 아주 넓다. 백사장의 폭이 200미터는 됨직해 보인다. 백사장 저 끝은 푸른 바다로, 제법 큰 파도가 치고 있다. 백사장을 건너 바다 쪽으로 걸었다. 엄마를 따라온 네댓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마냥 즐거운 듯 모래장난을 치고 있다. 아마 몇 가족이 함께 온 듯 대여섯 정도의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니, 엄마들이 감당을 못한다. 


생각해보니 해수욕을 해 본 지 무척 오래된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2004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들어가 본 것이 마지막인 것 같다. 옛날에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런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바닷물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백사장의 감촉이 좋다. 파도가 밀려오는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 바닷물에 젖은 모래밭은 마른 모래밭보다 탄력이 있어 걷기에 좋다. 젖은 모래를 밟으며 해변 이쪽에서 저쪽까지 걸었다. 늦여름이라 할까, 초가을이라 할까, 아무튼 여름의 잔서(殘暑)가 남은 햇빛이 기분 좋고, 거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은 더없이 상쾌하다. 

8. 주문진 수산시장


주문진 수산시장은 올해 벌써 몇 번이나 왔다. 그러나 이전에는 매번 시간에 쫓겨 빨리 회만 사서 돌아서곤 했는데, 오늘을 시간 여유가 많아 천천히 둘러보아야겠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동해안의 수산시장 가운데 값이 싸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런데 오늘은 상당히 한산하다. 평소 같으면 주차할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주차 빌딩도 텅 비어있다. 


20-30년 전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았을 때는 그다지 큰 시장이 아니었는데, 관광객이 하도 많이 찾아오다 보니 이제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 된 것 같다. 이곳에는 새로 지은 여러 동의 수산센터가 있고, 또 옛 모습 그대로의 일반 상가로 이루어진 시장도 있다. 그리고 취급하는 종류도 횟감 생선에서부터 선어, 그리고 건어물까지 다양하다. 횟감을 사서 휴양림에 가서 먹을 것이므로, 회 생선 판매점과 식당이 연계되어 있는 곳보다는 그냥 횟감만을 판매하는 <풍물좌판시장>을 찾았다. 주문진 수산시장에서는 이곳이 가장 값이 싸다고 한다. 


먼저 시장을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포항이나 영덕 등 경상도 쪽 어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회는 판매하지 않는다. 주로 가자미나 청어, 방어 등을 막 썰어 파는 막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회인데, 맛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집에서는 종종 대전에 있는 대전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횟감을 사 오곤 하는데, 주문진 수산시장과 같은 시장이 집 가까이에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나중에 언젠가는 동해안 한 달 살기를 한번 경험해 봐야겠다. 이곳 좌판 시장에서는 대개 바구니에 여러 가지 생선을 섞어 한 바구니에 대략 3-5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시장 한 모퉁이에서는 튀김을 팔고 있다. 새우튀김 몇 개를 사서 군것질을 하면서 수산시장을 둘러보다 결국 골뱅이 만원 어치와 오징어 3마리 만원을 주고 샀다. 이곳 좌판 시장도 횟감을 파는 곳과 썰어주는 곳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회 써는 값은 회 값의 20%라 한다. 오징어 값 만원, 회 써는 값 2천 원, 또 얼음을 넣은 스티로폼 박사 3천 원,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다. 


9. 양수발전소 


주문진 수산시장을 출발해서 휴양림으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댐 발전소가 보였다. 오전에 갔던 양수댐 트래킹 코스는 폐쇄되어 있었으므로 이번엔 이쪽을 한번 걸어보려 하였다. 양수 발전소 건물로 들어가니 1층에는 양수 발전소에 관한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관에는 양수발전소에 대한 설명, 그리고 양수 발전소가 얼마나 전기 생산에 기여하는지를 여러 전시물을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화력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는 전기 소비가 거의 없는 한 밤중 시간에도 전기를 계속 생산한다. 전기란 것은 저장이 안 되니까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버리는 전기를 이용하여 밤에 아래쪽에 있는 물을 높은 산 위에 있는 저수지로 끌어올려, 이렇게 끌어올린 물을 이용하여 전기 소비량이 많은 시간에 수력발전을 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양수 발전소이다. 그러니까 양수 발전소는 남는 전기를 보관하여 필요할 때 사용하는 마치 전기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나 “아니 양수 발전소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여러 곳에 만들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효율 때문이다. 


모든 동력은 모두 에너지는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엔진에서 생산된 힘은 자동차를 달리는 에너지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엔진 열로서 소비되는 것, 타이어의 마찰로 소비되는 것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힘으로 소비되어, 결국 자동차를 달리는 데 사용되는 힘은 엔진에서 만든 전체 에너지의 일부만 사용될 뿐이다.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전등을 켜면 전기 에너지가 모두 빛으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열이나 다른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낭비되는 부분이 생긴다. 

양수발전소 전시관

양수 발전소도 마찬가지이다. 남는 전기 100을 이용하여 모터를 돌려 물을 퍼 올리면 여러 곳으로 새는 에너지로 인해 정작 퍼올리는 물의 양은 전기 에너지 20 정도의 물 밖에 퍼올리지 못한다. 이 물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면, 그때 다시 에너지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생산되는 전기량은 4-5 정도에 불과하다. 즉 양수 발전을 하면 100이란 전기를 사용하여 생산되는 전력은 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수 발전이 마냥 경제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예를 든 숫자는 실제 에너지 효율에 관한 숫자가 아니며,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예를 든 것에 불과하다)


양수 발전소 전시관에는 이런 설명은 없고, 양수 발전소의 좋은 점만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양수 발전소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좋지만, 그 정보가 균형 있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 휴양림 산책


휴양림에 돌아오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많다. 오늘 아침엔 급하게 휴양림을 둘러보았지만 이젠 느긋하게 휴양림을 산책해야겠다. 오늘은 오전부터 진동계곡이나 양수댐, 곰배령 등을 찾아갔지만 무언가 일이 꼬여 제대로 본 곳은 하나도 없다. 


휴양림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다른 어느 곳보다 여기가 제일 좋다. 제일 좋은 곳을 두고 괜히 여기저기 엉뚱한 곳을 돌아다닌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왔던 이단폭포까지 올라갔다. 이단폭포 옆 쉼터에서 한숨 돌린 후 다시 위쪽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이단폭포 휴게소 부근은 도로가 아주 가팔랐으나 곧 평탄한 도로가 나왔다. 산이 높아지니까 지금까지의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가 달라져 계곡도 점점 좁아지고, 작은 바위와 나무가 섞여 있는 전형적인 산속 계곡 모습을 하고 있다. 한참을 올라가니 캠프장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자연휴양림의 캠핑장은 텐트를 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마련되어 있고, 샤워장, 취사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옛날 내가 자주 캠핑을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한다면 정말 세상이 달라졌다.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지 안될 정도로 캠핑장과 텐트들을 둘러보았다. 과거에 비해서는 텐트도 이제 거의 호화주택 수준이다. 텐트도 다들 크고 좋을 뿐만 아니라 갖춰 놓은 살림도 어마어마하다. 의자, 탁자, 바비큐 틀, 조리시설, 다양한 모습의 많은 그릇, 푹신한 매트 등 살림이 부럽다. 이렇게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문득 캠핑이 하고 싶어 진다. 캠핑장을 떠나 다시 산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곧 주차장이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이제 등산로가 시작된다.

보통 국립 자연휴양림은 계획 조림을 한 산림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계획 조림을 한 곳은 키 큰 동일 수종의 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있다. 그런 곳에 비해 이곳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계획 조림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이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많다. 그렇지만 여러 종류의 침엽수와 활엽수가 서로 섞여있는 숲으로서 일반 국유림같이 정렬된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섞여있는 이곳 숲은 아주 자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저녁 식사에는 좀 전에 사 온 오징어 회와 골뱅이를 삶아 먹었다. 나는 소주 안주로는 삶은 골뱅이를 좋아하는데, 이것도 자주 먹으니 이젠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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