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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1. 2021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1)

(2021-09-26) 문경새재를 지나며

오늘부터 2박 3일간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 여행이다. 당진-영덕 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시간 10분 정도의 거리이지만, 경치 구경이나 하면서 국도로 느릿느릿 가기로 하였다. 이제 해가 짧아져 휴양림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일찍 집을 출발하려 하였으나 꾸물대다 보니 10시가 넘어서 출발이다. 첫 번째 행선지는 문경새재에 있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다. 청주를 지나 증평을 거쳐 문경을 향해 달린다. 이 길은 요즘 하도 많이 다녀 이제 길을 외울 정도이다.


1.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야외에 만든 세트장이다. 이십여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조 왕건>을 촬영하기 위해 만들었던 세트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후 <제국의 아침>, <대조영>, <대왕 세종>, <성균관 스캔들>, <추노>, <최종병기 활>, <정도전>, <육룡이 나르샤>, <장영실> 등 수많은 사극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사극의 거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촬영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사극을 용인 민속촌에서 많이 촬영하였으나, 이곳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특화된 세트장으로서, 최근에는 촬영지를 거의 이쪽으로 한다고 한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문경새재를 대표하는 <영남제일관>을 지나 산속에 있다고 한다. 이곳 문경새재에는 이전에는 거의 매년 왔다. 매년 6월 초 고등학교 동창회 등산모임이 이곳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문경새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영남제일관 방향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연장이 나온다. 매년 몇백 명의 동창과 가족들이 등산을 한 후 이곳 공연장을 빌려 여흥을 즐기곤 하였다. 앰프와 마이크, 스피커를 설치하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는 그런 행사였는데, 나는 이 행사를 할 때마다 소란을 피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창피한 마음이 들곤 하였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듯하다. 코로나 19로 작년부터 이 모임이 중단되었으므로, 약 2년 만에 이곳을 찾은 것 같다.


주차를 한 후 오픈세트장까지의 거리를 물어보니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얼마를 걸어 올라가다 보니 군복 차림을 한 초로의 남자 몇 명이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 처음에는 현역 군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이 든 사람이 군복을 입고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전단지를 받지 않으려고 피해서 가고, 결국 이들은 나와 집사람, 그리고 나 정도 또래의 나이 든 사람들에게만 전단지를 나누어준다. 무슨 전단지인가 보니 문경시 인구증가 시책 프로그램 홍보물이다. 아이를 낳은 가정에 대해 문경시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내용의 홍보물이다. 정작 받아야 될 젊은 사람들은 모두 피해버리고 우리같이 이제 그것과 관계가 없는 나이 든 사람들만 이 전단지를 받아간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오픈세트장까지 가는 전기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차비는 1인당 2,000원인데, 1,000원은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시간 절약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탔다. 12명 정도가 타는 차인데, 운전사 뒤 쪽 자리에 앉아 운전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운전사도 신이 나서 잘 설명을 해준다.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기 때문에 건물들이 날림으로 지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마을 거리와 관청, 그리고 민가 등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건물들이 인테리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그렇지 외관은 대부분 튼튼하게 잘 지은 건물들이다. 마을 길을 걷노라면 시간을 뛰어넘어 옛날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오픈 세트장에 들어가서 조금 가다가 오른쪽 오르막길로 가면 광화문이 우뚝 서있다. 광화문을 들어서면 강녕전, 교태전 등 옛 궁궐 건물들이 서있다. 서울 경복궁에 있는 실물들에 비해 크기가 좀 작아서 그렇지 건물 모습이나 튼튼하기가 실제 궁궐 못지않아 보인다.  

날씨가 가을로 접어든 것 같아 반팔 티셔츠를 가져오지 않았다. 바람은 서늘하지만 햇빛이 내리쬐어 꽤 덥다. 세트장 끝까지 가면 조금 떨어진 곳에 일지매 산채가 있다. 아마 드라마 일지매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산채인 것 같다. 일지매(一枝梅)는 의적(義賊)으로서 탐관오리나 악독한 부잣집을 털고는 매화 한 가지를 남겨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지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중국 소설에 등장하는 도적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수입하여 만든 이야기이다. 여하튼 도둑이라도 의적(義賊)이라면 뭔가 우리에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나쁜 자들을 혼내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적(義賊)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의 희망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의적은 로빗 훗이나 아르세느 뤼펭, 쾌걸 조로처럼 가공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몇십 년 전 조세형이라는 도둑이 부잣집만을 턴다고 하여 의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은 상습적인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일본에서는 옛날 이시카와 고우에몽(石川五右衛門)이나 네즈미 코죠(鼠小僧) 등과 같은 유명한 의적이 실제로 존재하였으나, 이들도 나중에 체포되어 조사를 한 결과 다른 도둑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빠졌다. 일지매 산채에서 작은 계곡 위로 다리가 놓여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자작나무 산책로가 나온다. 하얀 자작나무 숲을 걷노라면 시원한 계곡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오픈 세트장 구경을 마치고 걸어서 주차장까지 가기로 하였다. 영남제일관을 지나면 왼쪽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나무에는 탐스런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사과나무들을 심어놓은 것이다. 몇 그루의 사과나무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에 종류가 다른 빨간색 사과와 파란색 사과가 동시에 열려 있는 것이다. 파란색의 사과는 최근에 개발된 품종인데, 이 나무의 가지를 빨간색 사과나무에 접을 붙여 두 종류의 사과가 한 나무에서 동시에 열린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술센터에 있는 전문가들만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한다.


영남제일관에서 공연장까지는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걸어 내려오는 것도 좋고, 또 산책로 곳곳에 만들어진 생태공원들도 볼만하다.


2. 시골길을 달리며


이제 다음은 영주 소백산에 있는 희방사이다. 문경새재에서 희방사까지 가는 길은 2개가 있는데, 한쪽은 약 90킬로에 소요시간 1시간 반, 다른 한쪽은 60킬로에 소요시간 1시간 40분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짧을 길을 선택하였다.


이 길은 옛길 그대로이다. 지금은 많은 국도들이 고속국도로 바뀌었지만, 지금 가는 이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옛날 스타일의 국도이다. 그렇지만 포장은 깨끗하게 잘 되어있어 차가 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한참 달리다 보니 길 안내판에 <이몽룡(李夢龍) 생가>라는 곳이 나온다. 이몽룡은 소설 속의 가공의 인물인데 어떻게 생가가 있나, 또 이몽룡이 경상도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어 호기심도 생겼지만, 들리지 않고 그대로 길을 달렸다.


길 양쪽의 논들은 누렇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벼가 완전히 익지 않은 듯 논들은 진한 누런 색이 아니라 아주 맑고 산뜻한 노란색을 하고 있다. 마치 유채꽃밭처럼 보이기도 한다. 논이 있는 곳을 지나면 또 길 양 옆으로 사과 과수원이 나온다. 이곳 문경과 영주는 사과의 대표적 산지이다. 붉은 사과가 너무 많이 열려 길 밖으로 가지가 축축 늘어진 사과나무들이 너무나 탐스럽다.

한참 달리다 보니 길 가에서 옥수수를 삶아 파는 곳이 보인다. 마침 배도 출출하여 옥수수 5천 원어치를 샀다. 6개 정도가 된다. 이전에는 삶은 옥수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난번 휴양림 여행에서 삶은 옥수수를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이제 삶은 옥수수 맛에 빠져 운전을 하면서 옥수수로 배를 채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 과수원 옆에서 사과를 팔고 있다. 집사람이 사과를 사자고 해서 내렸다. 동남아에서 시집온 여성인 듯하다. 뒤의 과수원이 자기네들 과수원으로서, 이 사과는 오늘 아침 갓 딴 것이라 한다. 2만 원어치를 샀는데, 양이 너무 많다. 땅콩도 5천 원어치 샀는데, 한 보따리가 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집사람이 사과를 깎아준다. 좀 전까지 먹었던 집에서 가져온 사과와는 맛이 차원이 다르다.


맑은 초가을 날 오후,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렇게 익어가는 벼의 노란색 벌판과 붉은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과수원들의 풍경을 즐기며 시골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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