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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2. 2021

숲으로의 여행: 대관령 자연휴양림(2)

(2020-10-19)  강릉 오죽헌과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 소금강

아침에 일어나니 집사람이 창문을 열어둔 듯 찬 공기에 상큼한 숲 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밖으로 나가니 큰 소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쳐온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즐긴다.


먼저 차부터 정비를 해야겠다. 강릉은 작은 도시라 정비소를 찾기 어렵다. 겨우 정비소를 찾아 검사를 의뢰하니, 이리저리 검사를 하더니 몇 가지 수리할 리스트를 보여준다. 어제 배기가스 경고등이 켜진 것은 엔진오일만 갈면 해결될 거라 한다. 다른 것은 관두고 오일만 갈아 달랬더니, 오후 1시까지 해놓겠다고 한다. 이래서는 오전 시간을 그대로 날리게 생겼다. 택시를 타고 <오죽헌>(烏竹軒)으로 갔다.


1. 오죽헌


그동안 강릉에 여러번 와 봤지만, 오죽헌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와보고, 이후 이번이 두 번 째인 것 같다. 그러니까 거의 40년이 넘어 두 번 째로 오죽헌을 찾는 셈이다. 오죽헌에 입장하니 첫 인상이 엄청 넓다는 느낌이다.  고등학교 때 찾았을 때는 이렇게 넓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마 부지를 확대하고 여러 시설과 정원을 추가로 조성하여 강릉을 대표하는 테마파크로 만든 듯하다.


정문을 들어서니 먼저 큰 은행나무가 나를 반긴다. 은행나무는 이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는데, 며칠이 더 지나야 단풍이 절정에 이를 듯 하다. 조금 더 들어가니 아마 황동으로 만든 듯한 율곡의 동상이 보인다. 계속 걸어들어가니 양 옆으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조경이 산뜻하게 이루어져 았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제법 많다. 저 멀리 오죽헌 등 옛건물이 있는 장소로 올라가는 초입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바로 오죽(烏竹)을 심어 둔 곳이다. 오죽이 자라는 곳은 넓이는 30평 남짓으로 이 곳이 "오죽헌"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좁다는 느낌이 든다. 오죽도 생각보단 매우 작다. 키는 2미터 남짓, 대의 지름은 1센티에도 훨씬 못미친다. 아주 넓은 오죽 대밭이 있고, 키 큰 오죽이 죽죽 자라고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조금 실망이다. 순 임금과 상비(湘妃)의 전설이 서린 소상반죽(瀟湘斑竹)을 생각하며, 오죽을 상상했는데, 아무래도 여긴 추운 지방이라 대나무의 성장이 어려운 모양이다.


어제 방송 뉴스에 나온 대나무 꽃은 전체 대나무 가운데 아주 일부에만 피어있다. 대밭은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둘레가 10미터 조금 넘어 보이는데, 대나무 꽃이 핀 곳은 2-3미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꽃은 보통 꽃들과는 달리 진한 갈색의 마른 싸리잎처럼 생겼다. 방송에서는 대나무 꽃은 60-120년만에 한번씩 핀다 하였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우선 이 대나무 꽃이란게 정말 꽃인지 의심스럽다. 꽃이란 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즉 꽃은 번식을 위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꽃은 꽃잎과 꽃받침, 수술, 암술, 꿀샘 등의 기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나무 꽃은 여기에 아무 것도 해당되지 않아 보인다. 대나무는 뿌리 번식을 하므로  꽃이라는 별도의 생식기관이 필요없을 것 같고, 또 대나무 꽃에는 보통 꽃이 가져야 할 기관도 내가 보기엔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벽에 낀 곰팡이나 이끼를 보고 "우담바라"라고 법석을 떠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죽헌과 부속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집이 꽤 넓고 여유있어 보인다. 단체관람객을 앞두고 설명을 하는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집의 유래와 각 건물의 용도를 설명해준다. 넓은 집을 보니 신사임당의 집은 상당히 부자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부자였으니 율곡도 부자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자라 해서 전혀 나쁠건 없고, 그것이 율곡의 업적을 낮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퇴계도 큰 부자였고, 게다가 재산관리도 꼼꼼히 챙겼다고 하니, 재산을 갖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


정비소에서 차를 찾아 오대산 월정사로 갔다. 간단한 차 검사에 엔진오일 교환하고는 20만원을 내란다. ㅠㅠ. 월정사에는 여러번 갔었는데, 가장 최근에는 2년전 평창 패럴림픽을 관전하러 평창에 왔을 때 찾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눈이 내린 추운날 아침이어서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였다.


월정사가 가까와지니 차들이 줄을 서 밀려있다.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다. 주차를 하고 월정사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큰 나무들이 우거져있다. 마치 나무로 된 터널처럼 보인다. 나무잎들은 약간 누런 색을 띠려 하고 있어,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단풍이 들 것 같다. 군데군데 단풍이 든 나무도 보이나 깨끗하지 않다. 아무래도 올해 긴 장마 탓인가 보다. 단풍은 기대에 못미치지만 넓은 숲길의 공기와 숲 향기는 아주 그만이다.


월정사 주위 계곡에는 몇 개의 새로 만든 돌다리들이 놓여 있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사이에 나는 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월정사를 처음 와 본 것은 대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그 때는 작고 아담한 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상당히 크다. 그동안 불사가 많이 이루어진건가? 계곡 건너편을 크게 돌아 계곡경치를 즐기면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상원사로 향했다. 월정사에서 산길을 6킬로 정도 달려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온다. 상원사로 들어가니 내가 생각했던 상원사가 아니다. 그동안 난 적멸보궁을 상원사로 생각하고 있었던거다. 적멸보궁에 몇 번 씩이나 갔으니까, 상원사에도 분명 몇 번 갔을텐데, 전혀 와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서 기억이란 믿을 수 없는거다.


상원사는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주위에는 제법 단풍이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역시 깨끗한 맛은 부족하다. 상원사는 월정사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아담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여러 절집 건물들이 균형있게 그리고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절에서 산 아래와 건너편 산을 올려보는 경치는 일품이다.

3. 오대산 소금강


다음은 소금강 지역이다. 큰 아이가 젖먹이일 때 가족 여름휴가로, 그리고 10여년 전에 집사람과 단풍구경을 온 적이 있다. 두 번 째 집사람과 왔을 때, 집사람이 그만 걷자는 것을 무리하여 많이 걷자고 한 탓으로 집사람이 몇 년 간 무릎이 아파 고생한 적이 있었다.


월정사 지역과는 달리 이 쪽에는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옛날 계곡 주위에 어지럽게 난립해있던 음식점과 민박집들은 잘 정리되어 계곡 전체가 아주 깨끗해졌다. 계곡 밑으로 계곡을 따라 나 있던 좁은 계곡 길은 모두 없어지고, 계곡 옆으로 넓고 평탄한 새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넓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좁은 산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끼고 걸어 올라갈수록 새로운 계곡의 모습이 나타난다.


여름에 비해 계곡의 수량은 적다. 그러나 맑은 가을 하늘과 단풍잎, 그리고 찬바람과 어울려 계곡물은 시릴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 가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철제 다리가 나온다. 계곡 풍경과 다리가 멋있게 어울린다. 다리 가운데에 서니 계곡 위 쪽과 아래 쪽이 저 멀리까지 보인다. 이제 날이 저물어온다. 아쉽지만 내려가야 한다.


내비로 목적지인 대관령휴양림을 찍으니 주문진을 거쳐가는 길로 안내한다. 오는 길이라 주문진 수산시장을 들렀다. 산 오징어 큰 것 두 마리에 만 원이라 한다. 회를 뜨니 양이 엄청나다.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오징어회를 안주와 반찬으로 늦었지만 푸짐한 저녁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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