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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31. 2024

영화: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미국에서 제작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 개요


영화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는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불후의 명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1956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600만 불이 투자되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주인공 나타샤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의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소련에서 제작한 <전쟁과 평화>를 소개한 바 있다. 소련에서는 오늘 소개하는 이 영화를 보고, 자국의 문호 톨스토이의 위대한 작품을 모욕했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전쟁과 평화>를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새로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소련이 제작한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664631306


오늘 소개하는 <전쟁과 평화>는 상영시간이 거의 4시간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의 원작이 워낙 방대한 내용으로 되어있어, 작품을 제대로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주로 나타샤와 피에르와 안드레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원작을 대폭 압축하여 각본화하였다고 한다. 소련에서 제작한 <전쟁과 평화>는 상영시간이 8시간이 넘어 오늘 이 작품의 2배 이상이 된다. 


■ 줄거리


시기는 19세기 초 제정 러시아 시대로,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석권한 뒤 호시탐탐 러시아를 노리고 있을 무렵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러시아의 진보적 청년인 피에르(헨리 폰다 분)는 나폴레옹을 프랑스혁명정신의 상징으로 존경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가 곧 모스크바로 침공할 것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다른 러시아 사람들처럼 나폴레옹을 증오하지는 않는다. 


피에르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로스토프 백작 가에서는 장남 니콜라스의 출정으로 백작과 백작부인은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서는 니콜라스의 연인으로 재산이 없는 소냐와의 관계를 끊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나마 그것이 부인의 위안이 되었다. 피레르는 로스토프 백작의 딸 나타샤(오드리 헵번 분)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는 아직 여학생이었지만, 둘은 마치 친남매처럼 사이가 좋았다.  

니콜라스의 출정을 환송한 피에르는 놀기 좋아하는 친구 드로코프의 파티에서 미친 듯이 날뛰며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베스코프 백작의 서자인 그는 상류층의 사람들과는 사귈 수 없었다. 그러나 둘도 없는 친구 앙드레이 공작의 연락으로,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다.  안드레이는 최근 아내인 리제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가능한 한 빨리 전장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언으로 피에르는 광대한 영지를 물려받는데, 임종에 입회한 크라긴 공작은 딸 헬레네에게 그를 유혹하도록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안드레이는 임신한 아내를 시골 저택으로 보내고 전쟁터로 나간다. 근엄한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리제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내보이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딸 마리아는 불편해하는 리제를 동정하면서도 아버지를 생각하여 침묵을 지킬 뿐이다. 


러시아 군이 전선에 도착하고, 나타샤는 장병들의 분전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을 즈음, 피에르는 헬레네와의 결혼 준비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앙드레이는 총사령관 구츠조프 장군의 막료로서 체코의 작은 마을 아우스텔리츠에 출전힌다. 그러나 결과는 패전으로 끝나고, 니콜라스는 겨우 도망쳐 돌아도며, 안드레이는 부상을 입는다. 


휴전 협정이 체결되어 장병들은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리제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말며, 안드레이는 사람이 완전히 변해 아주 변덕스러운 인간이 되었다. 한편 화려함을 좋아하는 헬레네는 도로코프를 유혹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에르와 도로코프는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결투에서는 피에르가 이겨 도로코프는 부상을 입게 된다. 피에르는 아내 헬레네와 헤어진다. 


피에르는 나타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고 있지만, 그녀는 안드레이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앙드레이의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한 상태로 전장으로 향하는 안드레이를 보내준 나타샤는, 오페라 극장에서 헬레네의 오빠 아나톨의 유혹을 받아 함께 도망칠 작정을 한다. 소냐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피에르는 아나톨을 쫓아낸다. 나타샤도 피에르의 말을 듣고 아나톨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알게 되고, 뒤늦게 후회한다. 그리고는 다시 안드레이를 볼 면목이 없다고 상심에 잠긴다. 


피에르는 안드레이를 만나러 전선으로 달려간다. 안드레이를 만난 피에르는 나타샤가 아나톨과 잠시 사랑에 빠진 것은 잘못이며, 지금은 그녀도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다시 나타샤와 결합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만 안드레이는 그런 부정한 여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휴전도 끝나 폴로디노 전투에서 아나톨은 전사하고, 안드레이는 중상을 입으며, 전장에서 헤매던 피에르도 부상을 입고 돌아온다. 구츠조프 장군의 초토화 전술로 다른 모든 모스크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로스토프 가의 사람들도 모스크바를 떠난다. 혼자 남아 나폴레옹을 암살하겠다고 결심한 피에르는 결국 뜻을 못 이룬 채 프랑스 군의 포로가 된다. 중상을 입은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난다. 사랑을 포기한 소냐의 계략으로 니콜라스는 안드레이의 아이들을 거둔 마리아와 결혼한다. 


감옥에서 피에르는 신앙심 두터운 농부 플라톤을 알게 된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부터 퇴각할 때 플라톤은 사살되지만, 피에르는 드로코프가 지휘하는 코사키 기병대의 구출을 받는다. 11월 말이 되면서, 나폴레옹은 완패하여 파리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피에르가 찾아간 황폐해진 로스토프 저택에서는 지금은 어른이 된 나타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는 앞에서 소개한 소련 제작의 <전쟁과 평화>와 비교하면서 감상하면 재미있다. 소련은 오늘 소개한 미국의 <전쟁과 평화>를 톨스토이를 모욕한 졸작이라고 혹평하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전쟁과 평화>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1966-67년에 걸쳐 상영시간 8시간의 대작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웅대한 대하극이다. 당시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화려하기 짝이 없는 파티 장면, 그리고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과 러시아 군의 전투 등 많은 장면이 웅장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스케일 큰 영화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금액인 6백만 달러를 투입하였다. 그런데 소련이 <전쟁과 평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공산주의 국가였다. 그래서 소련에서는 국가의 무제한적인 투자가 가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스케일의 웅대함이라는 점에서는 미국 영화가 소련 영화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전투 장면에서 미국 영화에서는 수천 명의 엑스트러를 동원하였다. 이에 비해 소련 영화에서는 전투 장면에서 약 2만 명의 잘 훈련된 소련군을 엑스트러로 동원하였다. 또 무도회 장면만 하더라도 소련 영화에서는 넓은 크렘린 궁에서 화려하게 치장한 수백 명의 남녀들이 등장하였다. 미국 영화로서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투자에는 도저히 당할 수 없다. 그래서 화려함이나 웅장함에서는 미국의 <전쟁과 평화>가 소련의 <전쟁과 평화>에는 도저히 못 미친다. 


그런데 “극적인 재미”라는 점에서는 미국 영화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출연 배우만 하더라도 여주인공인 나타샤 역의 오드리 헵번이나 피에르 역의 헨리 폰다 등 잘 아는 배우들이고 스토리의 전개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비해 소련 영화에서는 우선 배우들이 전부 모르는 사람이어서 누가 누군지 잘 알기 어렵고, 또 원작에 충실해서 그런지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감상하면서도 상당히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전쟁과 평화>는 스토리 전개에 상당한 흡인력이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전쟁과 평화> 두 영화 모두 괜찮은 작품이다. 어느 쪽 하나만을 감상하기보다는 둘을 모두 감상하면 사로 상승 작용을 하여 좋을 것 같다. 순서로는 먼저 미국의 <전쟁과 평화>를 감상한 후 소련의 <전쟁과 평화>를 감상한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나는 불행하게도 이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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