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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30. 2024

영화: 새드무비

네 개의 가슴 아픈 이별

■ 개요


영화 <새드무비>는 사연이 있는 네 개의 가슴 아픈 이별을 그린 영화이다. 사랑하는 소방수 남편을 화마로 떠나보내는 예비 신부, 유학을 떠나는 예비 화가를 보내는 언어 장애 소녀, 생활고로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젊은 연인 그리고 불치의 병으로 엄마를 보내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이렇게 각각 다른 4개의 이별을 그리고 있어 전체적으로 조화와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정우성,  임수정, 차태연, 손태형, 염정아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이러한 부족함을 메꿔준다. 이 영화는 2005년에 제작되었다. 


■ 줄거리


소방관인 진우(정우성 분)는 수화 통역사인 수정(임수정 분)과 사귀고 있다. 그 둘은 이미 부부라 하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함께 하는 사이지만, 진우는 아직 정식 청혼은 하지 않았다. 수정은 진우의 청혼을 기다리면서도 화재와 싸우는 그를 생각하면서 매일매일을 조마조마하게 보내고 있다. 수정은 진우가 위험한 소방관 일을 그만두기를 원하지만, 진우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둘은 화재 현장에서 위험에 처한 수정을 구출해 주면서 시작되었다. 


수정의 동생 수은(신민아 분)은 청각장애인인인데, 놀이공원에서 백설공주 탈을 쓰고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수은도 화재 때 수정과 함께 진우에게 구출되었다. 이때 수은은 얼굴 한쪽에 화상을 입어 지금도 그 흉터가 크게 남아있다. 수은은 놀이공원에서 알바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규(이기우 분)를 좋아한다. 상규는 백설공주의 탈을 쓴 미지의 주인공을 좋아하며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하지만, 수은은 자신의 얼굴의 상처를 보이기 싫어 그의 주위를 맴돌 뿐이다. 

하석(차태현 분)과 숙현(손태영 분)은 서로 사랑하지만 생활이 고달프기 짝이 없다. 하석은 일정한 직업 없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벌지만 항상 곤궁하다. 권투 선수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 죽도록 두들겨 맞고는 쥐꼬리만 한 돈을 받아오기 일쑤이다. 숙현은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데 역시 생활은 궁핍하기 짝이 없다. 가난에 시달리는 숙현은 마침내 하석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주영(염정아 분)은 어린 아들 휘찬과 단 둘이 살고 있다. 주영은 홀로 휘찬을 키우기 위해 직장일을 한다. 그렇지만 휘찬은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집에 오는 엄마가 밉다. 조금이라도 엄마와 오래 있고 싶은데, 엄마는 그런 맘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기 일쑤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다. 휘찬은 엄마의 입원이 가슴 아프지만 엄마와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어 좋다. 


숙현이 하석에게 더 이상 이런 밑바닥 생활을 할 수는 없다면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지만 하석은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면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석은 돈 벌 궁리를 하다고 어느 날 “이별 대행업”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이별 대행업이란 차마 이별을 고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하여 이별하겠다는 통보를 해주고 돈을 받는 사업이다. 하석이 이별 대행업을 하면서 생각 외로 일거리가 많다. 그는 이별을 통고받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 이별 대행업을 계속한다. 

진우는 수정에게 정식 청혼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청혼 반지를 준비하고는 스카이라운지의 고급식당을 예약하고 그녀를 만날 약속을 잡는다. 약속 날 수정은 식당으로 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진우가 오지 않는다.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수정의 가슴으로 말 못 할 두려움이 밀려든다. 수정을 만나러 올 준비를 하던 진우가 갑작스러운 화재사건으로 급히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진압을 하다가 무너지는 빌딩에 깔려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은은 상규가 곧 해외유학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백설공주 탈을 벗고 상규의 그림 모델이 된다. 상규는 수은의 상처까지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준다. 그렇지만 둘의 사랑은 그것으로 끝이다. 


곧 퇴원할 것으로 기대하던 주영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이 찾아왔다. 교통사고 부상은 큰 문제가 없지만 몸에 암이 발견되었고, 이미 암은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어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영은 이제 사랑하는 아들과 이별을 앞두게 되었다. 


곧 엄마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슬픔에 잠겨있는 휘찬에게 이별 대행업자인 하석이 찾아온다. 하석은 주영을 대신하여 휘찬에게 엄마의 이별장을 읽어준다. 이별 대행업을 하면서 수많은 이별과 만난 하석은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별을 준비한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는 4개의 각각 다른 이별을 그리고 있는데 각 이별 간 연결이 쉽지 않다. 그냥 4개의 이별을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석의 “이별 대행업”이 이 4개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는데, 진우/수정, 상규/수은 커플에 대해서는 스토리의 전개상 이 고리를 걸기가 어렵다. 갈라진 강물이 한 곳에 모이듯 이야기의 결말을 끌어가야 하는데, 그런 점이 좀 아쉽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이지만 중간중간에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다. 진우가 수화를 하면서 사오정식 엉뚱한 해석을 한다든지, 상규를 바라보는 수은의 혼잣말 등의 장면은 재미있다. 진우/수정 커플과 주영/휘찬 모자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므로 영원한 이별이다. 그러나 상규/수은 커플은 유학으로, 하석/숙현 커플은 생활고로 헤어진다. 이 두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수준 있는 멜로드라마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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