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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5. 2024

프랑크푸르트로 향해 출발

(2024-04-24 수) 서유럽 렌터카여행 (2)

드디어 여행 출발일이다. 항공편은 인천공항발 오후 6시 30분이다. 그렇지만 세종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렌터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짐이 많아도 상관없다. 집사람에게 가지고 가고 싶은 것 다 가져가도 된다고 했더니 햇반이니 뭐니 하면서 먹을 것을 한 가방 꾸린다. 그런 건 독일에 가도 다 있다고 하면서 가서 조달하자고 했지만 듣질 않는다. 거기다 라면을 끓일 냄비까지 넣었다. 이 가방 무게만 10킬로 가까이 된다. 도착해서 이 짐 때문에 죽도록 고생한다. 


세종버스터미널에서 12시 30분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도착하니 오후 3시, 출발까지 3시간 반, 넉넉하게 남았다. 이번 항공편은 중국 동방항공이다. 동방항공은 10여 년 전에 중국여행을 할 때 한 번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비행기가 낡고 초라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싼 맛으로 동방항공을 선택했다. 요즘은 중국 항공사들이 시장개척을 위해 싼 값의 상품을 많이 내어놓는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왕복 72만 원이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거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상해에서 1회 환승하여야 한다.


체크인을 하는 도중 갑자기 집사람이 음식물 가방을 포장하여야겠다고 한다. 가방에 든 냄비가 찌그러지거나 음식물이 눌리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포장센터로 가더니 10분도 넘게 지나서야 볼박스에 단단히 포장한 짐을 들고 온다. 그래도 항공사 담당직원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전화 로밍이다. 예전엔 와이파이 도시락을 주로 이용하다가, 저번 여행부터 SKT의 <바로> 요금제라는 것을 이용하는데 아주 편리하다. 5만 원이면 한 달 12기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집사람과 둘이면 이것만 해도 10만 원이다. 그런데 3,000원을 더 내면 가족 이용제란 걸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상품설명을 읽어보았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로밍센터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한 사람 요금으로 온 가족이 로밍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간단한 것을 왜 그렇게 어렵게 설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7만 원으로 24기가 상품을 예약하였다. 이것으로 통신에 관한 걱정 완전 끝.


다음으로 여행자보험이다. 집에서 가입한다는 것이 깜박 잊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1분 만에  간단 가입이 가능하다는데, 개뿔,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 지 10분도 넘게 걸린다. 삼성손해보험을 선택하여 진행하는데, 잘 나가다가 입금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먹통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롯데보험을 선택했는데, 이건 또 자녀 이름을 입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것도 실패. 분통이 터진다. 


마침 근처에 삼성손해보험 창구가 보인다. 가서 사정을 설명하니 이곳에서 직접 가입을 하란다. 그럴 경우 보험료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디렉트 요금보다 50% 정도 비싸다고 한다. 10만 원 이상 더 비싼 셈이다. 그럴 순 없다. 이번엔 태블릿 PC를 꺼내 다시 디렉트 보험을 신청했더니, 드디어 가입 성공이다. 잠깐만에 10여만 원 벌었다.


출국절차를 마치고 탑승창구로 갔다. 2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지루할 일은 없다. 태블릿 PC로 난커배 국제바둑대회 중계방송을 보고 있자니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드디어 상해행 동방항공기에 탑승하였다. 1열 6석의 작은 비행기이다. 비행기는 좀 낡았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코드 셰어링을 하고 있으므로, 비싼 대한항공권을 끊은 사람도 같은 비행기를 이용한다. 기내식 맛도 괜찮았다.


환승공항인 상해 푸동공항에 도착하였다. 푸동공항은 20년 전 갓 오픈했을 때 한 번 이용한 적이 있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이다. 상해에는 네댓 번 정도 갔었는데,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내와 가까운 홍차우 공항을 이용하였다. 당시 푸동공항은 무척 크고 화려했다는 기억이 남아있는데, 이번엔 크기는 하지만 화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조명이 어두워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내부는 좀 두서없이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프랑크프루트행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3시간 정도 남았다. 요즘은 여행을 다닐 때마다 꼭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만 있으면 지루할 일이 없다. 시간이 빌 때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하면 금방 지나간다. 영화도 60편 정도 가져왔으므로 충분하다.


프랑크프루트행 항공편은 점보급의 대형 비행기이다. 탑승을 하니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아주 많다. 우리나라 항공기는 비즈니스석이 대략 6-7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긴 거의 15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좌석 디자인도 아주 세련되었다. 중국의 경제력을 보는 것 같다. 25년 전쯤 파리에서 동경으로 일본항공을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비즈니스석이고 이코노미석은 뒷부분 몇 열에 불과한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때 일본 젊은이들은 거의 비즈니스석을 타고 이코노미석은 주로 나이 든 사람이 이용하는 것을 보고는 역시 젊은이들이 돈을 잘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큰 비행기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찼다. 승객 대부분이 중국인들인데, 이제 그들의 옷차림도 상당히 세련되었다. 12시간의 긴 비행기 여행이 시작된다. 다행히 우리 좌석 뒤쪽은 좌석이 없고 중간 칸막이라 의자를 마음껏 젖힐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비행기는 꽤 좋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 비해 별로 못할 것도 없다. 기내식은 두 번 먹었는데, 둘 다 아주 맛있었다. 집사람은 좁은 자리에서 12시간이나 가야 한다고 걱정이다. 그렇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다. 몇 달 전 베트남, 라오스 여행에서 32시간 버스를 타고, 또 등받이 없는 밴을 8시간 타 본 이후는 어떤 오랜 교통수단도 조금도 두렵지 않다. 이까짓 12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행기는 푸동공항에서 곧장 서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푸동 공항에서 곧장 북으로 향해 북경 위쪽의 러시아 부근까지 가서야 직각으로 서쪽으로 꺾는다. 비행기가 상해 상공을 날아간다. 저 아래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정말 큰 도시이다. 상해를 벗어나는데 한참이 걸린다. 이어서 바로 큰 도시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북쪽으로 날아가는 도중 도시의 불빛이 연이어 나타난다. 중국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것 같다. 비행기가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그때부터는 불빛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몽골과 러시아 영토 위를 통해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저장해 두었던 유튜브 바둑 중계방송을 보고, <신용문객잔>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마작 서너 게임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비행기는 어느새 모스크바 바로 아래쪽을 날고 있었다. 벌써 유럽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 두 시간 정도만 견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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