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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3. 2024

여행준비

(2024-04-22 화) 서유럽 렌터카 여행(1)

은퇴를 2년 앞둔 2018년 초부터 은퇴 후 집사람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기로 하고 나와 집사람이 한 달에 각각 30만 원씩 2년간 적금을 들기로 하였다. 각각 적금을 든다고는 하지만 집사람이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모두 내 통장에서 나가는 돈이다. 그렇지만 결혼 이후 줄곳 집사람이 관리하는 생활비 통장과 내 용돈 통장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자의 여행경비는 각자가 관리하는 통장에서 염출 하기로 한 것이었다. 생활비 통장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나는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다.  


이렇게 여행경비는 마련하였으나,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더 늦기 전에 이번 봄에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 주인 4월 24일부터 약 40일간 집사람과 함께 렌터카로 독일, 이태리, 프랑스 여행을 할 계획이다. 당초 스페인까지 포함하려 하였으나 동선 계획을 세워보니 너무 강행군이라 스페인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까지 갔다간 맨날 운전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가급적 하루 운전 거리가 200킬로를 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웠다.


작년 12월에서 올해 1월 말에 걸쳐 혼자서 40일간 베트남, 라오스 여행을 하였다. 그때는 사전에 별로 준비할 것도 없었다. 가고 싶은 곳 몇 곳 대충 포인트 찍어놓고 그냥 가면 그만이었다. 숙소든 교통편이든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이 현지에 가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워낙 물가가 싼 곳이라 돈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쉬고, 또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느긋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번 유럽 여행은 다르다. 집사람과 같이 하기 때문에 무작정 계획 없이 다닐 수는 없다. 게다가 여행 경비도 문제가 된다. 동남아 여행과 비교하니 꼭 10배가 든다. 동남아에선 1인당 1~2 천 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1~2만 원이면 숙박도 문제없으나., 유럽에서는 식비든 숙박비든 그 10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사전 계획을 세웠다. 40일간의 숙소도 모두 예약하였다. 반 이상이 환불이 되지 않는 조건이라 계획 외의 일정은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번 동남아 여행과는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계획

1. 여행동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하여 하이델베르크, 블랙 포리스트, 슈투트가르트, 뉘른베르그, 뮌헨으로 간다. 뮌헨에서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를 거쳐 이태리의 베네치아로 간다. 다시 피렌체와 로마로 간 후 피사와 제노바로 올라온다. 프랑스로 넘어가 니스, 그라노블, 마르세유, 아비뇽, , 파리, 메스를 거쳐 독일의 쾰른,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다. 


이렇게 동선을 짜고 보니 일정이 좀 빡빡하다는 느낌이 든다. 50일 정도로 계획을 잡아야 했나라는 후회도 된다. 여행동선 계획을 세울 때는 구글지도와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절대 챗GPT를 믿으면 안 된다. 이 녀석은 하도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매번 확인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2. 항공권: 항공권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비용과 운항시간이었다. 유럽 공항 중에서 항공권과 렌터카 비용이 싼 공항을 찾았다. 항공권이 가장 싼 공항은 프랑크푸르트였고, 다음으로 바르셀로나와 파리가 비슷하였다. 렌터카 비용이 가장 싼 곳은 바르셀로나였고, 다음으로 프랑크푸르트, 파리 순서였다. 스페인을 동선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에 자연히 여행의 출발지는 프랑크푸르트로 결정되었다. 


스카이스캐너로 프랑크푸르트 왕복 항공료를 검색하니 직항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180~200만 원 정도 되었다. 운항시간은 1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1회 경유 항공편의 경우 대개 120~130만 원 정도가 되었다. 운항시간은 대개 16~18시간 정도이다. 1회 경유로 90~110만 원 정도의 가격대도 있는데, 거의가 왕복 가운데 한쪽이 30시간 가까운 운항시간이 되었다. 이런 건 이용할 수 없다. 왕복 모두 운항시간이 20시간 아래여야 한다.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획기적인 가격을 찾았다. 72만 원에 왕복 운행시간 모두 17시간인 중국 동방항공을 예약할 수 있었다. 


3. 렌터카: 집사람하고 둘만의 여행이기 때문에 큰 차가 필요 없다. 소형차를 중심으로 검색하였다. 렌터카 업체와 직접 컨택하는 방법과 중개업체를 경유하여 예약하는 방법, 두 가지 대안이 있는데 둘 모두 검색하여 가격을 비교하였다. 렌터카 업체 선택에는 크게 메이저 업체와 로컬 업체가 있는데,  로컬 업체는 가격이 싼 대신,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른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은 보험료가 무척 비싸다. 풀커버 보험의 경우 렌트비용보다 보험료가 오히려 더 비싸다.


메이저 업체의 경우 풀커버 보험을 선택할 경우 최소형 차가 40일에 거의 300만 원 이상되었다. 그런데 역시 검색에 품을 들이면 그만큼 싼 곳이 보인다. Klook을 통하여 풀커버 보험 포함 40일 123만 원에 예약하였다. 렌터카 업체도 세계 넘버 1인 허츠이다. 다만 사무소 위치가 공항이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인 것이 흠이라면 흠인데, 이 정도 수고는 충분히 할만하다..


4. 숙박비: 유럽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숙박비이다. 이전에 유럽에 출장을 갔을 때와 비교하여 숙박비가 엄청 오른 것 같다. 대략 20~30만 원 대가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할 형편은 못된다. 그리고 저녁에 도착하여 잠만 자고 아침에 나오는데 구태여 비싼 곳을 찾을 필요가 없다. 


숙소를 찾다 보니 도심보다는 시 외곽이 엄청 쌌다. 렌터카 여행인 데다 어차피 시내 중심가 여행에는 자동차가 필요 없으므로 도시 외곽의 숙소를 잡았다. 대부분 아고다를 통해서 예약하였지만, 5개 정도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였다. 대략 10만 원 내외 혹은 그 이하로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다만,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숙소는 거의가 예약 취소가 안된다. 무료 취소가 가능토록 하려면 2~3만 원 정도를 더 지불하여야 한다. 이번에 숙소를 예약하면서 우리나라 모텔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새삼 느꼈다.


이렇게 여행준비는 대충 마쳤다. 그다음으로 사소한 여행용품이 필요하다. 요즘은 다이소에 가면 아이디어 여행용품이 많다. 한두 번 사용할 것이라면 값싼 물건을 사서 사용하고, 부담 없이 버릴 수 있어서 좋다. 통신 케이블, 멀티캡,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 빨랫줄, 보조가방 등등 해서 3만 원 정도 구입하니 한 보따리가 된다. 


그리고 내겐 정말 어려운 여행준비가 남았다. 그건 블로그와 브런치에 영화 감상문을 포스팅하는 일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매일 하루에 한편씩 영화 감상문을 써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고 있는데, 지난 몇 년간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처음에는 다른 글을 포스팅하는 경우에도 영화 감상문은 꼭 하루에 한 편씩 올렸지만, 포스팅 분량이 너무 많아 부담이 되었다. 작년부터는 하루에 포스팅 하나라는 원칙을 세워 다른 글을 포스팅하는 날에 한해 영화 감상문 포스팅은 생략하였다. 


40일간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피곤하여 바로 영화감상문을 쓸 수가 없다. 그러므로 약 50개 정도를 사전에 올려놓아야 한다. 블로그에서는 예약기능으로 하루에 한편씩 포스팅되도록 하면 되고, 브런치에는 이를 미리 저장해 놓고 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한 편씩 올리면 된다. 나는 항상 50-60개 정도의 감상문을 미리 준비해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장기여행을 한다고 해서 새삼 스러이 새로 감상문을 써야 하는 부담은 없다. 그렇지만 이미 써 둔 글을 포스팅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올리기 전 교정을 한 번 보고, 캡처한 사진 가운데 적당한 것을 찾아 첨부하려면 1편을 포스팅하는데 20분은 족히 걸린다. 50편을 포스팅하기 위해서는 닷새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여야 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내일 출발하는 일만이 남았다. 유럽은 지금까지 4번 정도 갔다. 그러나 모두 업무상의 출장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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