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서유럽 렌터카 여행 (3)
현지시간 오전 5시 30분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으니, 지금 우리나라는 오후 12시 30분이다. 어제 오후 6시 30분에 출발하였으니, 정확히 18시간 걸린 셈이다.
입국수속에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줄을 서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하고 있어, 앱을 통해 입국신고 같은 것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잠깐 불안했으나 그런 건 없었다. 비행기 내에서는 독일입국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았다. 25년 전 독일연방카르텔청을 방문하기 위한 출장이래 두 번째 독일 여행이다. 그때는 본에서 단 1박을 하였을 뿐이었고, 숙소 근처에 있는 라인강을 한 번 산책한 것이 전부였다.
짐을 찾으러 갔다. 카트를 이용하려니까 1유로 동전이 있어야 한단다. 동전이 없어 포기하였다. 짐을 찾아 나오는데, 먹을 것과 냄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포장한 박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단단히 포장하였는지 손으로 뜯는 건 불가능하다. 칼이 있어야겠는데, 가져온 과도도 포장 박스 속에 있다. 무게 10킬로의 정육면체 포장박스는 손잡이도 없어 어떻게 들어야 할지 감당이 안된다. 겨우 짐을 끌고 대합실로 나왔다.
오전 10시에 렌터카 픽업을 하기로 계약되어 있는데, 렌터카 회사는 프랑크푸르트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곳까지 찾아가야 한다. 오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프랑크푸르트의 택시요금은 어마어마하게 비싸 공항에서 시내까지만도 거의 10만 원이 나온다는 여행후기가 있었다. 렌터카 회사는 시내를 지나 한참 더 가야 하므로 요금이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아직 시간여유가 있으니 대중교통으로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렌터카 회사를 검색했다. 이런! 구글 맵이 안된다. 휴대폰의 통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인터넷을 테스트해 보았는데 다른 건 된다. 그런데 스피드가 무지하게 늦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독일은 유럽에서도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10여 년 전 미국에 가서 구글맵을 사용했을 때 처음 얼마간은 불통이었다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제대로 된 경험이 생각 나 끈기 있게 구글맵을 시도해 보았다.
렌터카회사 위치를 검색한 후 10분이 지나서야 위치가 나온다. 그곳으로 가는 경로를 검색하니 거의 20분이 지나서야 이동방법이 나온다. 기차(지하철?)와 버스를 3번 갈아타야 한단다. 기차를 타러 갔다. 여전히 식품 박스 때문에 미치겠다. 짐을 어떻게 제대로 들 수가 없다. 칼이라도 빌려 박스를 뜯고 싶은데, 빌릴 곳도 파는 곳도 없다. 캐리어 2개에다가 10킬로짜리 박스를 들고 이동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정말 울화통이 치민다.
대중교통 매표소까지 겨우겨우 찾아갔다. 자판기로 티켓을 사야 하는데, 이럴 수가! 모두 독일어로만 되어있다. 현금구입은 안되고 카드만 된단다. 카드를 넣으니 또 IP pin을 입력하란다. 아마 패스워드를 말하는 것 같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였는데 뭐가 잘 안 된다. 에러 메시지가 뜨는데 독일어라 읽을 수가 없다. 이런 상태니 설사 이곳에서 티켓을 산들 도중에 어떤 낭패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캐리어에 감당하기 어려운 볼박스까지 들고.
돈이 얼마나 들더라도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해외에서도 카카오 택시 이용이 가능하단 것을 알게 되었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려니 요금이 100만 원이 가깝다고 나온다. 놀라서 다시 확인하니 다른 도시에도 같은 주소가 있어 그쪽으로 안내한 것이었다. 다시 제대로 된 프랑크푸르트의 렌터카 주소를 입력하니 요금이 4만 5천 원 정도란다. 이것밖에 안되는데 그동안 괜한 고생을 한 것 같다.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였다. 그런데 이런! 뭔가 에러가 발생하여 택시를 부를 수 없단다. 어쩔 수 없이 택시승강장을 찾아가 택시를 탔다. 아주 좋은 벤츠 승용차였다.
기본요금은 4유로, 그러니까 6,500원 정도이다. 행선지를 알려주고 출발하려는데, 바로 미터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미터기 요금이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 마치 주유기 미터 같다는 느낌이다. 렌터카 회사까지 16킬로인데, 요금이 52유로, 우리 돈으로 8만 원 정도 나왔다. 우리나라라면 서울 상계동에서 광화문까지 17킬로에 2만 원 남짓이니까, 서울의 4배 정도 요금이다.
공항 렌터카를 이용 않고 이곳까지 온 것은 요금이 낮아서이다. 40일간 렌털가격이 공항에 비해 70만 원 정도 낮다. 예정 픽업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조금 기다린 끝에 차를 픽업하였다. 차는 '오펠 아담'이라는 소형차이다. 3 도어 형으로 정말 작은 차이다.
차 트렁크에는 캐리어가 한 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남은 캐리어 1개와 볼박스는 뒷좌석에 실어야 하는데, 볼박스 이게 끝까지 속을 썩인다. 앞 좌석을 당기고 뒷좌석에 박스를 밀어 넣으려 하는데, 부피가 커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 낑낑대며 고생고생한 끝에 겨우 박스를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 차를 선택할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밖에 타지 않기 때문에 트렁크와 뒷좌석에 짐을 싣는다면 아주 넉넉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차가 완전히 꽉 찬다.
차에 앉으니 의외로 자리가 편하고, 차도 단단한 느낌이다. 20여 년 전 딸에게 마티즈를 사준 적이 있는데, 그보다는 좁지만 훨씬 편하다. 이 차는 오토가 아니라 매뉴얼 방식이다. 유럽에는 지금도 매뉴얼 방식 차가 많은 것 같다. 옛날 매뉴얼 차를 7~8년 정도 운전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다지 부담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