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n 17. 2024

고도(古都) 하이델베르크로

(2025-04-25 목 a) 서유럽 렌터카 여행(4)

렌터카에 짐도 다 싣고, 기본적인 조작법도 대충 파악했으니  이제 목적지인 하이델베르크로 가야 한다. 이곳 프랑크푸르트 관광은 여행 제일 마지막 3일에 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는 약 90킬로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구글맵이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내비게이터 없이 차를 운전할 수는 없다. 렌터카 회사 주차장에서 구글지도로 몇 번이나 하이델베르크까지의 경로를 검색하였다. 거의 한 시간가량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하이델베르크까지의 경로가 나왔다. 이번엔 다시 하이델베르크의 숙소를 검색하자 계속 “찾는 중” 메시지만 뜬다.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 


구글맵이 이 모양이니 설사 검색이 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길을 가르쳐 줄지 의문이다. 가다가 잘못하여 길을 잘못 들어섰을 경우 다시 맞는 길로 수정해 가르쳐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도로는 거의 아우토반을 통하여 가는데, 고속도로 위에서 순간적인 경로 수정기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운전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혹시 구글맵 이외에 다른 독일 내비게이션 앱이 없는지 검색해 보았다.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waze’라는 내비게이션 앱을 찾았다. 즉시 설치하고 테스트해 보니 검색이 바로 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네이버 지도나 T맵 정도로 빠르진 않다.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이걸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또 남았다. 내비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자동차에 장착하여야 한다. 휴대폰 거치대로서 내 차에서 평소 사용하던 것과 다이소에서 새로 구입한 것 두 개를 가져왔는데, 차의 구조 때문에 둘 다 장착이 안된다. 어떡하나 궁리하다가 보니 운전대 앞의 계기판에 휴대폰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시도해 보니 휴대폰을 세울 수는 없고, 높일 수는 있다. 휴대폰을 눕혀 내비를 작동시키니, 웬일! 이 내비는 세워서만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휴대폰을 눕힌다고 해서 자동으로 방향이 조정되는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집사람에게 휴대폰을 들고 보면서 내게 방향지시를 하도록 했다. 음성안내도 나오지만 독일어라 아무 의미가 없다. 집사람이 휴대폰을 보고 내비가 가르쳐 주는 길을 말하면 나는 그 지시에 따라 운전한다. 그런데 내비도 우리나라만큼 친절한 것도 아니며, 집사람도 가끔 방심하여 지시할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운전 중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속에 하이델베르크를 향해 달린다. 작은 차이기 때문에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또 이런 작은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면 위험할 것 같아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아우토반을 무려 시속 80킬로의 속도로 달린다. 아우토반에는 속도제한이 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있다. 80킬로 구간, 100킬로 구간, 120킬로 구간 등이 수시로 나온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

이곳에 오기 전엔 프랑크푸르트에서 시골길을 달리며 하이델베르크까지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가기를 기대했는데, 내비가 아우토반으로 안내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간간이 도로 옆의 벌판이 보인다. 드넓은 벌판에 푸르고 푸른 작물이 자라고 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채소는 아니고 곡물 같아 보이는데, 이런 곳에 곡물울 재배해 경제성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유채밭도 많이 눈에 뜨인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는 않은 것 같다. 날씨는 꽤 쌀쌀하다. 비가 뿌리다간 멈추고 가끔 작은 우박도 내린다. 


유채는 보통 기름을 짜는 용도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채유를 식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독일의 유채밭은 엄청 넓다. 아무리 유채유를 많이 소비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유채를 모두 어떻게 소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독일에서는 유채유를 바이오 디젤로서, 자동차 연료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석유 연료보다는 훨씬 친환경 연료라 할 수 있다.   


새로 설치한 내비 앱 weze의 덕택으로 어쨌든 숙소인 호텔에 도착하였다. 도로 옆 벌판에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호텔이다. 방 정리 중이라 오후 3시부터 체크인이 된다고 한다. 두 시간이나 남았다.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나 사기로 했다. 내비로 검색해 보니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ALDI라는 마트가 있다. 들어 본 것 같은 업체이다. 찾아가니 제법 규모가 큰 마트이다. 우리는 대형소매점을 일반적으로 ‘마트’ 혹은 ‘대형마트’라 부르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그냥 ‘슈퍼마켓’이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종합소매점의 정식 이름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과거 ‘동네슈퍼’라 부르던 소매점의 정식 명칭은 “달리 분류되지 않는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이라 하며, 매장 면적이 150평방미터(약 50평)가 넘는 소매점을 ‘슈퍼마켓’이라 한다. 요즘 주위에 흔하게 보이는 식자자 매장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매장면적이 3,000평방미터(약 800평)가 넘는 종합소매점 가운데 백화점을 제외한 업체를 ‘대형마트’라 한다.      


오기 전에 독일은 "물가천국"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과연 물건 값이 엄청 싸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먼저 과일코너가 나오는데, 중간 크기 사과 15알 정도 든 2킬로짜리 포장이 5,000원도 안된다. 블루베리, 포도, 멜론 등등 모두 우리나라의 반값도 안 되는 것 같다. 과일주스도 1리터짜리 병이 거의 2,000원 내외이다. 과일잼도 큰 병 하나에 3천 원 정도이다. 특히 낙농제품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싸다. 우유, 버터, 치즈 등은 정말 거저라는 생각이 든다. 소시지나 햄 등 육류도 마찬가지이다. 맥주는 아예 물값이다. 와인도 4천 원 정도부터 시작하여 15,000원 정도면 중급 이상인 것 같다. 다만 비식료품 공산품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 것 같다.  


빵 여러 덩어리, 와인 2병에 치즈 2종류, 우유, 잼, 햄, 소시지, 사과, 바나나, 생수 1타스, 방울토마토, 블루베리까지 샀는데 6만 원 정도이다. 이번 여행에선 아마 체중이 잔뜩 늘어 돌아갈 것 같다. 


독일 사람들은 아주 영어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사람 등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영어가 그렇게까진 능숙하진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원래 영어가 서툰 사람끼리 영어로 대화하면 잘하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훨씬 잘 통한다. 독일에서는 생각 외로 영어가 많이 사용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길 안내판이나 상품설명 등은 모두 독일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도로 표시판도 마찬가지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도 독일어로만 되어있어 불편하다. 그렇지만 직원 아줌마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였는데, 방이 생각 외로 널찍하고 좋다. 마트에서 사 온 칼로 지금까지 그렇게 속을 썩이던 볼박스도 완전 해체했다. 사온 식품들로 저녁을 먹으니 완전 진수성찬이다. 와인을 곁들이면 더욱 좋겠는데, 그랬다간 바로 골아떨어질 것 같아 참았다. 아주 맛있었다. 더 많이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이제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휴대폰으로 다시 구글지도를 검색해 보니 여전히 거의 준먹통에 가깝다. 한번 검색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해 태블릿 PC로 구글 맵을 검색 해보니 곧잘 된다. 그러면 휴대폰 로밍에 이상이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다. waze 검색은 잘 된다. 그러면 구글맵의 문제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태블릿 PC로는 잘 되니까...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이번 독일 여행에서는 다소  불편하지만 waze 내비를 사용해야겠다. 저녁식사 후 waze의 기능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였다. 성공했다! 한글지원과 한국어 음성지원 모두 가능하다. 이걸로 내비로 인한 불편은 거의 덜었다. 이젠 적당한 휴대폰 홀더만 구할 수 있으면 완전 해결이다. 


이곳 하이델베르크는 내가 어릴 적부터 독일에서 가장 찾고 싶었던 도시였다. 중학교 때 "황태자의 첫사랑"(Student Prince)이라는 영화를 보고서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이 영화를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1950년대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 말에 수입된 영화인데, 나는 중학교 때 감상하였다. 독일의 어느 왕자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입학하여, 학교 근처 술집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평민 처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뮤지컬 영화인데, 그때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몇 년 전에 다시 감상하였지만 옛날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못 보았더라도 영화에 나오는 "Drink! Drink! Drink!"라는 노래는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것이다. 주인공인 왕자가 친구들과 생맥주를 마시며 부르는 노래이다. 나도 언젠가는 하이델베르크에 가서 큰 조끼로 생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https://youtu.be/y1bficWrjgc?si=rr_dJZ4EexKaVFXR


작가의 이전글 프랑크푸르트 도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