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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0. 2024

지크프리트의 전설이 서린 펠센메어

(2024-04-27 토) 서유럽 렌터카 여행(8)

내비게이션 거치대 문제를 해결했다. 다이소에서 사 온 거치대를 이리저리 만지다 보니 제대로 설치가 되었다. 이젠 운전이 한결 편해졌다. 집사람도 길안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독일 남부의 검은 숲으로 간다. 가는 길에 몇 곳 명소를 들리기로 했다. 먼저 "펠센메어 루센스타인"(Felsenmeer Lautertal)이라는 곳으로 갔다. 알고 보니 이곳은 하이델베르크 성 뒤쪽에 있는 국립공원이라 한다. 어제 왔던 길로 하이델베르크성을 지나 네크아르 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루센스타인은 '러시아 바위'라는 뜻이라는데, 그 바위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산 위쪽으로 주택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계속 올라가니 어느덧 포장 길이 끊어지고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차를 내리니 숲 속으로 난 넓은 산길이 보인다. 높은 나무 사이로 그다지 경사 없는 산길이다. 숲길을 따라 걸으니 신선한 공기가 가슴을 가득 채운다. 아주 좋은 산책길이다. 집사람과 함께 1시간 정도 기분 좋은 산책을 즐겼다.


명소로 알려졌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다. 동네 주민인 듯한 사람이 가끔 산책을 즐길 뿐이다. 독일 사람들은 개를 참 많이 키우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은 개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이 데리고 다니는 개는 소형견은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이 체구가 당당한 대형견이다. 그리고 개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곳도 우리보다 훨씬 많다. 대중교통이나 슈퍼마켓 등에도 대형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펠센메어 루센스타인 숲길

돌아오다가 어제 어느 페친분이 이야기해 준 "철학자의 길"이 생각난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가보기로 했다. 철학자의 길은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보면 강 건너 쪽에 있다. 그 길을 헤겔과 하이데커 등이 사색하며 산책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길을 거닐었을까? 차를 운전해 가니 언덕에 있는 주택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을 한정 없이 올라간다. 1킬로 정도를 남겨두고는 거의 산길로 변한다. 더 이상 올라갔다간 차를 돌릴 수도 없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다음은 팔센메어이다. 내비에서는 하이델베르크에서 4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자동차도로를 빠져나와 작은 시골마을을 통과하는데 제한속도가 수시로 바뀌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한속도를 곧이곧대로 지키니 내 뒤로 항상 차가 잔뜩 밀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속도위반 딱지를 떼일 수는 없다. 마을이 끝나고 산속으로 난 도로를 조금 올라가니 주차장이 보인다. 자판기로 주차권을 끊어야 하는데 독일어로만 되어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근처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주차권을 끊을 수 있었다.


그다지 대단한 장소는 아니다. 산 중턱에 산사태로 생긴 듯한 바위 무더기가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많은 가족 관광객들이 이곳을 즐기고 있다. 바위 무더기를 통과해 산을 오르는 사람도 많다. 아이들은 바위를 기어오른다고 신이 났다.

펠센메어 앞의 풍경

설명서는 독일어로만 되어 있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설명서 중에 지크프리트(Siegfried)란 단어가 보이길래 이곳은 지크프리트 전설과 관련 있는 곳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펠센메어는 "바위 바다"란 뜻이며, 지크프리트가 이곳에서 용과 싸웠다 한다. 지크프리트는 독일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으로서,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의 주인공이다.


나도 집사람과 함께 바위 주위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이곳도 숲이 울창하다. 까마득 솟은 나무들 사이로 난 산길을 따라 기분 좋게 산책을 한다. 조금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산 아래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은 멋진 경치이다. 그동안 흐렸던 하늘도 파란색이다. 제법 경사가 심한 산길을 30분 정도 올라간 후 내려왔다. 산 아래서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한 시 정도가 되었다. 이제 숙소가 있는 검은 숲 인근의 도시인 프라이부르크를 향해 출발한다.

펠센메어와 산 아래 풍경

검은 숲(Black Forest)은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광대한 울창한 숲 지역으로서, 숲이 하도 울창하여 낮에도 어둡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로마제국이 스페인과 갈리아 지역(지금의 프랑스)을 정복하면서도 게르만 지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검은 숲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천하무적의 로마군이었지만, 검은 숲에서는 제대로 진형을 갖춘 전투가 힘들고, 게릴라 전이 많을 수밖에 없어 위험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바바리안>은 검은 숲을 무대로 한 로마군과 게르만 부족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그 드라마가 검은 숲에서 촬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정말 멋진 숲이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412874901



곁가지 이야기: 독일의 인터넷 통신 환경


잘 아시다시피 독일은 세계적 경제강국이면서 유럽 최대의 경제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환경은 영 시원찮은 것 같다. 도착한 뒤 3일 동안은 무슨 이유인지 구글맵이 제대로 적동되지 않는다. 장소 한 번 검색하는데 10분, 20분이 걸린다.


며칠 뒤 이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통신 속도는 굼뜨다. 그뿐만 아니라 수시로 통신이 끊기기도 한다. 호텔 와이파이도 마찬가지이다. 좀 이용하다 보면 수시로 끊어지기 일쑤다. 고속도로에서 성가신 사고가 생겨 뒤처리를 하는데, 이곳저곳 연락 중 수시로 통신이 끊겨 애를 먹었다. 인터넷 통신에만 국한해 본다면 라오스만도 못한 것 같다.


독일 경제 및 기술 수준과 인터넷 통신환경을 비교해 보면 어떻게 이렇게 격차가 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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