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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4. 2024

알프스 산맥을 통과하여 이탈리아로

(2024-05-06 월) 서유럽 렌터카 여행(22)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운전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날이다. 인스브루크에서 이탈리아의 베로나를 거쳐 베네치아까지 갈 계획으로서, 거의 400킬로 이상을 운전해야 한다.


어제 인스브루크의 이 호텔에 도착하고는 연이어 분통이 터졌다. 이 호텔도 지난번 뉘른베르크의 호텔처럼 무인 호텔로 운영되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당황하였지만 경험이 있던 터라 급히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몇 시간 전에 패스워드를 보내온 것을 확인하고는 이를 입력하여 일단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성공하였다. 프런트에 룸키도 있어 일단 방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문제는 주차이다. 주차에 대해서는 이메일에서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주차장은 주민의 개인 주차장이라 사용하면 안 되고, 다른 곳에 있는 호텔 전용 주차장에 유료주차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는데, 그 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호텔 입구에 꼭 붙여 주차를 했다. 의문 사항이 있어도 호텔 직원의 낯짝을 볼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진다. 국제전화로 호텔 연락처로 전화를 하면 ARS 응답만 나온다. 앞으로 이런 호텔에는 절대로 투숙 안 한다. 호텔에 투숙할 경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가 키를 방안에 두고 나와 들어갈 수 없는 경우이다. 직원이 있다면 마스터 키로 열면 되지만, 이 호텔 같은 경우 꼼짝없이 노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룸의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밖에다 그냥 주차해 둔 차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오늘 아침 밖에 대충 주차해 둔 차가 불안해 좀 일찍 8시 반 정도에 호텔을 출발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인스브루크 시내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주차장을 찾지를 못하겠다. 도로 옆에 곳곳에 주차해 둔 차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그곳에 주차를 해도 되는지 알 수 없고, 또 마땅히 주차장 표시도 보이지 않는다. 짐작에는 빈 공간에다 그냥 주차해도 될 것 같았지만 확신할 수 없다. 그랬다간 괜히 몇십만 원이나 하는 불법주차 딱지를 떼일 수도 있다. 할 수 없이 그냥 차로 돌아다니며 시내구경을 했다. 알프스 산속 좁은 분지에 들어선 도시라 혼잡하기 짝이 없다. 사람과 교통량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 여러 시설들을 한꺼번에 집어넣은 느낌이다.

20여분 정도 차로 돌아다니니 시내를 거진 구경한 것 같다. 인스브루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망대에 들리기로 했다. 이 전망대는 구글맵에 명소로 소개된 곳이다. 마치 골목같이 꾸불꾸불한 경사도로를 한동안 올라가니 목적지가 나온다. 그런데 여긴 정식 전망대는 아니고 주택사이에 있는 빈 공터에 불과하다. 전망대로서의 아무런 시설도 없다. 도시를 내려볼 수 있지만, 옆에 서있는 주택들이 시야에 방해가 된다.  


주택 사이로 인스브루크의 전경이 들어온다.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사방이 눈으로 덮인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 위쪽으로 산중턱 높은 곳에 한 두 채씩 따로 떨어져 있는 집들이 보인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 높은 외로운 곳에 살까? 겨울에 온 산이 눈덮이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제 인스브루크를 떠나야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길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데다가 구글맵의 안내도 신통치 못해 계속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제자리도 돌아오곤 한다. 시행착오 끝에 세 번만에 겨우 고속도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제는 신나게 달리는 일만 남았다. 인스브루크는 알프스 산맥의 북쪽 면에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서는 알프스산맥을 넘어야 한다. 고속도로는 알프스 산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얼마를 그렇게 올라갔을까,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고 있다. 내리막도 끝도 없다. 그런데 이탈리아와의 국경은 언제 나타날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처럼 아무런 표시도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톨게이트가 나와 10유로 정도의 통행료를 받는다. 벌써 이탈리아인가? 


오스트리아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거리에 따라서가 아니라 이용일 수에 따라 받는다. 통행료에 해당하는 비넷(Vignette)을 입국 전에 구입하여 차 앞창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비넷은 10일짜리, 2개월짜리, 1년짜리가 있는데, 나는 제일 싼 10일 비넷을 약 10유로를 주고 샀다. 이렇게 보면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싼 편이다. 인터넷을 보면 비넷을 구입하지 않아 통행료 벌금 폭탄을 맞은 렌터카 여행객의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한참을 달리니 또 톨게이트가 나온다. 이번에는 통행료를 받지 않고 출발권만 준다. 이곳이 국경인가? 다시 한참을 달리니 도로변에 이탈리아어들이 쓰여있는 것이 보인다. 어느 사이엔가 이탈리아로 들어왔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도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곁가지 이야기:  이탈리아 사람의 성격과 운전습관


이탈리아에 온 지 이제 겨우 하루이지만 이 사람들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질은 아주 명랑하고 유쾌하지만, 행동방식은 약 30년 전의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있을 때는 아주 친절하다. 어려운 일이 있어 도움을 청하면 웃는 얼굴로 도와준다.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으면 유쾌한 얼굴로 스스로 다가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그러니까 익명일 상황에서는 달라진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그야말로 1도 없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운전습관이다. 이 사람들은 운전하면서 양보나 배려는 1도 없다. 독일에서는 주행방법이나 길을 몰라 허둥대면 대부분의 차들이 반드시라 할 만큼 나를 배려하고 양보해 주었다. 그러나 이태리는 다르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다 싶으면 바르 칼치기가 들어온다. 차선이 하나밖에 없는 좁은 도로에서도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다 싶으면 무리해서 추월해 내달린다. 어쩌다 한두 대가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그렇다.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긴 크고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도 로터리 형식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로터리에 들어가고 나가는 데 있어 조금의 앙보나 배려도 없다. 로터리를 빠져나가려는데 외선에서 차가 쌩쌩 달려 로터리를 만나면 겁부터 난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을 땐 그렇게 유쾌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완전 딴사람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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