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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5. 2024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발자취를 찾아

(2024-05-06 월a) 서유럽 렌터카 여행(23)

고속도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모두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도로 형태도 비슷하였다. 차이가 있다면 독일은 속도제한이 거의 없었는데 비하여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속도제한이 제법 많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베로나 시내로 들어가면 확연이 달라진다.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베로나 시내로 들어가자 당장 도로가 거칠어진다. 도로가 낡았고 제대로 보수를 안 한 곳이 많이 눈에 뜨인다.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도로가 잘 정비 및 관리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이탈리아는 우리에 비해 많이 못하다.


베로나 시내로 들어가 곧장 올드시티로 갔다. 차로 올드시티 안으로 들어갔으나,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도로 나와 근처 도로에 주차를 하고는 올드시티로 걸어갔다. 성곽문을 들어서면 베로나는 완전히 중세시대의 도시로 바뀐다. 성곽문을 지나면 바로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 저쪽에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콜로세움을 닮은 원형경기장이 보인다.

베로나 올드타운의 입구
베로나 올드타운 풍경

베로나는 로미와와 줄리엣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도시이다. 두 젊은 연인은 이 도시에서 자라 닷새 간의 불같은 사랑을 나누고는 세상을 떠났다. 철천지 원수 사이였던 몬테규 가와 캐플릿 가는 두 젊은이의 죽음을 통해 서로 화해하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랑? 아니다. 믿음?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두 젊은 연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커뮤니케이션의 왜곡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간세상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연극도 감상하였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레오날드 파이팅과 올리비아 핫세가 주인공 역을 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올리비아 핫세는 내 가슴속에 영원한 줄리엣이다.

얼마 전에는 현대의 베로나 시를 배경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 역을 맡은 1996년도 제작의 <로미와와 줄리엣>을 감상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줄리엣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20세기의 뉴욕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도 그렇게 명작이었다고 평가를 하지만 난 별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청소년 잡지였던 <학원>에는 노미호와 주리혜라는 만화가 연재되기도 하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24455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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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의 구시가지는 광장을 중심으로 중세풍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광장에서 방사형으로 골목길이 뻗어 있으며, 그 골목 안 역시 중세풍의 집들이 나란히 마주 보고 서있다. 그 한 골목 안에는 줄리엣의 집이 있다. 줄리엣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바닥이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비단 이 골목뿐만 아니라 다른 골목도 마찬가지이다. 골목 양쪽으로는 명품 숍이 줄지어 들어서있다.


이 골목길을 한참 들어가다 보면 줄리엣의 집이 나온다. 소문난 명소라 그런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마당이 있고, 그곳에는 줄리엣의 등신 동상이 서있다. 오른쪽에는 줄리엣이 로미오와 처음 만났던 날 밤 대화를 나누었던 테라스가 보인다. 그런데 옛날의 로미오는 나뭇가지를 밟고 테라스의 줄리엣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로미오의 발을 받쳐줄 나뭇가지는 보이지 않는다.

줄리엣의 집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이던 테라스

마당에는 줄리엣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서 사진을 찍는다. 완전히 미성년자 성추행이다. 나도 줄리엣과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줄리엣의 집을 보고 실망하여다. 잘 아시다시피 줄리엣의 캐플릿 가는 로미오의 몬테규 가와 함께 베로나 시를 쥐고 흔드는 부유한 집안이었다. 줄리엣이 로미오를 처음 만난 곳도 자신의 집 연회장에서 열린 화려한 무도회에서였다. 100평도 안돼 보이는 지금의 줄리엣의 집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잘 아시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고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그는 베로나 시에 와 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는 상상 속에서 베로나 시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줄리엣의 집을 상상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을 것이다.

줄리엣 상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며 사진 찍는 관광객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파란만장하다. 둘은 첫눈에 반해 사랑을 시작하였고, 어쩔 수 없는 실수로 로미오는 줄리엣의 오빠를 죽였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하여 이 도시를 떠나려다가,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의 잘못으로 둘 다 모두 자살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나서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믿기지 않지만 단 4일이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70시간 정도이다. 그렇게 그들은 짧은 시간에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 죽었다.  


일요일: 저녁 늦게 로미오는 무도회에서 만난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한다.

월요일: 새벽에 테라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그날 오후 둘은 결혼을 한다. 그런데 저녁에 로미오가 줄리엣의 오빠 티볼트를 죽이게 되고, 로미오는 추방당한다.

화요일: 로미오는 만투아로 도망가고, 줄리엣은 잠드는 약을 먹고 죽은 시늉을 한다.

수요일: 로미오는 줄리엣의 무덤을 찾아가 독약을 먹고 죽고, 줄리엣은 깨어나 로미오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단검으로 자살한다.

목요일: 두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고, 두 가문은 자식들의 주검 앞에서 화해를 약속한다.


이곳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늦기 전에 오늘의 숙소가 있는 베네치아로 가야 한다. 베로나를 출발하여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베네치아의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예약을 할 때는 별생각 없이 했는데, 알고 보니 워터파크의 방갈로이다. 넓은 부지에 여러 개의 수영장이 있고, 그 사이에 많은 방갈로들이 있다.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베로나 옛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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